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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SBS토론 ‘한약부작용-의료일원화’ 또 격돌

‘의-한 대화’ 24일 개최 앞두고 20일 공중파서 논쟁


한약의 위해성 논란과 관련, 오는 24일 만남의 자리를 갖기로 한 의료계와 한의계 대표들이 21일 한 방송사에서 만나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양측은 한약의 위해성 논란을 비롯, 한방병원의 CT사용과 더불어 의료일원화에 이르기까지 의료계와 한의계 간의 쟁점이 되고 있는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교환을 했으나, 양측의 입장차는 줄어들지 못했다는 평가다.
 
20일 오전 SBS시사진단 ‘한·양방격돌-한약 부작용 논란’프로에 내과의사회 장동익 회장과 광주미래아동병원 유용상 병원장이 의룍계대표로, 개원한의사협의회 김현수 회장과 이승교 부회장이 한의계 대표로 각각 출연해 설전을 벌였다.
 
40분간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장동익 회장은 '뉴 잉글런드 저널 오브 메디신'과 일본 후생성의 임상보고를 통해 한약의 부작용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유용상 원장은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감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다른 만큼 당연히 치료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현대의학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약재를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유용상 원장은 “미국에서는 마황재재 때문에 스포츠 스타들이 죽은 사건이 일어난 바도 있다”며 “이러한 한약의 부작용 문제를 밝히는 자리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한의계 대표로 출연한 김현수 또한 회장은 “전통적인 경험의학인 한의학에 대한 오해부터 없애야 한다”고 전제하고 가벼운 질병인 감기를 환자의 입장에서 보다 쉽고 편하면서 국민 의료비의 부담도 절감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한방포스터’가 제작됐다고 밝혔다.
 
한의사개원의협의회 이승교 부회장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내과의사회가 근거로 내세우는 ‘한약은 효과가 없다’는 책의 내용이 신변잡기적인 내용이며 구체성이 없다”고 반박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부작용이 있는 약이 유통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승교 부회장은 “한약 중에서도 부자나 초 등의 약재가 부작용이 있지만, 한약자체가 부작용을 간장이나 신장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한의사들의 CT 등 의료기기 사용문제와 더불어 ‘감기’라는 용어의 정의와 ‘한의학’의 역사성과 정체성에 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으며, 이 문제와 관련 의료일원화 문제까지 논의가 전개돼 관심을 끌었다.
 
유원상 미래아동병원 원장은 CT 등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서 “이는 의료체계의 문제이자 인식론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한방은 3천년전의 이론이 근대화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현수 개원한의사협의회장은 “진단기기는 의사가 만든 것이 아니라 물리학자 등 과학자들의 연구의 산물”이라며 환자의 치료에 필요하다면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동익 내과의사회장은 “양방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를 쓰고 싶다면 정식으로 의대 교육과정을 거쳐 사용해야 한다”면서 “CT 등 진단기기를 판독하기 위해선 수박 겉핡기식의 공부가 아니라 해부학 등 정식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교 부회장은 “역사적으로 한의학도 해부학을 시행해 왔다”면서 “유교의 영향으로 인해 외과적인 질환자체도 내과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료일원화문제와 관련, 장동익 회장은 “우리나라에서만 의료일원화를 못하고 있다”면서 “교과과정부터 바꾸고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의계의 이승교 부회장은 “중국도 중서결합의가 있지만 분리돼 있다”면서 “한의대에 편입하는 의사와 의대에 편입하는 한의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시행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유원상 원장은 “양비론이 아니라 용어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의료사회학적인 접근을 통해 한의학이 우리의학인지, 아니면 중국의학의 아류인지 등의 담론들을 풀어가야 한다”고 제의했다.
 
김현수 회장은 “중국의 세계 전통의학 시장에서 약초만 수천억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탁월한 인프라를 어떻게 현대에서 올바로 평가 받고 세계화시킬 것인가를 대승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은 의·한 양측의 한약의 위해성 문제와 한의사의 CT사용 등의 논의를 통해  의료일원화의 문제까지 공개적으로 논의가 진행돼, 24일 예정된 양측의 만남에서 보다 심도깊은 논의로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놓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문정태 기자 (hopem@medifonews.com)
200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