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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환자가 환자 정책에 참여 못해…‘환자기본법’ 제정해야

환자단체연합회, ‘환자기본법 제정 입법 토론회’ 개최

현행 법과 제도, 환자단체 등으로는 환자의 투병·권익 증진이 어려우므로 ‘환자기본법’ 제정을 통해 환자가 주체가 되고 실효성이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하는 ‘환자기본법 제정을 위한 입법토론회’가 서울여성플라자 1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중심시대”라는 구호와 달리 의료현장에서의 환자는 대부분 ‘주체’가 아닌 ‘객체·대상’이라는 설정이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다수의 환자 단체는 온라인 커뮤니티·모임 수준에 머물러 있고, 해당 질환의 법률적 대표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제약사 ▲건강보조식품업체▲보건의료인단체 등으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단체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생명과 직결된 신약·신의료기술·신의료기기에 대한 환자의 신속한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장기·조직·조혈모세포 등 기증이 외국 대비 활성화되지 않았고, 구멍난 비급여 의료비 안전망으로 ‘메디컬푸어’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에 대해 꼬집었다.

무엇보다 안 대표는 “국가 차원의 환자·환자단체 관련 실태조사가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고, 환자의 투병·권익 증진 관련 공공·민간 연구 활동이 많지 않아 환자 관련 정책 수립 및 입법 활동에 한계 및 저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행 제도로는 환자 안전·권익 보호·증진 불가…‘환자기본법’ 필요
안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환자 관련 제도들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하면서 ‘환자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우선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르면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토록 되어 있는데,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한 적이 거의 없으며, 20년 넘게 운영되고 있지만, 규정돼 있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도 최근에 한 번 구성해서 회의를 1~2번 정도 하는 것에 그친 것에 대해 지적했다. 보건의료기본법이 법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안 대표는 보건의료기본법이 환자들의 다양한 헌법적 권리를 충분히 포함하지 못하고 있어 헌법상 권리를 현실에 구체화하는 정책이나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전했다.

이어 지난 2017년에는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환자단체 보호·육성 및 보조금 지원의 법적근거를 신설하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한 번도 상정·심의되지 않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던 과거를 언급하며, 법률 개정을 통한 환자의 안전·권익 향상도 쉽지 않은 상황임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환자의 투병 및 권익 증진 관련해 제·개정된 개별 법률 규정을 모두 포함할 뿐만 아니라 법률에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환자의 권리들까지 모두 포함하고 현실에서 구현하는 정책과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성격의 법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환자 관련 정책임에도 환자는 참여 못하는 모순 해결해야
안 대표는 환자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법정위원회에 정작 환자는 참여할 수 없는 모순을 꼬집으며, 이를 해결하려면 환자단체 정의 규정을 통해 법정위원회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안 대표는 ‘환자단체’는 법률에 ‘정의’ 규정이 없어 환자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법정위원회에 ‘환자단체’가 아닌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과 ‘소비자기본법’에 각각 정의하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 또는 소비자단체로 참여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환자단체’는 보건복지부에서 운영 중인 60여 개의 법정위원회 중 일부에만 참여하고 있으며, ‘환자단체’는 비영리민간단체와 소비자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정위원회 참여가 제외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소비자기본법’은 자유시장경제에서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법으로, 보건의료인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룬다는 특수성과 자유시장경제에서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소비자’ 내에 ‘환자’를 포함하는 것은 이치와 환자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

◆믿을 수 있고 환자에게 유익한 ‘환자단체’ 지원·육성 필요
이외에도 안 대표는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전국의 환우회 실태조사 결과, 카페·블로그·홈페이지 등의 형태로 운영되는 1388개 환우회 중 정관이 있는 환우회 사이트는 350개로 고작 25%에 불과한 점과 1390개 사이트 중 활동 또는 행사 후 관련 회계 내역 또는 비용을 공개한 환우회는 6%(85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단체를 보건복지부에 등록 가능한 비영리민간단체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육성·발전시키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환자기본법을 제정하고 환자단체 육성·발전 및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체계적인 환자정책 수립·시행돼야
환자기본법 제정의 필요성 중 하나로 환자정책 종합계획 수립·시행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안 대표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환자정책과 관련해 체계적·종합적인 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환자정책 관련 종합계획이 수립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환자기본법’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67.5%가 ‘환자정책 기본계획의 수립·시행’을 지목한 것을 근거로 환자정책 기본계획의 수립·시행 근거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환자를 위한 법·정책·제도 창출하려면 ‘환자연구소’ 필요
더불어 안 대표는 환자 정책·입법의 근거 창출을 위한 환자연구소 설치·운영을 제언했다.

이는 환자단체에서 설치·운영하는 연구소가 거의 없어 환자 중심의 연구 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꼬, 환자에게 관심이 높거나 중요한 보건의료 아젠다라고 하더라도 근거가 부족해 정부 정책이나 국회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 대표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보건의료 관련 직능단체들은 자체 연구소를 설치·운영을 통해 정부·국회에 보건의료 관련 정책·입법 제안 시 근거자료를 생성해 제시하는 것처럼 환자연구소를 통해 정책·입법의 근거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환자의 투병 및 권익 증진을 위한 ‘환자투병지원센터’ 필요
안 대표는 여성, 장애인, 청년, 노인 영역에서 다양한 지원서비스를 위해 센터 등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를 위한 특화 시설·서비스는 없는 모순을 지적하며, 환자투병지원센터 설치·운영하자는 제언을 제기했다.

특히 인터넷에 미검증, 상업적 목적, 환자의 주관적인 경험에 근거 등의 요소를 가진 투병 정보가 범람하고 있으며, 환자들이 ▲고액의 병원비와 소득 상실 등으로 인한 ‘경제적 이중고’ ▲장기간의 투병으로 발생하는 우울증 등 ‘정서적 고통’ ▲치료 종료·완치에도 중증질환에 관한 사회적 편견으로 취업과 결혼 등에서 발생하는 ‘불이익’ 등을 받고 있는 바, 이를 해결하려면 환자투병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