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치과는 치과의사가 아닌 경영진이 의료적 판단을 내린다. 치과의사들에게 수익을 내라고 엄청난 압박을 주며 심지어는 멀쩡한 치아를 뽑아 돈을 벌도록 강제한다.”
금발에 푸른 눈의 백인남성이 한국을 찾아 우리나라 치과의사들에게 미국 기업형 치과체인의 실태를 고발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세영)는 15일 ‘미국 치과의료 위기와 탐욕의 네트워크치과’라는 주제로 미국 공공청렴센터 데이비드 히스 기자를 초청해 특강을 개최했다.
데이비드 히스 기자는 막대한 이윤을 챙기려는 미국의 기업형 치과체인들로 인해 수많은 저소득 성인들이 빚더미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기업형 치과들은 치과의사가 아닌 비의료인 출신의 경영진이 의료적 판단을 내리며 치과의사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내라고 강요한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형 치과들은 멀쩡한 치아를 뽑아 진료수입을 챙기기도 한다.
데이비드 히스 기자는 미국 저소득 성인들이 치과치료로 빚더미에 직면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표적 기업형 치과체인인 ‘아스펜 덴탈’의 사례를 전했다.
월 1300달러로 연명하는 87세의 테레사 페리토는 치아 두 개를 뽑아야 한다는 치과의사의 말에 비용 때문에 노심초사하다가 치료비를 대폭 할인한다고 광고하는 아스펜 덴탈을 찾았다.
그러나 아스펜 덴탈은 그녀에게 치아를 뽑지 않고 종합검진을 해 무려 7835달러를 청구했다.
아스펜 덴탈은 어려운 형편의 페리토를 5년간 월 납입금이 186달러인 특별 신용카드에 등록시켰다. 그리고 그녀가 아직 받지 않은 치료에 대한 모든 요금을 신용카드에서 빼갔다.
청구내역을 살펴보면, 충전 2개와 스케일링에 2540달러, 앞으로 뽑을 치아 옆에 놓은 항생제 350달러, 구강양치액에 대한 별도요금 129달러에 심지어 전동칫솔 149달러 등도 있었다.
데이비드 히스 기자는 기업형 치과체인으로 인해 미국 치과치료의 위기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는 “체인형 치과에 일하는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2만 달러가 넘는 빚을 안고갖 치과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치과의사들이며 이들은 경영진으로부터 환자보다 이윤을 추구하도록 엄청난 압박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치과의사들이 벌어오는 돈을 기준으로 보너스를 지급해 값비싼 치료만을 하며 어떻게 하면 환자가 돈을 많이 쓰게 할 수 있을 지만 고민하게 된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히스 기자는 “치과의사가 기업과 이윤을 나누기 때문에 수익을 극대화하려다 보니 많은 폐해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인는 자동차를 파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며 “무엇보다 건강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이날 치과의사협회가 특강연자로 초청한 데이비드 히스 기자는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세 번 선정된 바 있는 의학분야 베테랑 기자로서 시애틀 병원 암센터를 둘러싼 이해 갈등 보도로 골드스미스 탐사보도상, 조지 폴크 의학분야 상, 최근 연방의회 배정에 관한 보도로 미국언론재단 의회관련 최고 취재보도로 선정돼 에버트 덕슨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상을 받았다.
그린넬 대학을 졸업했고 2006년 하버드대학교 니에만 장학상으로 선정됐다.
한편 이날 초청특강에는 김세영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등을 비롯해 약 200여명의 치과계 인사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