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7 (월)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기고] 政, 호스피스병동 폐쇄 없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하라

생애말기의 돌봄은 그 사회의 품격을 말해줍니다. 최근 울산대병원이 호스피스병동을 갑작스럽게 폐쇄한 일은, 우리 사회가 말기 환자와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호스피스는 단순히 치료를 중단하는 곳이 아니라, 긴 투병에 지친 말기 환자가 마지막까지 고통을 덜고 인간다운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필수 의료’의 영역입니다. 

문제는 이미 예고돼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중증환자 중심의 진료체계를 설계하며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는 말기암환자는 중증환자에서 제외했습니다. 이는 곧 호스피스 병동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며 따라서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극심한 통증과 호흡곤란을 겪고 있는 말기암환자 조차 ‘중증이 아니다’라며 상급종합병원 밖으로 밀어내는 결정은, 현재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말기암환자 돌봄의 책임을 상급종합병원에서 회피해선 안 됩니다. ‘말기환자’라 하더라도 임상적으로 다양한 중증도를 지닌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안정적인 상태의 말기환자는 재택이나 요양병원, 1차 의료기관에서 돌봄이 가능하지만, 중증의 말기환자에게는 마약성 진통제의 세심한 조절, 심한 구토, 출혈, 경련 등 복합증상에 대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고난이도 증상조절은 상급종합병원의 전문 인력과 장비, 경험을 기반으로 해야 효과적입니다. 특히 말기암환자의 경우는 ‘치료 중단에서 완화의료로의 전환’을 위해 상급종합병원 내 호스피스 병동은 필수적입니다.

이에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다음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1. 정부는 공공성과 환자 권리를 우선하는 정책을 통해, 울산대병원 사례처럼 수익성을 이유로 호스피스 병동이 폐쇄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호스피스는 생명의 존엄한 마무리를 위한 필수 공공의료입니다. 수익 논리가 아닌 환자 권리와 돌봄의 지속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2. 상급종합병원이 말기환자 통합돌봄의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평가 기준과 현재 진행중인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서 중증환자의 기준을 재정비하라. 

중증도 높은 말기환자에겐 다학제적 접근과 상급종합병원 내 호스피스 병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3 누구나, 어디에서든 인간다운 생의 마무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전국적인 호스피스 인프라를 확충하고 병원 간 접근성을 평등하게 보장하라. 

모든 국민은 지역, 병원, 소득에 상관없이 호스피스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뒷받침과 지속 가능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죽음의 순간에서 마저 외면당하는 사회가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호스피스는 선택이 아니라 권리이며, 국가는 그 권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