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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재분류 파동→의·약계 모두 충격·반발

산부인과, 여성 건강 위협…약계, 보험재정 악화 ‘우려’

피임약을 포함한 의약품 재분류 방안이 발표되자 의·약계가 모두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양측 모두 이번 발표된 재분류 방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그 입장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반대와 함께 사전 피임약 역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약계에서는 일반의약품 자체를 전문약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건보재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다각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

산부인과를 주축으로 한 의료계와 종교계에서는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에 대해 접근성과 편의성 중심의 재분류로는 정상적인 피임율이 매우 낮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정상적인 피임율 향상은 더욱 어려워지고 낙태 예방정책의 실패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 학회-개원가 충겨적 반발

산부인과에서는 응급피임약의 전환은 오남용을 불러올 뿐 아니라, 여성들의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일 수 없다며 일반의약품으로 판매중인 해외에서는 오히려 청소년의 임신과 성병 유병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오남용으로 인한 여성들의 생식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응급피임약 ‘노레보’(레보놀게스트렐 단일 응급피임약)의 부작용인 출혈을 복용 여성들이 ‘생리’로 오인하고 ‘임신이 되지 않았다’고 안심하다 뒤늦게 임신을 발견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신정호 사무총장은 사후 피임약을 복용한 후 출혈이 있어도 생리로 오인해 임신을 뒤늦게 알 수 있어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낙태 등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 더욱이 자궁외 임신 등이 된 경우 7-8주 후에 발견할 경우 수술을 해야할 뿐 아니라 난관 파열도 올 수 있어 여성 생식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접근성 문제에 대해서도 해외에서 사후피임약을 전환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전환한다는 것은 해외에 비해 의료기관 접근성이 높은 국내 현실과는 맞지 않다며 새벽 한두시에 문을 연 약국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오히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업 예외의약품으로 변경해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모임(이하 진오비) 역시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 정책은 최악의 낙태 예방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진오비는 “많은 국민들이 일반피임약보다 응급피임약에 의존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응급피임 실패로 원치 않은 임신이 증가해 대부분 불법 낙태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상적인 사전 피임과 계획 임신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은 하지 않고 오히려 실패율이 가장 높은 피임법인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에서 중요한 것은 편의성이 아니라 안전성이며 특히 피임 실패는 곧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로 이어지기에 정책방향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낮은 피임 실천율을 개선하기 위해 전문가인 의사에게 정확하고 안전한 피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진료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응급 피임약 전문의약품 유지, 처방없는 불법 판매 엄단 ▲피임관련 진료 보험 급여화 ▲사전피임과 계획 임신율 높일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 강화, 정책적 지원 등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종교계-시민단체 극력 반대

종교계 역시 사후 피임약은 수정란의 파괴와 수정된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방해하는 실질적인 낙태약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는 “응급피임약은 단순한 피임약이 아니라 반생명적인 낙태약”이라며 “응급피임약 문제는 단순히 약리적인 문제만으로 다룰 수 없고, 윤리적·사회적·의료적 문제들을 함께 고려해서 다루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도 반대 의견을 밝혔는데,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응급피임약 재분류 논의가 의사회와 약사회의 이권다툼으로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응급피임약은 생물학적 안전만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식약청이 용도와 사용실태를 정확히 판단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약계선 건보재정 악화 우려

반면 약사회에서는 여드름외용제, 우루사, 피임약 등의 전문의약품 전환은 건강보험 재정 문제와 직결되는 것으로 급여 여부 및 재정 추계 등 심도 있는 검토가 부족하며 처방리필제 등 제도적 보완을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사전 경구피임제의 전문의약품 전환에 대해서는 사전 경구피임제는 지난 50여년간 전세계에서 사용되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으며, 현재 시판되고 있는 ‘ethinyl estradiol’ 함유된 사전 경구피임제는 1일 용량이 20-30㎍으로 줄인 low-dose 제제이므로 안전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전 경구피임제는 지금까지 구입관행상 의약품의 복용에 관한 질문과 복약지도의 내용이 여성의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부분으로 여성의 성적 자주권 및 자기결정권에 관한 영역으로 용량 및 용법의 준수, 부작용의 예방이나 처치 등에 대해 친밀감이 높은 지역약국 약사와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최소한의 국민 편의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약사회는 사전 경구피임제가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게 되면 의료비 부담이 현행대비 4.4배~5.3배 증가되는 등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사전 경구피임제는 일반의약품으로 현행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식약청 정책결정 방향

한편 식약청은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등 의약품 재분류(안) 및 향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재분류 작업은 6,879품목이 집중 검토됐는데, 이중 526개(전체 의약품의 1.3%) 품목을 전환키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이 273개,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 전환이 212개이며, *동시분류로는 전문에서가 40개, 일반에서는 1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