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과 함께 겨울 기운이 커지면서 독감(인플루엔자)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인 독감은 가을부터 봄 사이에 주로 유행하면서 호흡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합병증과 후유증을 남기는데, 대표적인 독감 합병증으로 부비동염이 있다.
부비동염은 흔히 ‘축농증’으로 알려진 상부 호흡기 감염증으로, 주로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후유증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독감 유행 시기에 부비동염 환자 수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10~12월 환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가 유사하게 나타났다.
독감 환자는 지난해 10월 27만 1752명, 11월에 47만 9187명, 12월에는 84만 697명으로, 8~9월 평균 환자 수 5만 3639명 대비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마찬가지로 급성 부비동염 환자도 지난해 10월 64만 5420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해 12월 82만 992명으로 정점을 찍으면서 8~9월 평균 환자 수 45만 9906명 대비 높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부비동염, 환자 ‘삶의 질’ 낮춰... 조기 진단 및 적기 치료로 만성 및 합병증 예방해야
부비동염이란 부비동 내부에 화농성 분비물이 고이면서 내부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얼굴 뼈 안에 있는 빈 공간인 부비동은 작은 구멍으로 연결된 콧구멍을 통해 공기를 순환시키고 분비물을 내보내는데, 부비동이 특정 원인에 의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화농성 분비물이 쌓여 염증이 발생한다.
부비동염은 주로 소아 및 아동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 및 아동은 부비동이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고, 부비동의 배출구가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어 코와 부비동이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감기에 의한 염증이 쉽게 부비동으로 퍼지는 이유다.
코막힘과 콧물이 주요 증상인 부비동염은 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등의 호흡기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콧물 색이 맑고 투명한 비염과 달리 누런색이나 초록색의 콧물이 3~4주 이상 지속된다면 감기나 비염이 아닐 수 있으며, 감기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약제들을 복용해도 증상이 여전하다면 부비동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부비동염은 일상 생활의 불편함을 초래해 환자의 삶의 질을 낮추는 질환이다. 상당수 부비동염 환자들은 심한 코막힘으로 인해 머리가 무거운 증상, 두통, 집중력 감소, 수면장애 등에 시달리거나, 묵직한 압박감에 따른 안면부 통증을 호소한다. 또한, 부비동염을 제때 발견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할 경우, 눈 주위 봉와직염, 경막외 농양 등 다양한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조기 진단을 통한 적기 치료에 신경 써야 한다.
실제 부비동염의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상관 관계는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20년 미 비강학 전문가 앤드류. J 토마스(Andrew J Thomas) 박사 연구팀이 세계 최고 권위의 비강 분야 학술지 ‘국제 알레르기 및 비강학 포럼’에 발표한 ‘만성 비염 환자에서 단기 의학적 관리로 관찰된 삶의 질과 후각 변화’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적절한 치료가 만성 부비동염 환자의 후각 기능 관련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비동염 진단, 비내시경 검사·철조법 등 활용... 증상 지속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
부비동염은 증상의 발생 시점, 지속 시간 등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4주 이내는 급성 부비동염, 증상이 12주 이상 이어지는 경우는 만성 부비동염으로 구분되는데, 급성 부비동염은 콧물, 코막힘과 함께 두통, 미열, 안면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 부비동염은 지속적인 누런 콧물에 코막힘, 코 뒤로 넘어가는 콧물(후비루)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부비동염의 진단법으로는 단순 문진, 비내시경 검사, 철조법(투시법), 조직 검사, CT 촬영 등의 방법이 있다. 특히 철조법은 부비동에 빛을 강하게 비춰서 투과되는 광패턴을 육안으로 판별하는 방법이다. X-ray와 CT촬영법과 비교해 방사선 피폭 우려가 낮아 어린아이나 임산부 등이 받기에 적합하다. 또 의료진이 육안으로 빠르게 판단할 수 있고 검사 정확도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
부비동염 치료, 항생제 치료 우선... 증상 개선 여부에 따라 보조 약제 사용, 수술 등도 고려해야
만성화가 쉬운 부비동염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부비동염의 예방을 위해서는 인플루엔자와 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등의 질환 감염에 유의하고, 평소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우선, 외출 후 손발을 씻어 개인위생에 주의하고 실내 온·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 또한, 충분한 수분 섭취로 원활한 분비물 배출을 유도하고, 생리식염수로 하루 2~3회 코 내부를 세척하는 것도 세균성 감염 확률을 낮춰 부비동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부비동염 발병 후에는 조기 진단을 통한 적절한 치료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 부비동염의 치료는 급성 부비동염과 만성 부비동염 모두 항생제 중심의 약물 치료가 기본이다. 급성 부비동염은 항생제를 10~14일간 투여하면 증상이 개선되지만, 만성 부비동염은 항생제와 함께 다양한 약물 치료를 필요로 하며, 심할 경우 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
부비동염 치료 시에는 항생제 외에 보조 약제를 함께 사용해 보다 효과적으로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보조 약제로는 콧물, 코막힘 등 개선에 도움이 되는 비점막수축제나 항히스타민제, 국소용 스테로이드제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생리식염수로 코 세척을 하거나 가습기를 활용하면 점액의 점도를 낮추고 배액과 섬모운동을 향상시켜 점막충혈을 완화하는 등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