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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병·의원 기능 혼재 등 공급체계 모순 많아 개선 시급

김용익 교수, 건보-보건의료체계 태생적 모순구조 지적


우리나라 보건의료공급체계와 건강보험제도가 모순 투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시선을 끌었다.

김용익 서울대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지난 18일 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건강보험과 보건의료 공급체계 진단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건강보험과 보건의료공급체계 진단과 과제’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태생적인 모순구조를 집중 조명했다.

먼저 보건의료공급체계의 모순으로 의사가 병원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는 메이지 유신 시기에 만들어진 일본의 서양의료 제도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통해 한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유사한 의료제도를 공유하게 된 독특한 특징이라는 것.

서양의 경우 국가나 사회가 병원을 설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의사들이 병원을 설립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고 보통 의원만을 설립·운영한다는 부연이다.

즉 의사가 병원을 직접 설립하고 운영하는 한국에서는 이들이 병원을 소유하고 지배하며 보통 의원을 설립한 의사가 자본을 축적해가면서 의원 중 일부가 병원(20병상~100병상), 종합병원(100병상 이상), 대학병원으로 성장해 나가며 대다수의 병원은 자본이 축적돼 가는 중간단계에 있다고 전제했다.

개인병원은 물론 법인병원이라 할 지라도 개인지배적 성격이 유지되며 병원은 법적으로는 비영리로 규정돼 있으나 실제로는 영리적인 기업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소규모 병원이 난립하는 것은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에 특별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병원이 외래와 특히 입원 진료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방사선, 임상병리, 수술실 등 중앙진료시설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상당한 자본 투자가 소요된다.

김용익 교수는 “병원의 규모가 작을수록 생산단위당 생산비용은 높아지며 일반적으로 병원 장기비용곡선이 적정선 이하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최소 약 300병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서양에서는 병원을 지을 때 적어도 300병상~400병상이 되도록 설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300병상 미만의 병원이 전체 병원의 90.6%, 전체 병상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중소병원의 경영난은 흔히 ‘낮은 건강보험 수가’로 설명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적정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병원의 생산비용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병원의 경영수지를 맞춰 주자면 건강보험 수가는 크게 올라가야 하나, 이를 국민경제가 받아들이기는 어렵고 각 병원을 적정규모로 키우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대안일 것이라고 했다.

특히 소규모 병원이 생존하기 해서는 생산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늘리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규모가 일정한 상태에서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인건비의 절감, 시설/재료비의 절감 등이 시도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병원종사자의 노동강도 강화, 의료서비스 품질의 저하 등으로 병원이 매출을 늘린다는 말은 과잉진료와 거의 같은 의미가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결국 소규모 병원의 시설투자는 국가보건의료 재정의 측면에서는 과잉투자이며, 질적 수준이 낮은 의료서비스에 건보재정이 소요돼 그 효율성은 낮아지고 있음과 동시에 적정규모에 달하지 못하는 병원들은 높은 생산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각종 비합리적 행태(과잉진료, 비급여 확대, 인력 감축으로 인한 서비스의 질 하락 등)를 보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교수는 또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공급체계의 모순점으로 병원과 의원의 기능 혼재, 전문의의 개원허용, 의사와 약사의 기능 혼재 등을 거론했다.

김교수는 “대부분의 병원이 소규모로 난립돼 있고 의원과 병원은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구조로 모두 독자적으로 중복적 시설투자를 함으로써 국가보건의료체계 측면에서 과잉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적정규모에 이르지 못하는 병원들은 수익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비합리적 행태(과잉진료, 비급여 확대, 인력 감축으로 인한 서비스의 질 하락 등)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진료를 제공해야 할 의원은 전문의들의 개원으로 1차 의료의 문지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의료전달체계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중소병원(2차 병원)의 고질적인 전문의 구인난은 의원과 대협병원으로 전문의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교수는 건강보험제도의 모순으로 △공공 주도의 재원과 민간 주도의 공급 부조화 △재정보호를 위한 낮은 수가 VS 진료량 확대를 유도하는 행위별 수가제 유지 △의료보험 적용 항목의 제한(낮은 수가를 보전하는 우회로로 비급여 묵인) △조합방식의 운영체계와 급여 확대 등을 들었다.

그는 “공공재원의 확대와 민간병원의 증가 간의 정면 충돌이 빚어지고 보험재정 보호형 제도와 악화형 제도를 공존함에 따른 충돌, 그리고 광범위한 비급여의 허용으로 인해 이중 가격 구조가 형성되고 이것이 병의원들에게 비용전가와 이윤창출의 방식으로 고착화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보건의료재정과 보건의료 공급체계에서 영리든 비영리든 하나로 통합하려는 힘이 충돌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각 사안을 별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모두를 ‘패키지’로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함으로써 민간보험이 파고들 시장을 줄이고, 보건의료 공급체계의 공공 비중을 높임으로써 영리성을 지닌 영리의료법인의 대두를 막아내는 두 가지 전략이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