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치료 후 구제 수술(salvage surgery)을 통해 병리학적 완전 관해를 달성한 사례를 최초로 국제학술지 TLCR(Translational Lung Cancer Research)에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안홍준 교수 연구팀이 진행했으며, 환자는 30갑년(pack-year)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해당 환자는 1주일간 지속된 언어 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했고,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좌측 전두엽에 출혈성 변화가 동반된 2cm 종괴가 발견됐다. 추가적인 CT 및 PET-CT 검사에서는 우측 상엽에 2.1cm 크기의 종양과 종격동 림프절 비대가 확인됐다.
조직 검사 결과, EGFR 엑손 21 L858R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됐으며, 당시 병기는 T1cN2M1b, IVA로 분류됐다. 환자는 초기 치료로 뇌종양 절제술을 받은 후 정위 방사선 수술을 시행했으며, 이후 렉라자 240mg을 6개월간 경구 투여했다.
6개월간의 렉라자 치료 후 시행한 영상 검사에서는 종양이 완전히 소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다학제적 협의를 거쳐 구제 수술을 결정했으며, 환자는 비디오 흉강경 수술(VATS, Video-Assisted Thoracic Surgery)로 우상엽 절제술 및 종격동 림프절 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결과, 절제된 폐 조직과 림프절에서는 종양 세포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았으며, 병리학적 완전 관해가 확인됐다. 또한, 수술 과정에서 특별한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았고, 환자는 수술 6일 후 흉관을 제거한 뒤 안정적으로 회복했다.
렉라자는 3세대 EGFR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로,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어 중추신경계(CNS) 전이가 있는 폐암 환자에서도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약물이다. 앞서 진행된 LASER301 연구에서도 렉라자는 기존 치료제인 게피티닙보다 우수한 치료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렉라자 단독 치료 후 구제 수술을 시행했을 때 병리학적 완전 관해를 달성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렉라자의 강력한 항암 효과가 병리학적으로 확인됐다. 기존에 진행된 연구에서 1세대 및 2세대 EGFR-TKI 치료 후 구제 수술을 받은 환자 중 병리학적 완전 관해를 보인 사례는 극히 드물었으나, 이번 사례는 3세대 EGFR-TKI의 치료 효과가 기존보다 강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사례는 EGFR 변이를 가진 폐암 환자의 치료 전략을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주며, 신약의 항암 효과를 병리학적으로 입증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까지 EGFR 변이를 가진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구제 수술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지는 않았으나, 이번 사례를 통해 특정 환자군에서 구제 수술이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EGFR-TKI 치료 중 수술 전후(주위 치료) 사용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환자는 수술 이후에도 렉라자 치료를 지속했으며, 1년간 재발 없이 무병 생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방향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