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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식약청, 실험장비 남아돌아 무상양도?

멀쩡한 실험장비 퇴출-예산낭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직제개편과 청사이전 등을 이유로 사용연한이 2년 이상 남은 멀쩡한 실험장비를 물품관리지침까지 어겨가며 다른 부처로 무상양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식약청이 곽정숙 의원(민주노동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불용처리 예정이던 145점의 실험장비 중에서 이산화탄소배양기, 액체크로마토그래프, 자동기록온도계 등 사용연한이 2년 이상 남은 46점 5억8000여 만원어치의 실험장비를 국립대학 등으로 무상양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청이 무상양도한 장비 46점 중에는 사용한지 5년밖에 안된 2억원 상당의 실험장비 26점도 포함돼 있다. 조달청 지침에 따른 실험 장비의 사용연한은 통상 10년이다.

곽의원에 따르면 실험장비를 무상양도한 이유에 대해, 식약청은 2009년 직제개편과 청사 오송 이전 등으로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험 장비가 못쓰게 돼서가 아니라 필요 없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청은 올해 실험 장비 138억원 어치를 사들이면서, 비슷한 기능의 실험장비 수십억 원어치를 또 구입했다는 것.
또한, 실험장비를 무상양도하는 과정에서 조달청 지침까지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청 물품관리지침에 따르면, 실험장비 등 물품의 무상양도는 자체 수요조사와 산하기관 수요조사를 먼저 진행한 후에 다른 부처로 물품을 양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식약청은 국립대학에 개별적으로 공문을 보내 먼저 실험장비 양도 협약을 맺은 후 나중에 식약청 내부 및 산하 지방청에 수요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청이 곽의원에게 제출한 공문서를 보면, 올해 2월 초 식약청에 남는 물건이 있으니 필요한 물품을 가져가라는 공문을 각 국립대학에 보냈고, 자체 수요조사 및 지방청 수요조사는 두 달 뒤인 3월에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달청은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양도할 물품을 조달청에 등록하기만 하면 다른 부처까지 순차적으로 물품수요를 확인해 주는 물품관리시스템을 2009년에 구축한 바 있다.
식약청은 물품관리시스템에 실험장비를 먼저 등록하지 않았고, 조달청 감시망을 피해가며 다른 부처와 무상양도 협약을 맺은 것이다.

조달청이 곽의원에게 제출한 식약청 감사결과에 따르면, 식약청은 공기살균기 등 192점 7억5000만 원의 물품에 대해 사용연한 등 내용연수를 입력하지 않고 관리하다 적발됐다.
조달청이 지정한 32개 관리품목에 대해서도 조달청이 구축한 물품관리시스템에 물품을 등록하지 않고 관리하다 현지시정조치를 받았으나 무상양도한 145개 실험 장비는 식약청이 물품관리시스템을 피해 처리하는 바람에 적발되지 않았다.

곽의원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며 “식약청이 지난해 직제개편과 올해 청사 이전 등을 이유로 멀쩡한 실험장비까지 처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약청뿐만 아니라 오송 청사로 이전하는 다른 기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오송 청사 이전 기관 전체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곽의원은 “식약청이 지침까지 어겨가며 조달청 감시망을 피해 특정 기관에 실험장비를 무상 양도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외부압력이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