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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혈전 치료법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정영훈 중앙의대 광명병원 CAU 혈전-바이오마커센터장

지난 7월 중앙대 광명병원이 국내 최초 ‘CAU 혈전-바이오마커센터’를 개소했다.

이번에 개소한 ‘혈전-바이오마커센터’는 최근 고령화에 따른 동맥경화증의 증가와 빈번해지는 감염병 및 종양의 발생·중증도가 증가하면서 ‘혈전’ 발생 위험도가 높아짐에 따라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연구하고자 개설됐다.

다양한 동맥경화증-혈전병의 원인 진단 및 적정화된 치료까지 다양한 과정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며, 미국 헤모네틱스와 협력해 진료 및 연구시스템을 향상시킬 방침이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정영훈 중앙의대 광명병원 CAU 혈전-바이오마커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을 만나 국내 최초로 ‘혈전-바이오마커센터’를 개소하기로 마음먹고 추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며, ‘혈전-바이오마커센터’의 미션과 운영방향 등은 무엇이고, 혈전 관련 우리나라의 전망과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국내 최초의 혈전-바이오마커 센터가 개소됐습니다. 혈전-바이오마커센터 개소 소감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A. 제가 혈전 연구에 전념한 지 15년이 다 되어 가는데, 제가 처음 혈전 연구를 시작했던 때만 해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혈전 부문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서양인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 상당히 다릅니다.

최근에 우리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이슈가 적었지만, 서양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코로나19 환자 중 입원한 경우 혈전증 발생 위험이 20~25% 정도로 매우 높았습니다. 전체 혈전증 중 정맥혈전증이 2/3(심부정맥혈전증, 패색전증), 동맥 혈전증이 1/3(뇌졸중, 심근경색)이 차지했습니다.

반면에 아시아 데이터를 살펴 보면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자료가 충분하지 않고, 일본의 경우에서는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2% 정도에서만 혈전증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혈전 성향이 동양인보다 서양인이 높게 나타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 종양 환자가 최근 많아지고 있고, 또한 이와 관련된 혈전증 발생도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종양 관련 혈전증도 서구인에 비해 동아시아인에서 적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인의 혈액응고 성향이 서구인에 비해 낮고, 항혈전제 사용 시 출혈 정도가 심하다고 했던 것이 점차 단순한 뇌피셜은 아니라는 셈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서 서구인에 비해 동맥경화증 진행 및 혈전 발생 성향이 적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본인은 2012년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라는 개념을 만들고, 근거 중심 의학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막연하게 인종간 ‘혈전성향’에 차이가 있다는 현상에만 집중했다고 하면, 현재는 유전자 정보 및 다양한 바이오마커 등이 임상에서 쌓이면서 점차 과학적인 이해가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심혈관질환 뿐 아니라 감염 및 종양과 관련된 혈전증의 빈도도 높아지고 있어 점차 신뢰할 만한 근거로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와 여자 모두 똑같다”라고 했던 것처럼, “인종에 따라 혈전 위험도 및 치료 효과가 차이가 있을 리 없다”라는 관념이 지배해 왔지만, 현재는 점차 서구 전문가들도 인종간 차이를 많은 부분에서 인정하고 있어 이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번 ‘혈전-바이오마커 센터’ 개소는 지금까지 이루어졌던 혈전 관련 연구를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연구 범위가 심혈관계질환에 한정된 것이 아닌 다양한 영역으로 넓어지며, 진료과 또는 의료진간의 협력도 원활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앞으로의 기간 동안 이번에 혈전-바이오마커 센터장을 맡게 된 것을 원동력 삼아 지금까지 해온 혈전 연구에 좀 더 매진하려 합니다.



Q. 이번에 개소한 혈전-바이오마커 센터의 미션과 비전 및 운영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A. 먼저 저희 혈전-바이오마커 센터의 미션은 우리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치료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인종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규모 임상자료도 필요하지만, 위험요소를 전체적으로 평가해 보여주는 다양한 global hemostasis 및 바이오마커 자료를 잘 취합해서 직접적으로 비교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지금까지 혈전 연구가 각 의료진·연구진의 진료과 및 질환 영역에서 주로 이뤄졌다면 저희 ‘혈전-바이오마커 센터’에서는 다양한 진료과 및 진료진의 협업을 통해 보다 확장된 개념의 센터를 운영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산부인과의 경우 고위험군 임신이 늘어나면서 분만과 관련된 혈전증 관련 문제가 많이 증가하고 있으며, 종양 환자들의 치료 및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또한 혈전증 발생 위험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류마티스질환 등 자가면역질환도 염증 수치를 높이고 혈액의 응고 성향을 증가시켜 또한 혈전증 발생 위험을 높이게 됩니다. 나아가 아토피나 건선 같은 피부질환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등 장기적으로 보면 단순히 피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개체의 항상성 유지가 무너지게 됩니다.

이를 고려해 저희 ‘혈전-바이오마커 센터’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혈액종양내과 등의 다양한 진료과와의 벽 없는 협업을 통해 관심이 있는 의료진끼리 뭉쳐 혈전에 대한 기전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찾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서 항혈전제 용량의 최적화 및 동맥경화증, 염증, 종양 관련 치료에 투여되는 약제들의 용법·용량 및 치료 방법 등을 개선하는 한국인 맞춤형 치료로 나아가려 합니다.


Q. 혈전-바이오마커 연구·적용 부문에서의 국내 현주소는 어떻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A. 연구를 통해서 무언가를 입증하거나 주장하려면 과학적인 근거·논리가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연구 과정 및 성과들을 살펴보면 경쟁적으로 대규모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연구 배경이나 이를 증명할 데이터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연구 크기에 비해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그다지 많이 차이가 있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K-DAPT(이제 항혈소판요법)라고 부를 정도로 한국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만, 이를 이용해서 전문가 합의문 및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서구의 전문가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정보 및 연구 성과 대비 글로벌 리더십을 챙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인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바이오마커 및 게놈 등의 자료들을 쌓아가면 서구인들이 보여 주지 못하는 격차를 만드는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단순한 속도전의 문제가 아닌, 새로운 개념을 만들 수 있는 연구 개념이 더욱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는 상당히 우리에게는 중요한 교두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그밖에 정부 등에게 제언하시고 싶은 말씀으로는 무엇이 있으신가요?

A. 보다 더 적극적으로 저희들이 만들어낸 연구 성과들을 표준 진료지침에 반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희 연구진들이 아무리 좋은 연구를 진행해도 치료지침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주로 서구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자료에 기반한 소위 “서구인 치료지침”으로 한국인을 치료중인 것입니다.

어떤 질환에 대해 특정 약물 사용을 줄이거나 짧게 사용해야 한다는 훌륭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도 일부 제한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상당히 제한적으로 수용되고 있습니다.

재차 말씀을 드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과 질환 증세 및 치료 효과 등 다양한 부분에서 다른 점이 존재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에 특성에 맞는 진료(특히, 항혈전제 치료)가 이뤄져야 합니다.

정책적으로 진료지침이나 건강보험 적용 부문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주는 것이 있어야 한국인에 최적화된 결과물이 계속 발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 및 보건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