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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ESD사태, 탁상정책의 말로

경 회장, 복지부 책임전가 비난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SD)을 대형병원들이 시술을 거부하면서 국민적 관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ESD 사태의 근본적 문제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임의비급여와 현실에 맞는 낮은 수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는 7일 의사협회 회관 3층 동아홀에서 ‘위암 내시경 시술 취소사태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비판했다.

경만호 회장은 이번 ESD 사태는 정부 당국의 탁상정책과 함께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수급구조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번 ESD 사태는 복지부가 그동안 비급여로 행해지던 시술이 지난 1일부터 급여로 전환하면서 보험적용 기준을 ‘2cm 이하 위암’으로 한정하고, 시술비를 최대 25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낮춰 책정했기 때문이다.

경만호 회장은 “이번 사태는 비현실적 수가책정이 오히려 환자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이라며 “시술을 할수록 의료기관이 손해를 본다면 어느 누가 시술을 하겠으며, 그 본질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 회장은 이어, “협회는 ESD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소장을 제외하고 식도, 위, 대장에 발생한 암조직과 종양에 해당한다는 공식의견을 복지부의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에 제출했다”면서도 “복지부는 외면했다”고 강조했다.

또, “건강보험제도는 비급여를 제외한 모든 행위는 급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인정된 기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급여기준이 벗어나면 임의비급여로 5배의 과징금과 함께 진료비 전액을 환수 조치를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즉, 현행 건강보험법이 가장 고질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적정수가 보장이 환자의 권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경만호 회장은 피력했다.

경 회장은 “신의료기술이 적정한 수가를 받지 못하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거나 사장될 수 있다”며 “그동안 2~3년 동안 다수의 ESD 전문가를 배출하면서 종주국인 일본을 앞 설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것은 비급여 수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기간이 2~3년이 지났다하더라도 그 원가가 1/5 수준으로 낮춰지지는 않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낮은 수가로 급여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만호 회장은 복지부 이스란 과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경 회장은 “복지부가 행위료 21만원은 상대가치 총점을 관리하는 의사협회의 의견을 받아 기존 절차에 따라 결정했다고 밝힌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협회가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에 제출한 상대가치점수는 발표된 수가의 산정 기준보다 높은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의 구성이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게 돼 있다”며 “합리적인 의견이 묵살된 채 무조건 깎고 보자는 식으로 위원회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의료전문평가위원회를 비난했다.

복지부는 행위료와 절제용 나이프의 수가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적응증도 학회의 추가 자료제출 등을 받아 2cm이하 조기위암, 식도, 대장암 조기암에 대해 ESD가 유효성이 있는지 추가적인 전문가 자문을 받아 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거쳐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복지부의 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의사협회측은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만호 회장은 “적응증 확대를 검토하는 데는 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그동안 현행 적응증 외의 환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조치가 없으며, 이런 소동을 겪고도 복지부는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 회장은 현행 의료법과 건강보험법의 상충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더했다.

의료법은 최선의 진료를 규정하고 있지만 모든 의료서비스를 통제하고 있는 건강보험법은 비용효과적인 진료만을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 회장은 이런 상충관계가 임의비급여 문제를 발생시키고, 의료발전을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만호 회장은 “건강보험의 재정건정성은 지키면서 환자의 진료받을 수 있는 권리와 의사의 진료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