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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산부인과 의사, '소송 스트레스'로 분만기피 급증

기피실태, 과거 고연령층 기피 경향서 30대 10%이상 기피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의료소송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분만을 기피한다는 설문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산부인과학회(회장 이효표, 이사장 김선행)가 지난 6월1일부터 이번달 15일까지 산부인과 전문의 5백59명(남자 331명, 여자 228명)을 대상으로 ‘분만관련 근무 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부인과 전문의 4분의1은 “분만을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령층이 낮을수록 분만을 하지 않는 비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산부인과 의사 중 40대인 경우, 전문의 취득 후 아예 분만을 하지 않았던 경우가 1.6%였던 반면 30대인 경우에는 10.2%로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야간 당직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분만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연령층이 낮은 30~40대에서부터 분만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자 산부인과 의사인 경우 처음부터 아예 분만업무를 하지 않았던 경우가 남자의 약 3배에 달했고(남자 2.7%, 여자 7.9%), 분만을 하다가 그만 둔 경우도 여자가 남자 보다 높았다(남자 20.5%, 여자 26.3%).



분만을 하지 않는 원인에 대해 여자 산부인과 전문의의 60%는 강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꼽았고, 13%는 병원 운영 적자 등 경제적 문제, 3%는 의료사고로 인한 난동이나 폭력적 진료방해, 2%는 의료소송 발생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밖에도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은퇴 연령, 무과실 보상 시행 후 분만업무 지속여부, 분만취약지 근무 의사 등에 대해서도 조사됐다.

분만의사의 은퇴 연령은?
“분만의사로서 은퇴 연령?”을 묻는 질문에 은퇴연령이 일반 기업체 샐러리맨 보다도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산부인과 의사들은 54.4세, 30대는 46.1세라고 답했다. 이는 성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남자의 경우 55.9세, 여자의 경우 46.2세로 응답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이 역시 분만 의사들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와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또 “최근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의 약 80~90%가 여자임을 고려할 때 향후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 인력의 감소가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산부인과 무과실 보상 시행 후 분만업무 지속 여부는?
산부인과 학회는 내년 4월 시행예정인 “무과실 보상제도가 시행돼도 계속 분만을 하겠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103명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분만을 그만두겠다고 대답하였으며, 51%는 고민 중이라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이는 산부인과 전문의의 성별에 따라서 다소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남자의 경우 분만을 그만두겠다고 대답한 경우가 22.8%를 차지한 반면, 여자의 경우 30%에서 분만을 그만두겠다고 대답한 것이다. 반대로 분만을 지속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남자의 경우는 31.5%, 여자의 경우 12.0%에 그쳤다.



분만 취약지에 근무할 의사가 있는가?
우리나라 시군구의 20%를 차지하는 분만취약지에 근무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10%만이 “근무할 의사가 있다”라고 대답했으며, 남자에 비해 여자가 월등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남 14.2% vs 여 4.8%).

취약지 근무를 꺼리는 이유로는 열악한 분만환경(45%)이 가장 많았고, 의료소송의 위험성(26%). 자녀교육(12%), 경제적 이유(6%)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부인과 학회에 따르면 강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및 의료소송의 위험성 등이 분만기피현상의 원인이다.

특히 젊고, 여자일수록 보호자의 난동 및 협박 등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육아의 부담 등을 이유로 분만을 기피하고 분만의사로서도 조기 은퇴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수 년 동안 우리나라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의 80-90%가 여의사인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분만 담당 산부인과 의사의 수의 급격한 감소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다.

또 취약지 근무를 꺼리는 이유로써는 열악한 의료환경 (인력난, 1~2명의 전문의 근무로 개인생활 어려움과 위급 상황시 이송할 대형병원 부재)및 그 결과 증가될 의료소송의 위험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산과 무과실 보상제도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설문에 응한 산부인과 전문의의 4분의 1 정도가 제도 시행 후 분만을 포기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줘 산부인과 학회는 “앞으로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사의 수급에 더욱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최근 국가적인 문제로 우리나라의 20%지역을 차지하는 분만취약지 및 원정출산 등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되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보완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에 대해서 학회는 2006년 이후로 "7년 연속 미달에 약 60~70%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또 지원자 가운데도 중도 포기자가 많아 “년도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수는 2000년~2004년 240~270명선에서 최근 100명 미만으로 감소한 상황으로 올해 배출된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는 90명이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학회는 최근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 대해 “의도는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분만을 담당할 산부인과 전문의 및 관련 인력과 시설이 충분하지 않는 한 사업의 효과는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최근 수년간 증가해온 산부인과 의원의 폐업이나 분만 포기로 인한 분만실 폐쇄 현상으로 이미 국가적인 분만시스템의 붕괴가 이루어 지고 있어 이미 전국의 시군 지역의 20%가 분만병원이 없는 소위 ‘분만취약지’라는 것이다.

