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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④]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와 제약산업의 문제점과 대안은?

주신구(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2023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국민들이 위기를 느끼는 것은 ‘출산율저하’라고 생각된다.

국가를 구성하는 영토와 국민, 주권 중에서 국민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지구상 어느 나라나 민족에 물어봐도 위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령인구의 증가에 따라서 국가의 생산능력이 저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를 부양하고 경제활동을 이루어 나가려면 출생하는 인구가 늘어나지 못하고 갈 수록 줄어드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건 정부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역대 정부에서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고도 출산율 증가에 실패해 온 것은 사회문화적인 여러 갈등이나 경제적 여건 조성에 미진한 측면이 없지 않다. 여기에 덧붙여 아이를 낳고도 안전하게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 안된다면 마치 어미새가 둥지를 짓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 보건의료분야에서 세계최고의 의학기술을 보유했지만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소아과, 산부인과 의사들이 배출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줄어들고 심지어 전문과를 회피하게 되는 현상은 오롯이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에서 출발한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상대로 민간이나 정부가 민형사상의 죄를 논하고 있다면 의사들이 설자리는 없을 것이다.  소아과, 산부인과에 대한 보험수가를 원가이상으로 회복하는 것도 급한 일이지만 소아과와 산부인과 진료에서는 ‘무과실 의료사고에 한정한 포괄적 면책’을 시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해서 먼저 염두에 둬야 할 일은 정부의 건강보험정책 운용에 한계가 온 것이 아닌지 돌아보는 것이다.
소아과와 산부인과 뿐 아니라 필수의료라고 일컬어지는 생명에 직결되는 의료에 대해서 정부는 관치의료의 극단을 보이다가 이제는 아예 손을 놓아버린 형국이다. 

원래 건강보험은 국민들 개개인이 미래에 일어날 지 모르는 건강문제에 대비하려고 준비한 자금이다. 우리나라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택하고 있어서 조세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정부의 세금과는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 그나마도 정부는 법적으로 지불해야 할 정부보조금을 매년 덜 내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구조적으로도 문제인데, 정부는 적은 부분의 정부지원금을 내고 큰 자금의 운용권을 가지고 있다.  마치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의 모델처럼 상위에서 지주회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에 관해서는 강제지정제를 철폐하고 민간보험으로 모두 전환해야 하며, 사회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을 위해서정부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현재상태로는 건강보험이라는 거대한 자금에 가려져서 정부의 실제역할이 과대포장 되어 있다. 더군다나 정부에서 최근들어 비급여 통제에 애를 쓰고 있는데, 이는 공권력을 사용하여 민간의 보험자본을 넘보는 것 밖에는 안된다. 아랫돌 빼서 윗돌 막으려는 정부 보험정책은 정부가 ‘보건모라토리엄 선언’을 하는 것이 오히려 합당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 개혁의 시기를 놓치면, 영국의 NHS붕괴와 같은 사태가 열리게 된다. 민간보험을 길러내고 소외계층에 적용되는 부족한 부분은 정부에서 자금을 댈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건강보험정책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코로나 사태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대비대책과 인구정책에 직접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들이 3년 동안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고통받아 왔다.
질병의 전파를 차단하는 마스크가 없어서 전전긍긍하고, 최신백신을 보유한 외국회사와 계약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치료제가 부족하고 감염병상을 적절히 확보하지 못하여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였다.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바이러스나 세균을 확인하고 해당백신을 자체 생산하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미래의 부강한 나라의 척도가 될 것이다. 핵미사일이나 전차를 만드는 것 못지 않게 국민을 보호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백신이나 제약산업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의료관련 제약산업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규제를 철폐해주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 무기수출이 세계 일등이 된 것은, 우리나라가 해당분야에서 후발 주자였지만 국력을 집중시켜서 수 십 년간 키워온 결과이다. 마찬가지로 의료분야 특히 제약 분야에서도 선진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제약수출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이 국부를 증진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하다 보면 노벨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의과대학을 늘린다고 해서, 의사과학자를 늘린다고 해서 의료선진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자본과 시장이 결합해야 작품이 나오는 것이지, 의사인력을 동원하면 된다는 전근대적인 발상을 해서는 선진화의 길은 멀고도 험할 것이다.

이전의 정부에서 서비스 산업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원격의료를 수출하려고도 하고 병원 시스템을 수출하려고도 했고, 외국인들의 의료관광을 활성화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우리나라의 의료생태계는 요동을 쳤고 왜곡되어 왔었다. 건강보험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통해서 분배의 정의가 우선시 되는 곳에서는 필수적인 의료에 투자도 못할 지경이 될 수 밖에는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록 건보재정 고갈과 함께 실손보험이나 민간 보험도 왜곡되고 누수 될 것이다. 거기 다가 의료인력만을 확충한다고 해서 잘못된 경로로 방향이 잡힌 의료시장은 더욱 기형적이 될 것이다. 의과대학이나 간호대학을 늘린다고 해서 필수 의료가 늘어나리라고 예상한다면 매우 순진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이 할 일이 따로 있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정부는 기존의 관치통제성향의 의료정책을 과감히 개혁해서 민간에 이양하고 의료신기술, 제약산업등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에 계획적인 집중을 하기 바란다. 그래야만 향후 100년 동안 저출산, 초고령, 백신 무기화 시대에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