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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의료기술 평가 제도, 문을 열었으니 더 잘 지켜야 한다

산업계 숙원 반영해 제도 간소화·일원화 개편… 그동안 개선 필요했던 부분 있어
현장 모니터링과 증거 창출 지원 강화로 의료기술 선진입이 환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기를

제도의 변화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이후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신의료기술 평가 제도’의 변화를 살펴봤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신의료기술 선진입-후평가 제도개선 공청회’를 8월 30일 개최했다. 실제 제도 개선에 앞서 규제 완화쪽으로 개선 방향을 밝힌 행사였다.

앞으로 해당 제도를 통해 의료계에 새롭고 유용한 의료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이를 통해 환자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언제든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의해야 한다.

보건의료산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신약 또는 신의료기기의 도입은 국민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반드시 관련 기관의 심사와 평가를 거치도록 돼 있다.

신의료기술 평가는 이전에 등록되지 않은 의료행위가 안전성·유효성이 있는지 체계적 문헌 고찰 등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하지만 식약처 허가와 이어지면서 현장 도입이 늦어지는 문제와 말 그대로 혁신적인 신의료기술의 경우 증거 문헌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문제 등이 계속 지적돼 왔다.

이에 이번 제도 개편은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신의료기술이 현장에서 이전보다 쉽게 임상 증거를 쌓을 수 있는 쪽으로 문을 열어놨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과 혁신의료기술 평가 제도를 일원화해서 고시 이후 최대 4년간 임상 진료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다양하고 혁신적인 분야의 기술들이 허가 단계에 막혀 있기보다는 임상 현장에서 환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한 점은 일견 좋아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효과가 적은 의료행위가 현장으로 쏟아져 나오며 환자의 재정이 불필요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이번 제도 개편안에서 기간 확대와 더불어 주목할 부분은 신의료기술 평가 적용 대상에서 ‘임상 연구’가 필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날 발표를 통해 현장 모니터링과 증거 창출 지원 부분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필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결국 해당 부분이 약화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의료기술의 빠른 도입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정말 필요한 기술이 도입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기관에서 모든 의료기술을 체계적으로 완벽하게 검토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진입을 통제하기보다는 현장에서 검증되게 하는 개선의 방향은 합리적이다.

정부는 기존의 부적합한 기술의 진입을 통제하는 역할을 중단하지 말고, 동시에 보존한 역량을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신의료기술이 실질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쪽에 더욱 쏟아야 한다.

혁신적이고 유용한 기술이어도 반드시 현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신의료기술이라고 해서 과거의 것보다 모든 부분에서 우월한 것도 아니다. 기술만능주의를 주의하고, 새로운 기술이 계속해서 효과적으로 검증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신의료기술만큼이나 의료 문제의 해결을 위해 올바른 검증 제도가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제도 개선이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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