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 치료에는 약물 치료, 수술, 식이요법 등의 치료법을 적용하지만 생활관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신약의 원활한 도입을 통해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새 치료옵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강조됐다.
세계뇌전증협회와 세계뇌전증퇴치연맹은 2015년부터 뇌전증 인식 개선을 위해 매년 2월 두번째 월요일을 기념일로 지정했다. 올해는 2월 10일이 해당하는 날로,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12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대한뇌전증학회 역시 매년 세계 뇌전증의 날을 기념해 해당하는 주를 ‘뇌전증 홍보주간’으로 지정했다.
대한뇌전증학회가 ‘세계 뇌전증의 날’을 맞아서 10일 삼성서울병원 대강당에서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 우리사회의 뇌전증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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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재림 교수가 뇌전증환자의 치료 및 최근 현안에 대해 소개했다.
김재림 교수는 “최근 뇌전증 환자가 남녀불문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층에서 다른 뇌 질환과 함께 뇌전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뇌전증 환자 중 3분의 2는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조절될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약물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된다. 2가지 이상 항뇌전증제를 충분한 용량으로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해당된다.
때문에 김 교수는 난치성 뇌전증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접근을 요구했다.
이어 “뇌전증 치료는 환자별 맞춤형으로 진행된다”며 “대부분 항경련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조절되지만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약물치료, 수술, 식이요법 등의 병행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생활관리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내 항뇌전증제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3세대 신약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신약이 기존 약물보다 부작용이 적고, 약물 간 상호작용이 적기 때문”이라면서 “고령 환자가 증가하면서 기존에 복용 중인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필요한데, 신약이 적극 도입되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에 없는 신약으로는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 브리비액트(성분명 브리바라세탐), 핀테플라(펜플루라민)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일부 약물의 경우 ‘응급처치제’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발작이 지속되는 환자의 경우, 응급약물이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일부 환자는 한번 경련을 시작하면 연달아 발작이 이어지는 ‘군집성 발작’을 겪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첫 번째 발작이 발생했을 때 즉시 응급약물을 투약하면 이후의 발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는 응급처치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조차도 제한된 편이다. 주사제로 아티반(성분명 로라제팜)과 미다졸람(성분명 미다졸람)이 있으나, 정맥투여가 필요해 병원 방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경구용 약물인 센틸(성분명 클로바잠)은 환자가 의식을 회복해야만 복용할 수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비강 스프레이형 약물이나 직장 투여용 약물을 통해 환자가 의식이 없어도 보호자가 직접 투약할 수 있는 응급약물이 사용되고 있다며, 김 교수는 이러한 약물들의 국내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뇌전증의 수술적 치료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는데, 뇌전증 수술 방법으로는 △발작을 유발하는 병변을 제거하는 ‘절제술’ △절제병변이 없거나 특발성인 경우 발작 빈도를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완화술’ △신경을 자극해 발작을 조절하는 ‘신경조절술’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의 경우 수술이 고려되지만, 모든 환자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술 전 철저한 평가를 거쳐 적합한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수술을 시행한다고 해서 반드시 완치되는 것은 아니며, 뇌 수술 특성상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신중한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주로 소아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식이요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식이요법은 뇌가 보통 당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케톤식이요법을 통해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케톤식(고지방·저탄수화물 식이) △MCT(중쇄지방산) △저혈당지수 식이요법이 있다.
이어 “칸나비디올(CBD) 신약이 특정 환자군에 효과가 있어서 희귀질환센터에서 처방이 가능하다”며 “향후 더 많은 환자가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뇌전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관리’”라면서 규칙적인 약 복용, 금주, 충분한 수면, 과로 및 야간근무 피하기 등을 권장했다.
한편 뇌전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뇌전증 환자를 지원하기 위한 제정법률안 ‘뇌전증 관리 및 뇌전증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도 지난 10일 발의됐다. 여야의 주요 의원 20명이 마음을 모아 공동으로 발의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법률안에는 △5년마다 복지부장관이 뇌전증관리 종합계획 수립 △국가뇌전증관리위원회 및 뇌전증지원센터 설치·운영 △뇌전증의 예방∙진료 및 뇌전증환자 지원을 위한 뇌전증연구사업 △뇌전증등록통계사업 △역학조사, 실태조사 등을 실시하고 △뇌전증환자에 대한 고용∙직업능력개발훈련 △의료비 지원 △심리상담 서비스 △주간활동·돌봄 등을 지원하는 것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