특히 내년 4월로 예정돼있는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대한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불가항력 분만사고까지도 의료진이 책임을 분담하라는 의료분쟁조정법의 시행이 내년 4월 예정되어 있어서 분만을 바라보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시선은 더욱 암울해 지고 있다는 것.

학회는 이번에 실시한 설문조사는 “이 같은 산부인과의 상황에 대해 조사를 통해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산부인과 전문의 내부에서도 분만의사가 되기를 기피하는 원인 등을 분석, 우리나라의 안정된 분만환경조성에 도움이 될 기초 자료로 삼고자 하는 의도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설문은 산부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설문조사기간 동안 총 559명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설문에 응하였다. 먼저 응답자 (산부인과 전문의)의 성별 및 연령 분포로는 전체 559명 중에서 331명(59%)은 남자 산부인과 전문의였으며 228명(41%)이 여자 산부인과 전문의였다. 응답자의 연령별 분포로는 30-39세가 216명(39%), 40-49세가 191명(34%), 50-59세가 125명(22%), 60-69세가 23명(4%), 70세 이상이 4명(1%)를 차지하였다. 또한 응답자의 46%(256명)이 산과(모체태아의학), 부인종양학 또는 생식내분비학의 전임의 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만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직접 언급한 사례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분만을 꺼리는 이유는 ∆보호자의 난동과 협박 ∆육아 부담 ∆분만의사로서 스트레스 ∆분만병원 운영상 경제적 어려움 이었다.

보호자의 난동과 협박의 경우 한 분만의사는 “요즘 환자들 기대수준이 높아져, 모두 의사 잘못 인줄 안다 초음파상 잘 안보여주는 손가락이 하나 더 있다고, 산모 남편이 취조하는 분위기”라고 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불가항력적 모성사망의 주된 원인인 색전증으로 산모가 이송한 경우에도 “산모와 아기가 다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산모의 식구들이 모두 몰려와 의사의 책임을 물어 배상을 요구하고 협박까지 일삼는다”도 토로한 분만의도 있었다.

분만취약지 근무를 꺼리는 이유는 ∆ 응급상황대처능력 및 back up system의 부재 ∆ 분만이 주는 스트레스 ∆ 의료소송의 위험성 노출 상황 등 이었다.

“신생아 호흡 곤란시에 대학병원까지 이송시간이 길어 위험성이 높다”, “응급 상황에서 수혈이 힘들고 마취의사 긴급호출 불가능”, “분만 취약지에는 back up system이 당연히 없을 텐데 그런 곳에 산부인과 의사 한 명이 근무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분만이 주는 스트레스의 경우에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정부당국과 국민들에 대한 불만과 염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의 반응을 직접 옯겨보면 다음과 같다.

“경제적인 보상은 커녕 오히려 분만의료사고의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씌우는 정부당국의 태도와 의사에게 고마워할 줄 모르는 국민들의 태도에 염증을 느껴 굶어 죽더라도 전혀 분만하고 싶지 않다. 그냥 마음 편히 비보험 미용 성형 하면서 편안하게 살고싶다”

“분만의 위험도가 항상 존재하고 불가항력적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이 상존하는데도 모든 것을 의사 잘못으로만 매도하고 의사를 적개시하는 사회풍조가 싫어서 분만을 거부함. 또한 365일 밤낮으로 대기상태로 가정생활, 자유시간이 없다”

“의료 취약지는 도심에서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분만 후 소아과 진료에 대한 보장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과실 없이 분만한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데 사서 고생하고 돈도 물고 할 필요는 누가 봐도 없을 것이다.”

“나이도 먹었고 분만시에 오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렵다.”
의료소송의 위험성 노출 상황의 경우 산부인과 의사들의 발언을 직접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분만환경도 열악하고 응급상황 발생시 산모나 환자를 전원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결국은 대도시 주변이라면 살수 있었을 산모도 사망할 가능성이 더 크다. 결국 향후 소송의 위험도 더 크기 때문이다.”

“열악한 분만 환경에는 종합병원의 접근성이 중요할 것이다. 모든 문제의 결론은 예고 없는 분만사고이며 이것은 의료소송의 위험성를 겪는 괴로움. 산모나 아기의 결론이 나쁠 때 인간적인 괴로움 또한 포함된다.“

“분만시 항상 응급상황이 있는데 그것에 대한 대응이 어려울 것 같다. 결국 많은 의료 소송 위험성에 노출될 것으로 생각된다”

산부인과 학회가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분만의사들의 불만과 고민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었다. 날로 심각해져가는 산부인과 의사 부족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관점과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