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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보건소의 직접 진료 기능 축소해야”

공중보건강화를 위한 보건소 기능 및 역할 논의


보건소의 직접 진료기능을 축소해 민간기관의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상혁 이화여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중보건강화를 위한 보건서 기능 및 역할’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보건소 업무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지 않아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속적으로 보건소를 진료기관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며 “국가의 할 일과 민간의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지자체장들의 포퓰리즘적인 접근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현재 도서지역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민간 의료 인프라가 모두 자리를 잡고 있는 환경에서 공공기관이 민간기관과 진료기능을 경쟁한다는 것은 국가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교수는 “소액의 본인부담진료비로 인해 의료기장의 왜곡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진료의 질과 의료이용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 볼때 공공보건기관의 진료가 더 효율적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 측면에서도 긍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보건소의 진료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것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으며 보건소의 기능을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들로 구성해 민간과의 마찰을 피하고 지역의 공중보건을 강화하는 데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보건소의 자율성 강화와 기획, 평가기능 위주의 업무재편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 보건업무는 주로 기초 지자체의 보건기관인 보건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나 인력부족과 취약한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업무와 전시행정적인 업무 수행의 부담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결방안으로는 보건소의 업무를 행정과 기획·평가 업무로 전환하고 지역특성에 적합한 직접 서비스업무는 민간 보건의료기관을 이용한 공중보건사업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여한 문정림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보건소의 진료기능 축소에 공감을 표시하며 “복지부 정책이 지자체에 전달되기 어려워 본래의 정책의도와 다르게 진행될 우려가 있음에 따라 법령을 통해 예방·교육 중심 등 보건소의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일선에서 근무중인 함수근 속초시보건소장은 “신종플루의 확산 억제시 민간병원 참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 이었다”며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공중보건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건소의 정원이 감축되고 증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보다 효과적인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선 전염병 예방접종 등을 민간에 위탁하는 등 기능개편이 요구된다”고 곁들였다.

하지만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상임이사는 “보건소의 진료기능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 지 또한 소비자들의 접근성에 도움이 되는 지 의문”이라고 되묻고 “그러나 보건소의 현 진료기능을 축소하지 않는 상태에서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의원과의 연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측 토론자인 정충현 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민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 공공재가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재가 커버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사실 정부가 최소한의 필수영역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필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 보건소의 역할”이라며 원론적인 관점에서 의견을 끌고 나갔다.

그는 “건강증진이야 말로 보건소의 핵심”이라며 “지역특화건강행태개선사업은 지자체의 특색에 맞게 진행시켜 나가고 중앙에서 컨트롤해야 하는 부문은 그에 맞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