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문가들로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관리급여’ 정책이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하고, 의료행위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물리치료사들의 경우 입생존권과도 직결되고 있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충격파재생의학회가 1일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정책심포지엄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장은 “최근 과잉우려가 있는 비급여 진료를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비급여 항목들을 ‘관리급여’라는 이름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 나왔다”고 지적하며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정책이 진행되고 있어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재원 대한의사협회 前 정책이사는 먼저 “외국의 교포들도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치료할 만큼 비용 대비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 의사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지만, 관리급여나 혼합진료 금지 정책을 펴나간다면, 의료가 위축되고 그간 쌓아온 우리나라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관리급여’는 환자의 치료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이라며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약으로만 치료하는 시대가 아니다. 환자도 다양한 치료의 욕구가 있기에, 치료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실손보험 개혁이 먼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정재원 前 정책이사는 “보험업계의 실질적인 개혁 후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 통합, 논의해 합리적으로 재정립함으로써 나아가야 한다”며 “비급여 접근성을 제한하고 환자의 자율성을 제한함으로써 혼합진료를 못하게 되면 환자는 1번 내원할 일을 2~3번 방문함으로써 환자의 피로도를 증가시키고 접근성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급자와 환자단체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통합으로 진행해야 한다. 졸속적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재만 의협 정책이사는 전 서계 어디를 보더라도 의료의 질, 접근성, 비용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나라는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마치 이 세 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에게 거짓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외국의 사례도 예를 들었는데, “싱가포르만 해도 급여, 비급여를 구분하기보다는 국가가 지정한 병원에서는 건보제도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약가 책정이나 의약품 도입 자체도 철저하게 관리된다. 고가 치료나 최신 치료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춘 나라들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제도가 지나치게 경직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정부도 관련 정의를 혼재해 사용하고 있다”며 급여화가 잘못 진행될 경우 사보험이 규제 대상이 돼 법적 문제까지 비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물리치료사들의 생존권 문제와도 관련돼있다고 덧붙였다.
물리치료사와 관련한 문제는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이민형 보험총괄이사의 발언으로 더욱 자세하게 드러났다.
이민형 이사는 “정부정책은 물리치료 행위에 대해서 과도한 제한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며 “과잉진료를 이유로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을 ‘관리급여’로 편입 및 가격을 통제하기로 한 것은 이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물리치료사의 업무자체를 축소시키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고 반발했다.
또 “개편안 발표 이후 일부 의료기관에서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와 관련 부서를 축소 및 인력을 감소시키기 시작했다. 중소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물리치료사는 심각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다년간 저수가 구조로 이어져왔는데, 비급여로 갑자기 통제하게 되면 병원 경영도 어려워지고 물리치료사들의 생존권에도 문제가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 이사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정책결정 과정에서 물리치료사나 환자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지 않았다.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전략이나 왜 이런 상황이 왔는지에 대한 의견 한번 들어보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 자체에 불만이 나오고 있다”면서 “국민과 물리치료사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 및 헌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충격파재생의학회 정진영 회장은 “충격파나 도수치료가 상당히 좋은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관리급여가 전환되거나 적절한 수가를 받지 못하면 사용하지 못하는 치료가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의료행위가 왜곡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전했다.
대한충격파재생의학회 노규철 차기회장은 “학회 모임을 통해 도수치료, 재생치료, 채외 충격파 등이 의학적으로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발표함으로써 정책적으로 보다 치료 가능한 근거를 제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변화하고 있는 정책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환자나 물리치료사, 의사들 자체 내에서도 직업인의 한 사람의 생활할 수 있도록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