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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⑪] 팬데믹으로 가속화되는 인공지능의 활용

배영우 (주)메디리타 대표이사

10여년 전에 팬데믹이 발생할 경우 어떤 양상으로 퍼지면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시뮬레이션을 한 연구 프로젝트 결과를 검토한 적이 있다. 행정 수준, 지리와 교통시스템, 인구 등의 데이터셋과 개인의 특정 상태를 파라메터로 한 확률적 질병모델을 활용하였다. 

이 모델을 활용한 예측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빠른 확산 속도였다. 이로 인해 기존 의료시스템이 단기간 내 환자의 폭증으로 과부하 되어 다른 질병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예측되었다. 

그럼에도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의 양상을 보면, 확산 속도가 이렇게 빠르고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빠르게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야만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기에 속도전에 들어갔다. 

기존의 항바이러스 및 항염증 치료제 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다 써야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은 훌륭한 도구의 역할을 해냈다. 산재해 있는 방대한 데이터와 승인받은 약물 중에서 코로나19에 약효가 있을 만한 치료제를 빠른 시간에 찾아낼 수 있었다. 

이러한 방법을 약물 재창출이라 하는데, 올해처럼 이 용어가 많이 노출된 적이 없었을 것이다. 약물 재창출은 이미 시판 중이거나 임상단계에서 상업화에 실패한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질병을 규명해 신약으로 개발하는 방법으로 기존 신약 개발에 비해 신속하고도 적은 비용으로 신약을 출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미국 국립 첨단중개과학연구센터는 글로벌 빅파마의 신약 후보물질 중 개발이 중단된 물질을 대상으로 약물 재창출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영국 의학연구위원회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보유한 신약후보물질로 약물 재창출 연구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구자가 약물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현장에서 찾아낸 약물 재창출 가능 약물에 대해 임상연구를 지원하고 공공기관 중심의 약물 재창출 연구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빠른 치료제 개발이 필수적이라 약물 재창출이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영국의 베네볼런트AI는 인공지능으로 일라이 릴리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바리시티닙, 상품명은 올루미언트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찾아냈다. 최근 시판 중인 바리시티닙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유입될 때 작용하는 AAK1과 GAK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인공지능이 분석한 것이다. 
실제 효과는 임상시험으로 입증되어야 할 것이나 긴박한 팬데믹 상황에서 인공지능으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어진 임상시험에서도 고령을 포함한 중증 환장의 사망률을 낮춘다는 결과가 나왔다. 간세포 실험에서 기전도 밝혀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작용하는 수용체 단백질 ACE2가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페론-2a가 있을 때 세포막에 형성되는데 비리시티닙이 이 과정을 차단해서 바이러스 침입을 막고 염증을 줄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신테카바이오가 인공지능 약물 재창출 모델로 후보 치료제를 찾아내, 그 중 두 종류의 치료제를 병용 투여한 동물실험 결과가 94.3%에 달하는 치료 성적을 보였고, 폐병변 치료 효과가 확인되어 특허로 등록이 되었다. 이미 FDA에서 허가 승인된 2700여개의 약물에서 3CL 프로테아제 억제 약물을 2주만에 찾아내고 램데시비르와 비교한 효능 확인을 4주만에 해냈다. 이미 안전성을 확보한 약물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약물 재창출에 인공지능이 매우 효용성이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약물 재창출 성과는 인공지능의 효용성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신약개발의 어느 단계에 어떻게 어떤 인공지능을 활용할 것인가이다. 

약물 재창출이 아니더라도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시험에 진입한 사례도 있다. 올해 영국의 엑스사이언티아가 일본 스미토모제약과 공동으로 개발한 강박장애 치료후보물질이 그것이다. 이 후보물질 DSP-1811이 비록 혁신 신약이 아니고 십 수년간의 연구 업적을 토대로 한 것일지라도 통상 4년에서 6년 걸리는 후보물질 발굴 단계를 1년으로 단축했다는 것으로도 인공지능의 활용성은 충분히 설명된다. 

물론 모든 적응증과 표적에 대해 일반화하기에는 시기 상조이나,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고, 데이터의 분석으로 다양한 도메인의 지식들이 연결될 수 있는 영역에는 활용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도메인의 지식 데이터로 유용한 것이 오믹스(Omics) 데이터이다. 오믹스는 생명과학에서 많은 분자들이나 세포 등의 집합체를 생물정보학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단편적인 연구에서 탈피하여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대량의 생물정보와 이들 간의 상호관계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다. 

유전체를 필두로 단백체, 전사체, 대사체, 상호작용체 등의 분야가 있다. 멀티오믹스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다양한 오믹스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다. 생물정보학적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탐색하고 분석하며, 드러나지 않은 상호관계를 분석하여 파악할 수 있다. 편향성을 깨고, 신속한 결과를 볼 수 있다. 

BenchSci가 정리한 전세계 230여개 인공지능 신약개발 기업에 우리나라에서는 6개 기업이 꼽히고 있으며, 이중 메디리타는 멀티오믹스 데이터를 네트워크로 엮어서 독자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조로증 약물 재창출과 수퍼항생제 신약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SK C&C는 스탠다임과 협력하여 단백체를 활용하여 질병을 검색하면 표적 후보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이팜은 NGS기반 약물 유도 전사체 표준 데이터베이스를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원천은 데이터이고, 이 데이터는 인공지능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에 따라 수집되고 가공하여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짧은 기간에 생산된 방대한 데이터이다. 

임상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연구, 기전에 대한 연구, 실험 등 엄청난 데이터가 생산되고 있다. 치료제 개발은 공공성이 매우 높은 분야이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공공재로 다뤄 더욱 많은 연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공지능이 한층 더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