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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인 폭행-부당 현지조사 부당성 ‘도마위’

국회 복지위, 이중처벌 등 의료법 개정안 법안소위 심의

의료인에 대한 폭행 금지와 부당한 현지조사를 불응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있어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전현희 의원(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전체회의를 거쳐 법안소위에 회부돼 심의에 들어간 것.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 또는 협박해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공무원의 현지조사 요구, 명령에 응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고 조사·검사를 실시하는 관계 공무원은 반드시 조사명령서를 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즉 최근 의료기관에서 의사 폭행사건이 빈번히 발생해 의사의 진료권 뿐 아니라 환자의 진료 받을 권리도 침해받고 있는 실정이고, 의료기관 현지조사과정에서 관계공무원의 무리한 서류제출 요구 및 조사권 남용으로 의료기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이를 개선키 위함이 목적이다.

▲의료인 폭행 금지,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문구 삭제 필요
=의료인 폭행 금지 조항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한 복지위 수석전문위원실의 검토보고(이하 검토보고)에 따르면, 직접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의 경우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은 의료인의 진료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를 위한 진료에 장애 및 피해를 줌에 따라 적극적인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도 찬성하며, 정당방위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폭행·협박은 명백한 위법행위로 어떤 경우에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어 개정안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문구는 삭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협박해 진료를 방해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를 폭행해도 된다’ 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법률적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폭행·협박 등의 처벌은 ‘형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로 처벌이 가능해 의료법에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없고 필요하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가중처벌이 필요함에 따라 개정안 취지에 찬성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문구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확대해석의 우려가 있으며 형법에 따라 정당방위·정당행위 등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으므로 삭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제처의 경우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폭행 또는 협박이 가능하다는 해석의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검토보고에서는 “의료인·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폭행·협박으로 의료행위가 방해받지 않도록 제재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의료인의 안전한 업무수행 환경을 조성하고 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수용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했다.

단,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표현은 어떤 경우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불명확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폭행·협박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음을 고려해 삭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현지조사 불응-조사명령서 제시, 정부 ‘반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공무원의 현지조사 요구, 명령에 응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조항과 관련해 관리감독기관인 서울시 노원구·중구·용산구·은평구·서대문구·광진구 보건소, 경기도 가평군 보건소 등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먼저 ‘정당한 사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를 빙자해 무조건적으로 조사를 거부할 우려가 있다는 것.

특히 관계 공무원이 의무감시에 앞서 의료기관(의료인)이 주장하는 ‘정당성’ 시비에 휘말려 업무를 전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행정기관의 관리감독권을 현저히 위축시켜 의료기관의 위법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 복지위 검토보고서는 “의료기관 입장에서 볼 때 관계 공무원의 현지조사 등을 거부할 만한 사유가 존재할 수 있겠으나 어떤 경우 거부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정당한 사유’라고만 규정할 경우 최종판단은 법원에 귀착되므로 결과적으로 정부의 관리감독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보고와 업무 검사 등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고자 한다면 어떤 경우에 거부할 수 있는지를 보다 구체적·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정안에서 관계 공무원으로 하여금 조사기간 및 조사범위 등이 기재된 조사명령서를 제시토록 하는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는 적극 찬성한 반면 보건소에서는 조사범위를 규정해 놓으면 조사범위 외의 다른 위반사항을 적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우려했다.

공무원들의 무리한 서류제출 요구로 환자정보가 무분별하게 누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사명령서 제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의료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환자의 민원사항에 대한 조사를 사전에 차단해 환자의 알권리 및 기본권 보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약사법·식품위생법 등 여타 법령에서도 입법례가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에만 조사명령서 제시를 의무화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복지위 검토보고에서는 “무리한 서류제출 요구 및 조사권 남용 등으로 인해 진료권이 침해받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조사명령서를 제시하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속·원활한 조사를 요구하는 경우 조사명령서 발급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됨에 따라 복지부령에서 조사명령서의 발급요건 및 절차 등을 합리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 이밖에도 개정안에서는 불합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의료인·의료기관에 대한 중복제재(이중처벌) 완화 등도 담고 있어 향후 입법처리과정이 어떻게 진행될 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