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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근거없는 의대정원 증원은 의료붕괴 가속하는 폭주 정책

정부는 2027학년도 이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강행하고 있다. 이는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등 의료 교육과 수련의 당사자들이 일관되게 문제를 제기해 온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결정이다. 대한민국 의료체계 전반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무책임한 정책 폭주이다.

정부가 제시한 의사 인력 부족 추계는 출발점부터 신뢰를 상실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기술에 따른 의료 생산성 변화는 반영이 안 됐고, 단순한 입내원일 기준만을 내세워 전문과목별 수요 분석과 재정 소요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 그 결과 추계 모형은 자의적으로 축소·재구성됐고, 의사 부족 규모는 정책 결론에 맞춰 부풀려졌다. 이는 과학적 추계가 아니라 숫자를 앞세운 행정 편의적 계산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의학교육과 수련 체계의 붕괴이다. 현재 다수 의과대학은 2024·20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이른바 ‘더블링’ 상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강의실, 실습 기자재, 해부 실습을 위한 카데바 확보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으며, 교수진 이탈과 수련 공백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교육의 질 저하를 넘어, 정상적인 의사 양성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이다.

정부는 2027~2031년 단계적 증원 시나리오에 대한 검증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책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불투명한 행정이며,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라 할 수 없다. 검증 자료 공개 요구를 외면한 채 숫자부터 확정하려는 시도는 정책 실패를 자초하는 길이다.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이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해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필수의료 붕괴의 핵심 원인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법적 책임, 열악한 근무환경, 비정상적인 보상 구조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채 숫자만 늘리는 정책은 지역 의료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 체계 붕괴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일차의료와 지역의료의 최전선에서 환자를 돌보는 단체로서 분명히 밝힌다. 이번 의대정원 증원 추진은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의학교육 붕괴와 의료체계 불안을 초래하는 고위험 실험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정책을 멈춰야 한다. 

특히 의학교육과 수련 체계가 무너질 경우, 그 피해는 미래 의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받는 의료의 질 저하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충분한 검증 없이 추진되는 의대정원 증원은 단기간의 숫자 확대만 남기고, 중장기적으로는 의료 안전과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의사들의 단순한 우려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의료 현장과 국민에게 전가해서도 안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정부는 잘못 된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을 즉각 중단하라.

중요한 과학적 변수와 근거를 배제하고 정치적으로 진행하는 현재의 의사인력 추계위원회를 전면 개편하라

의학교육 정상화와 수련 공백 해소 없이는 어떠한 증원도 불가함을 명확히 인식하라.

필수·지역의료 문제의 해법으로 숫자 확대가 아닌, 보상 체계 개선과 법적 안전망 구축을 우선하라.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이번 사안을 국민 의료체계의 붕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 결정을 철회할 걸 요구하며 본회는 대한의사협회 및 사회 각계와 연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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