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수면연구학회가 ‘2024년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모두가 잘 자는 건강한 사회(Sleep Equity for Global Health)’라는 주제로 ‘세계 수면의 날 심포지엄’을 지난 3월 15일 이대서울병원 이영주홀에서 개최했다.
이날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수면 현황을 비롯해 ▲청장년의 수면 및 나이에 따른 수면위생 양상 ▲교대근무와 수면장애 간의 상관관계 등 수면건강과 관련된 현황 점검 및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다양한 연구들이 공유·논의됐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대한수면연구학회 정기영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을 만나 이번 심포지엄에서 어떤 사안들이 주제들이 발표·논의됐고, ‘건강한 수면’을 위해 개개인부터 사회와 국가에 이르기까지 어떤 개선 노력들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2024년도 대한수면연구학회 ‘세계 수면의 날’ 심포지엄 개최 소감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A. 이번 심포지엄은 예년과 같이 언론 및 환우들과 함께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 같이 살펴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면 문제에 대해 인식을 공감하고 국민들이 좀 더 나은 수면건강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어 아주 성공적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수면의 날의 주제는 ‘모두가 잘 자는 건강한 사회’에 맞게 각 연령층 및 교대근무와 관련해 수면 문제를 주로 다루었는데, 우리나라 국민의 수면위생에 대한 서베이 결과가 아주 시사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또, 교대근무에 대한 내용도 교대근무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수면 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아울러 다음연도 심포지엄 주제도 청소년과 노인의 수면 문제의 심각성과 교대근무와 빛 공해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주제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 등을 토대로 살펴본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연령별 수면 위생 현황 등은 어떠한 상황인가요?
A. 청소년기에는 수면시간이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들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각각 ▲고1(17세) 6.02시간 ▲고2(18세) 5.62시간 ▲고3(19세) 4.86시간 등으로 심각한 수면 부족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주말과 평일 사이의 수면 시간 차이는 고학년이 될수록 커지고 있는데, 이는 학생들이 주말 동안 더 많이 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나이가 많을수록 ▲더 많은 낮잠 ▲수면/각성 문제 행동 ▲우울한 기분 ▲저녁형 선호도를 보고했는데, 학업 요구와 오락(인터넷과 텔레비전)이 주된 수면 부족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다른 나라의 이전 연구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면 부족이 훨씬 더 심하고 불규칙한 수면/각성 패턴을 보이고 있는 상황으로, 청소년 수면 부족의 심각성과 우리나라 사회의 폐해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인의 수면 패턴 변화와 관련해 말씀을 드리자면, 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성인의 수면 패턴에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변화는 평일과 휴일 모두에서 수면 시간이 앞당겨지고, 평균 수면 시간이 ‘7.45시간 → 7.13시간’으로 감소한 것으로, 짧은 수면 시간(<7시간)의 유병률이 증가한 반면, 긴 수면 시간(≥8시간)의 유병률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저녁형 인간의 선호도와 사회적 시차(Social Jetlag)가 증가했으며, 우울증 유병률도 ‘4.6% → 8.4%’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우울증 유병률의 급격한 증가와 수면 시간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됐는데, 이는 짧거나 긴 수면 시간이 우울증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인 인구에서의 수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며, 주로 ▲수면의 질 저하 ▲과도한 주간 졸음 ▲불면증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수치는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약 12.5%가 수면의 질이 낮고, 22%는 과도한 주간 졸음을 겪으며, 무려 51.3%가 불면증을 경험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면의 질과 양에 영향을 미치고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수면 패턴 장애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더 흔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면 행태의 하향 추세가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할 때, 전국적인 수면 교육 및 홍보는 수면 건강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공중보건 전략으로 간주돼야 합니다.
Q. 수면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과 문제점으로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대한수면연구학회가 2022년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면무호흡 진단에 수면다원검사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3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수면무호흡의 표준치료로서 양압기를 꼽은 사람은 25.9%에 그쳤으며, 당뇨는 수면무호흡증과 연관성이 있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나, 수면무호흡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증상과 질환에 대한 응답에서 당뇨병과의 연관성을 선택한 경우는 10% 미만을 기록할 정도로 수면무호흡에 진단과 치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함이 드러났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상당수가 수면위생이 불량함을 알 수 있고, 특히 불면증이 있는 분들일수록 수면위생이 더 좋지 않음이 지적된 것을 고려하면 평소 수면위생을 잘 지키는 것이 불면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국내 수면 관련 산업·치료 인프라 현황은 어떠하고, 인프라 개선 및 수면의 질 향상을 위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인프라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면검사 기사의 교육과 질 관리가 부재한 상황이며,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기술은 선진국 수준이나, 국산 의료기기가 전무해 수면다원검사기기나 양압기 등의 의료기기들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활용에 필요한 다양한 수면 데이터들이 개인정보 등으로 규제되는 등 지나치게 엄격한 정부 당국의 규제로 국내 기술개발 자체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와 함께 야간에 지난친 빛이 수면 건강과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을 개선하고자 ‘빛 공해 방지법’이 제정됐는데, 적극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면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가져오는 만큼, 사회공동체는 건강한 수면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국가는 건강한 수면을 위한 정책 마련을 해야 합니다.
현재 질병분류체계에서 정신질환 하부로 분류되고 있는 ‘수면장애’를 ICD-11 독립된 질병으로 분류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Q. 그 밖에 정부·국민·의료계 등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A. 오는 7월 6~7일 양일간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합니다.
국내외 많은 수면 전문가들이 참석해 다양한 연구발표와 토론이 있을 예정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면문제를 질병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사회가 도와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학교·직장 등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하며, 수업시간에 조는 것을 게으르다거나 불성실하다고 판단하는 것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건강한 수면을 위해 개개인이 해야 하는 노력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수면이 건강에 필수적이고 아주 중요함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잠을 자는 시간을 먼저 확보하고, 충분한 잠을 자고 나서 깨어 있을 때 활력있게 일하는 것이 건강과 생산성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자기 전 스마트폰 자제하기가 가장 중요하게 실천해야 할 항목임을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