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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서울의료원 故 간호사 "엄마, 나 태움이 뭔지 알 것 같아"

건전한 목소리 내는 사람에게 집단 괴롭힘…제대로 된 진상조사 진행해야

서울의료원 5년차 간호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과 관련하여 병원 측이 사건을 은폐하고 악의적 소문 및 허위 사실을 퍼트리며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이하 의료연대)가 1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특별시청 앞에서 서울의료원 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의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 진상조사위원회에 시민 · 노동조합 · 유가족 참여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故 서 간호사는 서울의료원에 입사해 5년간 병동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12월 18일 간호행정부서로 이동됐고, 지난 5일 '병원 사람들은 조문은 받지 말아 달라'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후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의료연대 측은 고인 유서 · 가족 간 문자메시지 등을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을 故 서 간호사 사인으로 지목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은 △행정업무보다 임상간호사가 낫겠다 △설거지하고 커피를 타는 등 허드렛일을 할 바에는 이직하고 싶다 △분위기가 무서워서 일할 수 없다 △힘든 것이 아니고 외롭고 서럽다 △사람을 유령 취급했다 △상근직인데 퇴근을 못 했다 등의 故 서 간호사 문자메시지 내용을 언급했다.

故 서 간호사의 동생은 "1월 7일 화장터로 이동하던 중 왜 출근을 안 하냐는 병원 측 전화를 받았다. 가족을 잃은 것도 황망한데 너무 화가 났다. 누나의 유서에는 '나를 발견하면 우리 병원으로 가지 말아 달라. 우리 병원 사람들은 조문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적혀 있어서 혹여나 병원에서 조문을 오려고 하거든 오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며, "그런데 병원은 '고인이 병원에 알리지 말아달라'라는 허위사실을 얘기했다. 우리가 병원에 찾아갔는데 병원장은 만나보지도 못했다. 9일 오후가 돼서야 병원장 연락이 왔다. 왜 이제 연락했냐고 묻자 본인은 보고를 못 받았다고 발뺌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했다. '걔 일 못 했다며?', '우울증 있었다며?' 등의 소문을 퍼트렸다. 서울의료원에 기자가 떴다고 간호사를 입단속하는 부분도 있었다."며, "우리 누나는 책상조차 없었다. 슬리퍼를 끈다며, 일찍 출근했다며 혼났다. 누나는 항상 밥 한 끼도 못 먹고 일한다고 토로했다. 출 · 퇴근도 일정치 않았고, 초과근무도 허다했다. 경력이 7년차인데도 '넌 그것도 모르냐?'며 누나를 핍박했다."고 증언했다.

故 서 간호사의 어머니는 "내 아이는 병동에서 근무할 때 태움 자체를 몰랐다. 그런데 간호행정부서로 이동된 후 '엄마 나 이제는 간호사 태움이 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병동에서 그렇게 밝고 행복해한 아이가 행정부서로 이동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그런 말을 한 것은 거기서 얼마나 많은 괴롭힘을 당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라면서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의료연대 김경희 새서울의료원분회장은 "최근 4년간 서울의료원에서 2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자살했다. 병원은 두 자살 사건 모두 은폐하려 했고, 개인 문제인 양 우울증세가 있다는 악의적 소문을 냈다. 서울의료원은 건전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게 집단적 괴롭힘을 가하는 병원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김 분회장은 "지난 7월 분회에서는 8개월 만의 부장 승진 의혹 및 병동 팀장 근무시간에 보험 설명을 듣게 한 사실을 비롯하여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여겨지는 표적감사를 실시하고 악의적 소문을 유포한 자를 찾아달라고 서울시에 감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증거가 불충분하며, 모두가 아니라고 하니 행정상의 제약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답했다."며, "그때 제대로 감사하고 우리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다면 서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서 간호사의 죽음에 서울시도 책임이 있다. 서 간호사 죽음을 책임져야 할 서울시가 진상조사를 한다고 하니 그 결과를 어떻게 믿을지?"라고 반문했다.

의료연대는 △서울의료원 · 언론이 2차 가해를 멈추고 △서울시가 제대로 된 진상조사 ·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 · 노동조합 ·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서울시 산하 병원을 일제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 서울의료원 "비방 나돈다는 게 의아…이해가지 않아"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병원에서는 얘기를 굉장히 조심하고 있는데, 故 서 간호사에 대한 비방이 나돈다는 게 의아할 정도로 황당하다.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의료연대 측은 원장이 유가족을 피하고 5일간 아무것도 안 했다고 주장하는데, 당시 유가족이 죽음을 알리지 않아 우리도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월요일에 출근을 안 해서 전화했다가 사망 사실을 알게 됐다. 장례식장에는 우리가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삼우제 때 찾아갔는데 그 전에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발표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내부 직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는 사안을 우리가 여과 없이 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사 · 정리 후 원장이 정식 공지를 했다. 그렇게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며, "사건 초반에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으나 제대로 된 감사를 위해 서울시에 조사를 이관했다. 사건 내용이 서울시 진상조사위원회로 전부 넘어갔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현재 어떤 과정에 있고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모르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진상조사위원회 측은 17일 메디포뉴스와의 통화에서 확답을 피하며 "현재 감사위원회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 · 인권 분야에 제보할 계획이다."라면서, "잘못 판단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에 전문가 의뢰를 받아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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