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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환자 만족 높은 ‘유전상담서비스’, 의료체계 들어올 수 있을까

질병청, 올해부터 희귀질환 유전상담체계운영사업 시작… 다양한 상담체계 표준화 중
한국희귀질환재단, “질병 행위 코드 부여와 유전상담사 고용 먼저 이뤄져야”

“국내 의료체계 안에서 진짜 유전상담서비스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유전상담사의 역할이 확실하게 보장돼야 한다.” 

한국희귀질환재단(이사장 김현주)은 10년 넘게 진행한 재단의 유전상담서비스 지원사업 종료를 알리며, 국가의 유전상담서비스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한국희귀질환재단은 6월 29일, 국회도서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창립 12주년 기념 ‘유전상담서비스의 활성화와 유전상담사의 역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국민의힘 서정숙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질병관리청에서 후원한 이번 심포지엄에 앞서 5월 25일에는 ‘희귀질환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희귀질환의 관리와 예방을 위해 희귀질환지원센터 사업에 ‘유전상담’을 추가해 국가적인 지원이 이뤄지게 하는 내용으로, 한국희귀질환재단과 환자 가족의 수고가 깔려 있었다.

서정숙 의원은 “희귀질환의 80% 이상이 유전성 질환이다. 환자가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오늘은 유전상담서비스의 안정적인 제도화를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심도있게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말했다.


한국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은 “국내에서 처음 유전상담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94년이지만, 아직까지 유전상담서비스가 의료행위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부족하지만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법이 있어도 유전상담사가 없으면 서비스의 활성화가 어렵다. 행위 코드가 생기고 고용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올해부터 희귀질환 유전상담체계운영사업을 시작한다. 핵심 내용은 유전상담서비스에 대한 표준화된 기술지원체계를 마련하고, 거주지 중심의 진료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사업 안은 아직 만들어지는 중이다.

심포지엄의 첫 번째 발표를 맡은 한국희귀질환재단 김현주 이사장(아주의대 의학유전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유전상담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재단 설립 이전부터 노력해온 내용과 유전상담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김현주 이사장은 “1995년 유네스코에서는 유전상담을 새로운 전문분야로 지정했다. 특히 미국은 ‘유전상담사’라는 새로운 전문직을 가져왔다. 유전상담에서는 ‘사람들의 알 권리’의 윤리적인 면을 다룬다. 상담자의 선택 사항에 대한 자세한 설명의 필요성이 있으며 공감과 정서적인 지원이 매우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유전상담에는 보통 초진 30분, 재진에는 6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검사자료 해석에도 시간이 소요되므로 보통의 진료환경이 아닌 별도의 환경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김현주 이사장은 “유전상담은 새로운 전문분야로서, 기존 의료진을 통한 유전상담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희귀질환재단은 2012년부터 10여 년간 외부 후원을 받아 4개 병원의 유전상담클리닉에서 총 3800여 건의 유전상담서비스를 의료서비스로서 지원했는데, 유전상담을 받은 90%가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설문 참여자 중 거의 대부분이 지속적인 유전상담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현주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박근혜 정부 때 일자리 창출 가능한 해외직업을 연구하며, ‘유전상담사’를 신 직업으로 인정하고, 2021년에도 미래유망신직업 발굴 및 국내활성화 방안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60명의 전문 유전상담사들은 고용이 안돼 재인증을 포기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단은 2020년부터 2029년까지 계속해서 유전상담사와 전문의의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전문의와 유전상담사가 함께 한 팀으로서 의료기관에서 유전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한국희귀질환재단 상담 사업에 참여했던 유전상담사들이 유전상담에 참여한 사례 발표와 함께, 환자 가족이 이어진 토론에서 유전상담서비스가 도움이 된 내용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환자와 가족에게 유전상담이 질환을 바로 이해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는 내용과 함께, 유전진단 과정에서 결과가 변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것, 상담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에 대한 심리적 지지가 중요하다는 내용 등이 다뤄졌다.


환자 가족으로 참여한 두 패널은 “유전상담은 정확한 의학정보 제공 뿐 아니라 튼튼한 정서적지지 역할을 한다. 환자와 가족에게 유전상담은 고유의 의료정보로써 보다 쉽고 자세하게, 원활한 접근성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의학유전학회 유전자검사위원 김구환 박사는 “유전상담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전문가가 부족하다. 대한의학유전학회 임상유전학인증의가 69명이고, 국내 유전상담사 수는 53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희귀질환자의 어머니이기도 한 한국희귀질환재단 조애리 이사는 “2020년 한 해의 희귀질환 환자 발생 수가 5만2천명이고, 대부분의 희귀질환자는 유전상담을 받지 못한다. 병원에서 유전상담이라고 처방을 받았지만 환자 가족이 원하는 상담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일본은 비급여여도 유전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이 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급여코드 등록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진행중인 사업과 연계해 좀 더 체계화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첫 발을 뗀 희귀질환 유전상담체계운영사업에 지지와 관심을 보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