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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죽어가는 산부인과, 근본 회생대책 수립하라”

의협, 찾아가는 산부인과 보다 동네 의원 먼저 살려야

의협이 죽어가는 산부인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새울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원가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저수가, 의료분쟁의 삼중고 속에 몰락의 길을 걸어온 산부인과가, 정부의 현실을 망각한 선심성 정책과 원칙 없는 탁상행정으로 인해 고사 직전에 처했다”고 성토했다.

산부인과가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것이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는 푸념이 된지 오래다. 이 같은 어려움으로 인해 지난달 13일에는 강원도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의협은 “동네 산부인과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통계에 따르면 터무니없이 낮은 의료수가로 인한 경영난으로 인해 산부인과 폐원율이 2007년도 8.5%로 평균 폐원율을 훨씬 상회하고 있는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2008년도 서울시 의원급 의료기관 개폐원 현황을 보아도 산부인과 개원율이 전체 진료과목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산부와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만 집중돼 전문과목을 살리지도 못하고 그나마 얼마 안 되는 비보험으로 겨우 연명하는 산부인과 의원들이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의협이 발표한 산부인과 매출액을 살펴보면 수입이 높은 상위 30%의 매출액과, 수입이 낮은 하위 50%의 매출액 격차가 타 과보다 현격히 커 무려 12.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50%의 매출액 평균이 연 평균 5589만원에 불과해 매월 466만원 정도밖에 안 되는 수입으로 의원 임대료와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어 의원 문을 열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 할 정도.

상위 30%도 준병원급에 공동 개원하는 경우가 많아 지출이 큰 구조라는 점에서 경영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의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원칙 없는 탁상행정과, 현실성 없는 선심성 정책으로 산부인과 개원가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내과ㆍ외과ㆍ산과ㆍ소아과 등 4개 필수 메이저 과를 포함토록 한 병원 설립기준을 완화해, 산부인과 없이도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의협은 “이는 일선병원들이 시설 및 장비와 인력에 대한 투자비용이 큰 산부인과를 외면하게 함으로써, 가뜩이나 설 곳 없는 산부인과의 명맥을 아예 끊어버리겠다는 의도나 다름 아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즉, 저출산ㆍ고령화 문제가 국가 사회적인 이슈로 최우선 해결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산부인과의 씨를 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출산율을 높이겠다며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비롯해 말도 안 되는 선심성 보험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산부인과 개원가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찾아가는 산부인과'가 올 상반기에만 1600여명을 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만큼의 진료를 동네 산부인과에서 담당하게 하거나 도산하는 산부인과를 차라리 정부가 인수하는 방안 등을 강구했더라면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의협의 생각이다.

산부인과 기피문제도 이젠 더 이상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입이 아픈 상황이다. 의협은 “산부인과 전공의 수는 해마다 미달, 정원의 60%밖에 수급되지 않고 있다”며, “간호인력도 격무를 감당하지 못해 점차 산부인과를 떠나는 등 분만현장을 지킬 수 있는 의료 인력의 절대 숫자가 심각한 부족현상에 허덕이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의협은 “국가적 투자와 지원책이 필요한 분야가 바로 산부인과이지만, 현행 선진국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가로는 도저히 정상적 경영을 할 수가 없다”면서, “이러한 암울한 산부인과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의료계가 무수히 많은 건의를 하고 절박한 호소와 주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히려 산부인과를 말살하는 거꾸로 가는 정책을 펴고만 있다”며 답답함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의협은 “정부는 산부인과 몰락의 결과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궁극적으로 국가적 재앙이 될 것임을 엄중히 인식해, 산부인과 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하루속히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의 요구안》

첫째, 정부는 산과를 배제하고 있는 현행 병원 설립기준을 원래대로 강화하여, 산과 설치를 포함해야만 병원설립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산부인과 개원가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는 ‘찾아가는 산부인과’ 서비스와 같은 선심 정책보다는 실질적으로 동네 산부인과 진료가 활성화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을 제시하라.

셋째, 만성 적자와 인력난에 시달리는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 수가를 현실화하고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지원책을 강구해 시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