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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를 1년간 지켜본 환자와 국민들은 극심한 정서적 불안과 생명 위협을 겪어왔습니다.
의정 간 갈등이 지속되며 중증환자들은 불안한 일상을 견뎌야 했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해결책 없이 원점 논의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의료계와 정부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습니까? 지금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까? 이 사태를 지켜본 정치권, 시민단체, 언론은 이 상황에 만족하고 있습니까?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 중단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은커녕, 환자들의 고통과 피해를 방치한 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환자와 국민 앞에 나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사람이 있습니까? 정부의 의료 개혁은 영리화, 민영화라는 오명으로 얼룩졌으며, 의료계는 집단 이기주의적 태도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사태를 1년간 끌어오며 대치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부와 의료계는 이제라도 환자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정부의 안이한 태도와 의료계의 원점 재논의 주장으로 인해 중증환자들은 깊은 허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는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권 논의보다는 의료인력수급위원회 추진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개혁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환자 피해 조사는 아예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습니다. 의료대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 할 환자 피해 조사 기구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의료개혁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도 의료 대란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중증환자들은 수술과 항암 치료 지연 속에서 더 나아질 대한민국 의료를 바라는 희망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이러한 참담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숫자 조정에만 시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 중증질환 환자들이 지난 1년을 버텨온 것은, 올바른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지지 때문이었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의료개혁에 대한 의지를 저버리거나 후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합니다. 중증질환자들이 감내해온 1년의 시간이 물거품이 된다면, 역사 속에서 이 사태의 책임자들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정부의 의료개혁을 지지한 이유는 공공의료, 필수의료, 지역의료, 주치의 제도와 같은 의료개혁의 핵심 과제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변화가 중증질환자와 국민의 건강권을 중심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습니다.
우리 사회가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환자 피해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언론 또한 단순한 사례 소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중증환자들이 의료현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심층 취재해 점검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예상되는 초과 사망 문제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최우선이 돼야 하며, 그 핵심 해결책은 바로 환자 피해 조사 기구의 발족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얻어진 자료를 기반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중환자 및 응급실 공백을 막기 위한 법적 정비나 법제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의료 공백 문제는 의료인력추계위원회의 결정으로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제2의 전공의 사직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을 정비하고 새로운 법을 제정해, 중증환자와 응급환자들에게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 초기에는 1~3개월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많은 분들의 헌신 덕분에 1년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과 교수님들, 그리고 의료현장을 지킨 소수의 젊은 의사들이 헌신적으로 의료 현장을 지탱해왔습니다. 특히 조리돌림을 당하면서도 환자를 위해 남아준 젊은 의사들에게 깊은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정부는 이들의 노고를 평가하고, 행정적 지원이나 보상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통해 안일한 정책 준비와 협상 능력 부족의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만약 정부가 더 일찍 타협안을 제시했거나 협상 태도를 바꾸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큽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직시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정부와 의료계, 정치권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가.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와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
나. 정치권은 중환자 피해 조사 기구를 발족해 명확한 조사를 실행하라.
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법을 법제화하라.
라. 1년간 의료 현장을 지킨 젊은 의사들에게 대한 명확한 보상 지침을 마련하고 발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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