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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인 파멸 악용 높은 ‘도가니법’ 발효

법 악용하면 의사들 무방비…성범죄 의료인 10년 자격정지

8월2일부터 우려됐던 '의사 도가니법'이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병원들은 악의적인 행태의 고발에도 대응할 방법이 없어 방안 모색에 고민스러워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복지 지원법, 일부개정 2012. 02. 01.) 제44조(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 등에의 취업제한 등) 1항 제13호에 의료법 제3조의 의료기관 중 의료인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되면 그 형 또는 치료감호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로부터 10년 동안,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됐다.

일명 도가니법에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해서도 10년간 의료기관에서 취업할 수 없도록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사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규정한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죄의 경중을 떠나 10년간 의사면허를 중단시키는 것은 사실상 면허를 박탈하는 과도한 규제일 뿐 아니라 악의적으로 의사를 협박하는 경우에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의협의 한 임원은 도가니법에 대해 “원론적으로 의협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형 확정 이전에 액션취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인데 실제로 형이 확정되고 난 뒤에 진료 정지를 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며 “병원 직원이 환자와 공모해 성범죄자로 몰아간다면 진료 특성상 감시카메라를 달수도 없는데 단순 증언만으로 의사는 성범죄자가 되고 자격도 박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의 특징상 진료를 위해서는 육체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냐”며 “이는 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보건복지위원회와 논의를 진행중에 있다. 각계 각층, 유관기관에 현실을 설명하고 다른 직종과도 형평성이 맞도록 고쳐나가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입법취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 특성을 감안한 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의료계가 스스로 강화된 징계권을 갖고 자정을 위해 나서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의료법에는 성폭행 의사의 면허를 박탈할 수 있는 조항이 없고 다만,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의료인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1년 범위 안에서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성폭력 범죄로 실형을 산 의사가 형 만료 후 다른 지역에서 의료행위를 해도 아무런 제한이 없다.

의료계가 중요한 허점이 있는 제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의 의료 현안을 놓고 국민과 괴리감이 더 늘었고, 여기에 더해 언론을 통해 의사의 성범죄 사건이 잇달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도 의료계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의사를 준비하고 있는 고대 의대생 3명이 동료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 한 사건을 비롯해 지난 2010년에는 수면마취제를 투약해 환자를 성폭행한 의사 2명이 구속된 바 있으며, 2007년에는 경남에서 40대 의사가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마취시킨 뒤 성폭행해오다 구속돼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또 50대 성형외과 의사는 보톡스를 놔주겠다며 환자를 유인해 집에서 전신마취제 주사 후 성추행을 해 적발된 적이 있으며, 최근에는 경기도의 한 정형외과 방사선 촬영기사 박모씨가 여아를 성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결국 일부 문제 의사들로 인해 다수의 선량한 의사들이 불합리한 법에 대해 개선시킬 추진조차 공식화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의사들은 날로 진료환경은 악화되고 있는데 의사 도가니법으로 혹시라도 고소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진료를 하게 되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한 개원의는 “진료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눈으로만 보고 환자상태를 다 파악하라는 것인지, 아마 그렇게 해도 눈빛을 문제 삼을 것이다”라며 “의협이 날로 어려워지는 진료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