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는 27일 검진동 8층 대강의실에서 「소아청소년암 진료 및 연구 발전 심포지엄(Together for the Future of Pediatric Oncology)」을 개최하고, 소아청소년암 진료체계의 지속 가능성과 국가 차원의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국립암센터가 국가암중앙관리기관으로서 소아청소년암 분야의 구조적 변화와 임상연구 기반 약화에 대응하고, 공공 중심 진료체계 강화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의료진과 연구자, 정책 관계자, 환자·생존자 및 가족, 언론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해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국내 소아청소년 혈액암과 고형암 치료 현황, 장기 생존자 관리체계 발전 방향이 발표되었으며, 치료 성과 향상에도 불구하고 전문 인력 확보와 장기추적관리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국립암센터 소아청소년암센터 박미림 센터장은 “국내 소아청소년 혈액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약 85%로 미국 등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이러한 성과는 국가 암 등록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 관리가 큰 역할을 했으며, 이를 위해 전문 인력 확보와 지속 가능한 연구 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의대 한정우 교수는 “신경모세포종, 윌름스종양 등 주요 소아 고형암에서 높은 완치율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을 활용한 맞춤형 정밀 의료가 도입되어 난치성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면서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신약 접근성 확대와 다기관 공동 연구 지원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경상국립의대 박은실 교수는 “소아청소년암 생존자의 약 3분의 2가 심혈관계 질환 등 후기 합병증을 경험하는 만큼, 권역별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한 장기 추적 관찰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생존자들이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통합지지 표준 프로그램과 의료진 확충을 촉구했다.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임상연구지원센터 운영 경험과 국내 진료체계 현황을 바탕으로 연구 지속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공공의료 역할 강화 방안이 제시됐다.
성균관의대 성기웅 교수는 소아청소년암의 낮은 발생 빈도와 희귀성으로 인해 단일 기관 연구가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소아청소년암 임상연구 지원센터’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 교수는 “학회 차원의 독립적인 지원센터를 통해 임상시험의 질적 향상과 환자들의 치료 기회 확대를 추진하고, 국가적 지원을 통한 연구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남의대 임연정 교수는 소아청소년암 환자의 약 50%가 지방에 거주함에도 진료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된 ‘진료체계 구축사업’의 성과를 공유했다. 임 교수는 “사업을 통해 지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24시간 응급 대응 및 고난도 치료 체계가 마련되었으며, 그 결과 입원 건수가 2024년 대비 26.2% 증가하는 등 지역 내 진료 완결성이 높아졌다”면서 “향후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국가 예산의 지속적 지원을 통해 전국적인 진료 불균형을 해소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의대 김혜리 교수는 소아청소년암 진료가 ‘소아·암·중증’이 결합된 가장 취약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가와 인력난으로 진료 체계가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실제 상급종합병원 소아혈액종양과의 5년 누적 적자가 약 70억 원에 달하며, 전문의 1인당 담당 환자가 20명을 넘는 등 업무 부하가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소아청소년암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수가 신설과 국가 책임제 도입을 통해 진료의 공백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번째 세션에서는 일본의 소아청소년암 진료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을 공유했으며, 국내 소아청소년암의 미래 비전과 국가 차원의 전략 방향을 제안했다.
일본 국립암센터의 아유무 아라카와(Ayumu Arakawa) 박사는 “저출산으로 인해 단일 국가 내 임상시험이 어려워짐에 따라, 유럽을 중심으로 구성된 소아암 혁신 치료 연합 등 국제 협력 네트워크와 아시아 지역 내 아시아 소아종양 그룹을 통한 공동 연구를 활발히 추진 중”이라면서 “특히 미승인 약물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환자 제안 요양 서비스(PPHS)*를 활용하고, 신약 개발 시 소아용 개발 계획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 혁신을 통해 ‘드럭 래그(Drug Lag)**’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신희영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급감과 전문의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진료 체계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건희 삼성 기금을 통한 유전체 분석 및 치료 지원 성과를 공유하며, 지역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한 국가 차원의 소아청소년암 진료 체계 구축과 교육·심리·재활을 아우르는 ‘통합 케어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 패널 토론에서는 이주영 한국백혈병 소아암협회 경인지회 국장, 소아암 경험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소아청소년암, 우리는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진료환경 개선, 연구 중단이 환자 치료에 미치는 영향, 국가 책임 영역 확대, 사회적 인식 개선과 언론의 역할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소아청소년암이 공공의료의 핵심 영역이라는 데 공감하며, 지속 가능한 진료·연구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소아청소년암은 환자 수와 관계없이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분야”라며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과 연구 전략에 적극 반영해 공공 중심 소아청소년암 진료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