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미만 소아 모야모야병 환자에서 간접문합술 시행이 뇌경색을 예방하고 생존율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김승기 교수팀(중환자의학과 하은진 교수)은 1988년부터 2020년 사이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간접문합술을 시행 받은 4세 미만 모야모야병 환자 135명의 임상 양상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 결과를 14일 밝혔다.
모야모야병은 뇌의 혈관이 막혀 뇌경색, 두통, 구토, 마비 등이 동반되는 질병이다.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난치질환으로 분류된다. 소아와 젊은 연령층에서 주로 나타나며, 지역별로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 극동 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한다.
모야모야병의 치료에는 주로 간접문합술이 사용된다. 간접문합술은 두피의 혈관을 분리해 뇌 표면에 접촉시킨 뒤, 해당 혈관이 자라 뇌에 피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수술이다.
다만 4세 미만 소아 환자에서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수술 후 나쁜 예후를 보일 수 있다는 견해가 있어, 해당 연령대에서 간접문합술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 일부 이견이 존재해왔다. 실제로 4세 미만 소아들은 뇌경색의 진행이 빨라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뇌경색이 발생하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연구팀은 뇌가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뇌가소성(뇌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통해 뇌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4세 미만 소아의 ‘뇌 특성’에 착안했다. 이후 뇌혈류 개선을 통해 뇌발달 및 뇌가소성을 극대화하는 간접문합술의 긍정적인 임상 예후를 증명하고자, 4세 미만 소아 모아모아병 환자에서 간접문합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며 본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4세 미만 모야모야병 환자에서의 간접문합술 시행 후 임상 특징을 평가하기 위해 1988년부터 2020년 사이 간접문합술을 시행 받은 135명의 4세 미만 모야모야병 환자를 분석했다. 이 중 수술 후 장기간 뇌졸중 발병률을 조사하기 위해 5년 이상 추적 관찰된 102명의 환자를 장기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대상 환자 102명 중 88%는 수술 후 신경기능에 큰 호전을 보였다. 또한 발병 당시 뇌전증을 동반한 환자의 86%에서 수술 후 뇌전증이 완치됐다. 모야모야병 환자에서의 뇌전증은 뇌혈류가 감소해 뇌 신경세포가 기능을 하지 못하는 ‘뇌허혈’과도 관련이 깊어, 뇌전증이 완치됐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가진다.
또한 4세 미만 소아 모야모야병 환자에서 간접문합술 시행은 장기적으로 뇌경색을 예방하는 효과도 탁월했다.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증상을 동반한 뇌경색이 총 3건 발생했으며, 연간 발생 비율은 0.16%로 매우 낮았다.
특히 수술 후 증상을 동반한 뇌경색 없는 20년 생존율은 97%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단기 관찰이 아닌 평균 18.8년, 최대 27.3년의 장기 추적 결과인 만큼, 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것이다.
소아신경외과 김승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4세 미만 모야모야병 환자에서 간접문합술의 단기와 장기 성적이 모두 탁월함을 입증했다”며 “빠른 진단과 적절한 수술적 치료가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4세 미만 모야모야병 임상 연구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신경외과학 국제 학술지 ‘Neurosurgery’ 최근호에 게재됐다.
한편 최근 서울대병원은 모야모야병 관련 논문 게재 수 세계 2위의 성과를 달성했으며, 서울대어린이병원은 2017년 세계 최초 단일기관으로 모야모야병 어린이 환자 1,000명 이상에게 수술을 시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