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베이트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일부 제약사가 ‘위기관리매뉴얼’까지 꾸리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른바 위기관리매뉴얼은 내부적으로는 영업사원 단속부터 외부적으로는 소문의 확산까지, 나아가서는 조사단이 들이 닥칠 경우를 대비한 대응책을 명문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약업계 분위기상 정부 조사에 대응한다는 것 자체가 괜한 의심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조사단이 다녀간 일부 제약사에서는 위기관리매뉴얼을 준비해 확산을 막아보자는 입장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데는 울산발 리베이트 사건을 통해 드러나듯 경찰·검찰 등 사법기관과 정부의 리베이트 척결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매섭기 때문이다.
특히 사내 의사소통 체계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중소제약사의 경우 이번 리베이트조사의 최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세부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얼마 전 공정위 조사단이 다녀간 A제약사 홍보담당자는 “회사 이름이 거론되긴 했지만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것을 조사단이 오고 나서야 알게 됐다”며 “가장 먼저 전달받고 대비했어야 할 부서임에도 사내적으로 통합된 대응책이 없다보니 ‘설마, 설마’하다가 준비 없이 조사단을 맡게 돼 당혹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기회에 리베이트뿐 아니라 사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크고 작은 일들까지 매뉴얼로 구성해 각각의 대응방안을 만드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제약사들은 리베이트 매뉴얼을 만드는 것 자체가 오히려 리베이트를 인정하는 꼴 밖에 안된다며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그런 대응책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구린 구석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일부 제약사의 위기관리매뉴얼 구성에 대해 꼬집어 말했다.
울산 리베이트조사 대상과 이니셜이 같아 곤혹을 치룬 모 제약사 관계자는 “외부에서 (리베이트 조사 받은 것이)‘맞느냐?’라고 물으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며 “매뉴얼에 따라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명하는 것은 문제를 키울 소지도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