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나서겠다는 움직임 활발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결합한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2일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8일 메디포뉴스와 통화에서 “우선 신약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 활용될 수 있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다”고 전했다. 진흥원과 제약협회는 MOU 체결 내용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신약개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신규사업 개발에 관한 사항 △인공지능 기반의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각종 활동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정보를 교류하고,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메디포뉴스는 현재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의 이슈를 정리해 봤다.[편집자주]
◆이슈1- 공공 영역 데이터 DB화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을 위해선 메디포뉴스가 여러 기획에서 지적했듯, 데이터 축적이 우선이다. 우리나라 역시 근대적 신약 개발은 한 지 20년이 넘었다. 글로벌 수준의 데이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동안 제약사, 대학, 연구기관 등의 노력으로 축적된 약물 관련 데이터가 상당 부분 축적돼 있다. 문제는 축적된 데이터가 DB(data base)화 되지 못 했다는 것이다. 그간 축적된 데이터는 지적 재산권 등과 얽혀 개방되지 못 했고, DB화 되지 못 한 채 엑셀파일 그대로 저장돼 있다는 업계 전문가의 지적이다.
심지어 공공영역 데이터인 정부 데이터 역시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지 못 했다. 이쪽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A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화학연구원이 그 동안 신약개발 서비스를 많이 제공해 주다 보니, 공공영역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조차 제대로 DB화 되지 못 한 채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이번에 과기정통부에서 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결합한 플랫폼 사업의 목표가 공공 영역의 데이터만이라도 DB화 해서 각 데이터 간의 비교분〮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과기정통부에서 낸 ‘빅데이터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RFP에 따르면, 이 사업의 목적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생산된 50만 건의 화합물 연구데이터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신약개발 시간과 비용을 1/3로 단축’으로 명시돼 있다. 즉, 공공영역의 데이터 만이라도 DB를 하겠다는 것이다. A 교수는 “공공영역의 데이터가 DB화 된다면 이를 중심으로 신약개발 관련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현재 신약개발 관련 데이터를 담고 있는 주체가 없다. 각 제약사 자료도 각기 흩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슈2-제약 산업에서 ‘오픈’플랫폼 과연 가능할까?
신약개발은 지적 재산권에 관해 상당히 민감하다. 현재 제약사에서 신약 후보물질은 물론이고 심지어 신약개발에 대한 일부 내용 자체가 기밀에 부쳐지는 것이 부지기수다. 이러한 제약 산업의 특성상 오픈 플랫폼을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들다. 신약개발의 최종 목적은 결국 특정 질병에 대한 누구도 만들지 못하는 효능이 좋은 약을 자신의 회사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 질병에 대한 시장을 (특허가 풀리기 전까지) 자신들이 독점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 동안 제약산업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일어나기 힘들었던 이유다.
그러나 이는 신약개발이 최종적으로 이뤄졌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아직 먼 얘기다. 현재 우리는 흩어진 데이터를 정제해 신약개발의 초기 단계인 후보물질 발굴 시간이라도 단축시켜야 한다. 미국은 NIH를 중심으로 데이터 DB화가 잘 돼 있고, 각 국의 연구자들이 이 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과기정통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잘 시행된다면, 우리나라만의 신약개발 관련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오픈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제약사들도 (지적 재산권에 크게 저촉되지 않는) 데이터를 이 플랫폼에 기부할 수도 있다. 가령 특정 target에 대해 A제약사와 B제약사가 동시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연구를 통해 이 target이 별다른 효능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연구결과가 공유된다면 다른 제약사들은 인 target에 대한 연구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
◆이슈3-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을 할 수 있는 인력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약개발을 할 제약계 내부 인력이 없다는 것.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 신약개발센터에 대한 일부 우려의 시선도 이 문제에서 비롯된다. 아직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다룰 제약계 내부 인력이 없는데 과연 협회 차원에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협회 차원에서 플랫폼 개발까지는 무리다. 협회 관계자는 “아직 인공지능을 이용해 신약개발을 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초기 수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한 템포 빠르게 이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제약사 등이 분담해 외국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솔루션을 사서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사노피, 머크 등 다국적 제약사가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벤처들에 투자하며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분명 이들 회사를 설득할 만큼의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의 성과는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약물 스크리닝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우리나라도 이미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잘 표준화해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에 한 발 더 다가 설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