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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2006년, 질병퇴치의 큰 걸음이 되길!

 
                            심영기 인제대 나노공학부 교수
 
 
2005년도가 조류 독감 충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걱정거리를 남겨준 한 해였다면 2006년도엔 조류 독감은 물론 지금까지 인류를 공포에 빠지게 했던 AIDS 등 불치병이 해결되는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람마다 질병에 대한 대항 패턴이 상이한 것은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조류 독감의 치료제인 타미플루(Tamiflu; Oseltamivir phosphate)에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가 베트남에서 발견되는가 하면 영국의 한 청년은 기적같이 AIDS에서 완전 자연 치유 되었다는 기사들은 아직도 질병과 인간의 싸움에선 알 수 없는 개인적 차이가 수 없이 많다. 유전적 질병뿐만 아니라 어떠한 병에 대한 저항력 역시 개인적 유전 정보에 기인한다는 생각이 점점 더 짙어져 가고 있어 인간의 30억 유전자 쌍에 대한 더 깊은 조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사실 인간 유전자 30억 쌍 중 99.9%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서열이라는 것이 알려졌으며 단지 0.1%의 차이가 많은 질병에 대해 그렇게도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이젠 믿고 있다. 2년 전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었을 때만 해도 온 세계는 이제 곧 모든 질병에서 해방될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고 희망을 가졌었다. 물론 두꺼운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가득 채우고 있는 26개의 알파벳을 찾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과 같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지만 개개인마다 다른 유전자를 알아내는 데 수십 년이라는 시간과 수백만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거대한 장벽 앞에 다시 맞닥트리게 되었다.
 
 
유전자와 질병과를 서로 매칭시키는 이 엄청난 과업 앞에 실망하고 있던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 것이 바로 해프맨(HapMan)과 그 분석 기술이다. 천만 개나 서로 다른 유전자 서열(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로 개인의 질병 위험도가 달라지지만 특정한 질병에 걸리는 사람들은 공통적인 SNP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SNP는 예상하는 천만 개에 미치지 못하는 280만 개 정도이니까 대략 300개에 하나 정도인 셈이다. SNP가 뭉친 조각을 해프로타입(haprotype)이라고 한다.
 
 
고유한 기능을 갖는 해프로타입에 들어있는 일부 SNP를 연구하면 거기에 있는 모든 SNP를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SNP는 가까이 있는 것끼리 서로 모이고, 멀리 있는 것은 멀리 있는 것들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다른 종보다 상대적으로 해프로타입이 크게 변형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고 생각되는데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 유전자의 65~85%가 염기 1000여개로 구성된 해프로타입에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해프로타입 연구를 통해 인간이 갖고 있는 유전자 다양성의 상당 부분을 알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해프로타입은 독특한 패턴을 갖기 때문에 SNP 30만 ~60만개를 연구하면 전체 SNP 1000만개를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해프로타입 연구를 통해 인간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얻을 수 있다. 해프로타입을 모으면 해프맵이 되는 것이다. 해프맵 패턴은 개인 또는 특정 체질에 따라 다르므로 해프맵이 완성되면 특정 질병에 걸린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해프로타입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질병이 있는 그룹에서 유전적 차이에 따른 특정 해프로타입을 발견함으로써 관련 질병을 치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02년 10월 30일 국제 해프맵 프로젝트(International Hapmap Project)가 미국, 영국, 중국, 일본, 캐나다 5개국이 참가하여 출범을 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에 이은 야심적인 국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한국 역시 이 분야에 자체적으로 많은 연구를 경주하고 있어 한국 사람들 자체의 특이한 유전적 지도를 완성한 바 있다.
 
 
해프맵을 통해 유전자와 질병의 관계를 훨씬 쉽게 찾아 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그러나 아직도 엄청난 돈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2005년, 작년 코네티컷주에 있는 454 Life Sciences사와 워싱턴대학 그리고 하버드의대의 도움으로 긴 DNA 사슬을 수백만 개로 조각을 내 동시에 그 서열을 알아 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냈다. 물론 아직은 전통적인 방법보다 정확도에서 많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그 결과 개별적인 유전적 차이를 알아내는 일이 십 수년 내에 가능하지 않을까 새해 벽두에 기대해 본다. 그날이 오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개별적으로 유전자를 스캔 받아 그 사람에 맞는 맞춤형 의약을 제공받게 될 것이고 최적의 치료 효과를 내게 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유전적 결핍을 다 갖고 있기 마련임으로 잘못된 유전적 문제를 정확히 진단 받아 남은 생애를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된다면 이 땅에 무병 장수의 꿈도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