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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응급의료해법 국민의식 개선이 우선

정부에서 1조원을 투입해 응급의료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향후 5년간 매년 약 2000억 원씩 응급의료기금을 투입해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육 및 상담, 중증응급질환(중증외상, 심뇌혈관질환, 중독) 치료역량 확충, 농어촌 응급의료 지원, 닥터헬기, 119이송 등 응급환자이송 강화 등 기본계획 추진에 약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얼마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골든타임’에는 혼란스러운 우리나라 병원 응급실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은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어렵사리 병원 응급실에 이송되어서도 적절한 의료진의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하고 만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환자가 다 죽어가는 위급한 순간에 인턴이 죽어라고 콜을 하는데도 외래진료와 회진 등으로 각자 바쁘다며 응급실에 오지 않는 의사들의 모습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장면을 지켜보며 의사들에게 적잖은 얄미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드라마의 장면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말 바쁘다. 언제나 응급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며 응급상황에 따른 적절한 의료인력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한 해 동안 베트남 전쟁 때 사망자들보다 두 배나 많은 사람들이 국내의 부실한 응급의료체계 때문에 죽어나간다는 말도 있다.

한국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은 하루 이틀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 지금이라도 정부 차원에서 응급의료체계를 개편한다고 하니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분명히 그 한계는 있다. 한 해 2000억이라는 금액이 적지 않은 액수이지만 지금의 응급의료체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현실이다. 가까운 일본도 한 해 1조원을 응급의료에 투자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정부 계획안에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급에 대한 지원책만 포함돼있어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응급의료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기피과인 응급의료과 전문의를 더 많이 양성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수가의 현실화 등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전문간호사, 응급구조사 등의 인력들에 대한 수가 신설이나 처우개선 등 지원책도 시급하다.

곧 응급실당직법 일부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에서 병원현실에 맞지 않는 응급실당직법 시행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가 한계를 절감하고 이를 다시 일부 수정한 것이다.

개정안은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는 내과와 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정형외과·신경외과·흉부외과·마취통증의학과 등 8개 진료과목에 전문의를 두도록 하고 지역응급의료센터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마취통증의학과 5개 진료과목, 지역응급의료기관은 내·외과계열 당직전문의를 1인 이상씩 두도록 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응급실 당직근무에 대한 법적강제규정만 있을 뿐 당직비 등에 대한 내용은 없다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응급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응급의료의 현실을 세밀하게 이해하고 현실에 맞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부에서 당장에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건대, 응급의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당연히 정부나 의료계의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응급의료에 대한 국민 인식개선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많은 응급의료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경증환자임에도 응급환자로 분류돼 대형병원 응급실로 쏠리는 현상을 막아야 당장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응급은 선착순이 아니라 중증도순이라는 인식이 하루 빨리 확산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국민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응급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뿌리내려야 한다. 더 이상 비정상이 정상으로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병원 응급실은 외래 진료를 빨리 받기 위해 우선 입원하고 보는 곳이 아니다. 위급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이 취객들의 행패를 받아주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응급실이 진정으로 ‘응급환자’를 위한 장소라는 평범한 상식이 통용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응급의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응급의료는 경찰, 소방과 같이 다뤄야 한다”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