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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통일보건의료 다양한 접근, 최신 연구 동향 나눈 소통의 장

통일보건의료학회 2022년 온라인 춘계학술대회 내용 요약
북한 이탈 주민 및 북한 주민 건강 증진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 논의

통일보건의료학회 2022년 춘계학술대회가 ‘북한 주민 및 북한 이탈 주민 건강증진을 위한 통일보건의료 최신 연구 동향’이라는 주제로 24일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생명을 살리는 남북협력 보건의료로서 통일을 준비하고자 하는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의견을 나눴다.

온라인으로 개최된 이번 학술대회에는 일정이 있거나 해외에 있어 참여할 수 없는 발표자도 미리 촬영된 영상을 통해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이 이뤄졌다.

반면, 북한은 불통의 상징으로서 필요시에만 남북 대화의 창을 열고, 보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내부 자료도 극히 일부만 공개하고 있어 관련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북한 이탈 주민을 통해서 북한 주민의 건강 상태를 추측하는 형태의 연구도 이뤄졌다.

통일보건의료학회 김신곤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북한 이탈 주민의 건강 상태를 분석함으로서 북한 주민의 건강을 들여다볼 수 있다”며, “그들의 질병 양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또 그들의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이 무엇인지 분석해서 북한 주민 건강 증진을 위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려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영상축사를 통해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하고, 미래 시대 보건의료를 대비한 남북 협력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현 정부는 대북의료지원을 일관되게 추진해나가는 기조를 세웠다. 민관협치가 중요한 만큼 협력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하나재단 정인성 이사장과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배순희 이사장도 이번 학술대회의 개최를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축사를 전했다.

첫 번째 세션은 ‘북한이탈주민의 질병 부담과 문화 친화적 맞춤 건강증진 서비스 개발’이라는 주제로 윤석준 고려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4명의 발제자와 4명의 지정토론자가 참여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22년 기준 33,826명의 북한 이탈 주민이 있고 그중 9,477명이 남자, 24,339명이 여자로 성비에서 큰 차이가 난다. 또 의료 필요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지원은 낮은, 고질적인 미충족의 문제를 갖고 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4개의 연구 결과에 대한 발제가 이뤄졌다.

첫 번째 발제에서는 김채봉 박사(고려대)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북한 이탈 주민의 질병 현황을 DALY라는 도구를 활용해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주요우울장애와 당뇨병, 조현병, 뇌졸중 등이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인 내용을 발표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는 손인배 박사(연세대)가 39명의 북한 이탈 주민(의료진 출신 19명, 일반 주민 출신 2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해 조사한 결과, 북한의 보건의료가 가정 별 의료를 담당하는 호담당의사가 유명무실한 상태인 것과 의료체계가 장마당의 약품 시장을 통해 유지될 정도로 붕괴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발제는 김경진 교수(고려의대), 이수경 교수(인하대)의 합동 연구로서 북한 이탈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2021년 동안 12주의 기간을 두고 대조군과 실험군을 편성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맞춤 건강 서비스 및 영양 서비스를 제공한 실험 내용을 공개했다. 크진 않지만 유의미한 효과를 얻었고, 향후 북한 이탈 주민의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위한 참고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정 토론 시간에는 연구 내용과 관련해, 보완하거나 추가할 내용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북한 이탈 주민의 건강 상태를 확실하게 알기 위해 차후 연구에서는 빈혈 등 헤모글로빈 지표 등을 세부적으로 조사했으면 좋겠다는 내용과, 북한 이탈 주민의 질병 양상 중 우울증이 높게 나타난 부분에서는 정신건강의로서 북한 이탈주민의 트라우마 경험 때문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정신건강 상담 사례와 함께 제시됐다.



좌장을 맡은 윤석준 교수는 세션을 마무리하며 “통일보건의료학회가 한 단계 성숙했다. 거시적 연구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중재와 자료 기반 다양한 해석이 이뤄진 것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세션은 ‘북한 주민 건강을 위한 단계별 실행 방안’으로서, 최근에 북한에서 유행한 코로나19 등 감염성 질환 외에도, 매년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비감염성 질환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을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2명의 발제자와 4명의 지정토론자가 참여했다.

첫 번째 발제를 진행한 노진원 교수(연세대)는 작년 통일부 과제로 진행한 연구를 대표로 발표하게 되었다며, 북한의 가장 큰 질병 부담이자 매년 증가하고 있는 비감염성 만성질환(NCD)의 대응을 위한 로드맵을 소개했다. 급성기 보건문제 중심 지원, 거점 활성화 등 다양한 보건의료 구축 지원 방법과 함께 국제기구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의 비감염성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단기적 측면의 5개년 단위 3단계 전략을 발표했다.



이어 두 번째 발제에서는 이훈상 교수(연세대)가 감염성 질환 관리 로드맵을 발표했다. 현재 공식 발표된 수치는 아니지만, 400만명 이상 누적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코로나19 감염 현황과 관련해서, 과거 우리나라가 북한과 캄보디아 등 다른 나라에 백신을 지원했던 사례를 바탕으로 북한을 일시적으로만 지원하는 것이 아닌 감염병 대응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단기적, 중·장기적 지원 계획을 소개했다.

지정토론에서는 발제에서 나온 로드맵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논의가 펼쳐졌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주성 사무총장(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은 대북의료활동가로서 이번 로드맵을 북한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지원 형식이 아니라 공동 협력 형식으로 북한의 역할과 공간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남북한 체제의 차이에서 오는 차이점을 이해하고 그 차이에 맞는 적용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 외에도 현실적인 로드맵을 위해서는 북한 질병의 원인에 대한 개별적이고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에 발표자들은 북한의 참여 부분은 연구하면서 계속 고려한 부분이지만 자료의 한계도 있고 발표를 통해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북한 보건의료 리더십이 국제무대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법 등을 구상하고 실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강영식 회장(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은 세션을 마무리하며 “북한이 스스로 질병을 극복할 수 있게 하자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안들이 중요한 안건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도 한반도 건강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학회가 다자간의 협력을 주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세 번째 세션에서는 통일보건의료 영역과 관련된 흥미로운 학문적인 담론이 펼쳐졌다. 북한에서 공식적으로는 부정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북한의 자살 담론에 대한 연구와 과거 남북협력 자료를 바탕으로 한 향후 남북보건의료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법안에 대한 연구가 발표됐다.

폐회사에서 김신곤 이사장은 동의보감의 ‘통즉불통, 불통즉통’을 인용하며,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통해야 한다. 오늘 펼쳐진 풍성한 논의가 한반도 건강에 기여했다고 자부해본다”며 학술대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