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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정신질환자 가족, 사회적편견 “이중고”

정신보건가족협회,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절실”


정신질환자가 있는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회장 송웅달)와 이화여대 간호대 김수지 교수(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부설연구소장)팀이 정신질환자 가족과 일반인간 인식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실시한 대규모 인식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7대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정신질환자 가족 513명과 일반인 425명을 포함해 모두 93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결과 정신질환자 가족의 경우 월수입 100만원 이하가 54.6%, 101만원에서 200만원 사이가 34.1%를 차지, 전체의 88.7%가 200만원 이하의 월 평균 소득수준을 보였으며, 주거상태는 자신의 소유가 아닌 전세나 월세의 비율이 전체의 56.3%에 이르렀다.
 
또한 직업도 퇴직자(28.7%), 실업자(26.1%)가 전체의 54.8%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으며, 혼자 사는 가족이 25%나 되었다.
 
협회측은 정신 질환이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인 관계로 정기적인 치료비용 부담으로 인해 수입, 주거상태 등 정신질환자 가족의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일반인에 비해 열악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신 질환에 대한 정신질환자 가족과 일반인의 인식과 비교한 조사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자의 형제들이 정신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신질환자 가족은 78%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에 반해, 일반인은 53%가 동의한다고 응답해 정신질환을 유전병으로 오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주의대 정신과 이영문 교수는 “정신질환은 어느 정도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신분열병 환자의 형제, 자매가 정신분열병에 걸릴 확률은 약 3%, 자녀의 경우는 약 10%로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낮은 발병률을 보이며, 유전 외에도 기타 다양한 소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가족 중에 정신질환자가 있다고 해서 그들의 가족까지도 사회적인 냉대를 받거나 정신질환의 유전 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신과 환자들이 겪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정신질환자 가족 및 일반인의 인식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대부분의 일반인은 정신질환으로 인해 겪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 및 가족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별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신질환을 앓았던 가족원이 있는 사람은 경찰, 소방원 등 긴급상황에서 일하며 훈련이 엄격한 직업에 취업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신질환자 가족의 71%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에 반해, 일반인의 55%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정신질환자가 있는 이웃가족과 사귐을 갖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일반인의 경우 88%나 동의하지 않아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질환 치료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재정상황이 어렵다고 부작용이 많은 싼 약을 환자에 준다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정신질환자 가족(86%), 일반인(80%) 모두 용납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정신보건가족협회 송웅달 회장은 “정신질환이 만성질환이다 보니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치료비용 외에도 환자를 보살피기 위해 가족이 들여야 하는 노력과 시간 등 정신질환자 가족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정신질환자 가족이 처해 있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식조사를 주도한 김수지 교수는 “정신질환자 가족은 환자를 직접 돌본다는 점에서 정신질환의 치료 및 재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매우 드물었다”며 “이번 연구가 정신질환자 가족에 대한 의료진, 사회,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홍콩침례대 사회복지학과 마커스 치우(Marcus Chiu) 교수팀이 개발한 질문지에 의해 아시아 9개국에서 이루어졌으며, 제약회사 한국릴리가 후원했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
200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