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망자 10명 중 9명은 정신과 질환을 진단받았거나,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주변 정리 ▲수면 상태 변화 등 언어·행동·정서적 변화 등 사망 전 경고신호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최근 7년간(2015~2021) 자살사망자 801명의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7년간 심리부검 분석대상이 된 자살사망자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 경찰 등을 통해 의뢰됐거나, 유족이 직접 면담을 의뢰한 19세 이상 성인 801명이다.
‘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은 사망 전 자살자의 심리 행동 양상 및 변화 상태를 주변인의 진술과 기록을 기반으로 객관적으로 검토해 그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복지부가 매년 심리부검 결과를 분석하고, 누적된 자료를 종합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생애주기별로는 중년기(35~49세; 33.7%) 비율이 가장 높았고, 고용상태는 피고용인이 310명(38.7%)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실업자 199명(24.8%), 자영업자 132명(16.5%) 순으로 나타났다.
취업상태였던 자살사망자 442명 중 140명(31.7%)은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였으며, 62명(14.0%)은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57명(12.9%)은 단순 노무 종사자로 조사됐다.
사망 당시 경제상태는 소득이 전혀 없거나(18.7%) 월평균 소득 100만 원 미만(22.1%)인 저소득층 비율이 전체 심리부검 대상자의 40.8%(327명)였고, 약 50%가 부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채별로는 교육비·의료비를 제외한 생활비(23.5%), 주택 임차·구입(21.3%), 사업자금(18.5%) 등이었다.
거주형태는 전체 심리부검 대상자 중 148명(18.5%)이 1인 가구로, 이 중 34세 이하 청년층 비율이 43.9%(65명)로 특히 높았다.
자살 사망원인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해
심리부검 면담 대상자가 사망 전 경험한 스트레스 사건 분석 결과, 자살사망자 1명당 평균 3.1개의 사건을 동시에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주요 사건별로는 ▲부모·자녀 등 가족관계(60.4%) ▲부채·수입 감소 등 경제문제(59.8%) ▲동료 관계·실직 등 직업문제(59.2%)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자살사망자는 스트레스 사건 발생 뒤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 또는 악화해 자살에 이르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 중 상당수(801명 중 710명, 88.6%)가 정신과 질환을 진단받았거나,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전(全) 연령층에서 우울장애가 82.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물질 관련 및 중독장애(32.8%), 불안장애(22.4%) 등이 뒤를 이었다.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나 상담을 받은 자살사망자는 심리부검 대상자의 52.8%(423명)로 나타났다. 사망 전 3개월 이내 도움을 받기 위해 기관을 방문했던 자살사망자 394명 중 50.3%(198명)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고, 42.6%(168명)는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병·의원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 방문기관은 청년층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68.7%)를 가장 많이 찾았고, 노년층은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일반 병·의원(78.6%)을 찾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한편, 중·장년기 자살사망자의 경우 약 12% 정도가 병·의원 외에 금융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자해·자살 시도경험, 자살 재시도 또는 사망으로 연계될 확률 높아
심리부검 대상자의 35.8%(287명)는 사망 전 과거 1회 이상 자살 시도를 했던 경험이 있으며, 10.2%(82명)는 자해 행동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경험은 생애주기별로 균등하게 분포된 반면, 자해 행동은 특히 청년기에서 18.6%(46명)로 높게 나타났는데, 청년기 자해행동을 벌인 사망자는 자해 행동을 한 자살사망자(82명)의 56.1%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살위험에 취약한 유족에 대한 사별 직후 ‘지원’ 필요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 952명 중 95.2%(906명)는 사별 이후 일상생활에서 변화를 경험했고, 특히 심리상태의 변화(97.0%)가 두드러졌다.
유족의 83.3%(793명)는 우울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60.9%(580명)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사별 기간이 3개월 이하로 짧은 유족의 경우 심각한 우울을 호소하는 비율이 25.4%(51명)로 높았고, 특히 고인과의 관계에서 유족이 부모(28.0%) 및 배우자(25.6%)인 경우 심각한 우울을 겪고 있었다.
또한, 면담에 참여한 대부분의 유족(71.4%)이 수면 문제를 겪고 있으며, 20.6%(196명)는 음주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는데, 복합비애 항목 조사대상 480명 중 80.0%(384명)가 경계성 이상의 복합비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약 60%의 유족(566명)이 면담 당시 자살 생각이 있다고 답했는데, 사별 기간이 3개월 이하(61.2%)로 짧거나, 25개월 이상(61.5%)으로 긴 유족에게서 자살 생각을 하는 비율이 높았으며, 고인과의 관계에 따라서는 유족이 부모일 때 자살 생각 응답 비율(69.2%)이 가장 높았고 ▲형제·자매(61.1%) ▲배우자(59.3%) ▲자녀(56.5%) 순으로 조사됐다.다.
이외에도 자살 유족의 72.3%(688명)는 고인과 유족을 향한 비난, 가족이 받을 충격 등을 우려해 자살 사실을 알리지 못한 대상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해당 대상으로는 ▲친한 친구나 동료 58.4% ▲친인척 34.7% ▲자녀 14.0% ▲부모 9.3% 등으로 파악됐다.
한편,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의 42.8%(343명)는 생존 당시 자살로 가족, 지인(친구, 직장동료 등)을 잃은 자살 유족인 것으로 나타나 자살시도자뿐 아니라 유족에 대한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보건복지부 정은영 정신건강정책관은 ”지난 7년간 심리부검을 통해 파악한 자살 경로상의 자살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을 향후 자살 예방 전략 수립의 근거로 활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자살은 정신질환, 자살 시도 경험, 스트레스 사건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복잡한 행동으로, 향후 코로나19 등의 급격한 사회경제적 환경변화에 따른 자살 원인분석을 위해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참여하는 광역 주도형 심리부검 면담사업’ 추진 등 심리부검을 확대 실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코로나19 시대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 정신질환 조기 발견·치료, 자살 고위험군 사후관리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범부처 차원의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12월 중 수립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