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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중증정신질환 진단환자 늘었지만 진료비 증가율 1.1% 불과

입·내원 1일당 진료비 연평균 증가율 2.4%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정책적 접근·서비스 개발 필요”

최근 10년간 정신건강 의료서비스 이용 환자는 연평균 4.2% 증가했지만, 연평균 1인당 정신질환 진료비는 1.1%로 거의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수가체계 개선을 통한 서비스 강화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2일 연세세브란스빌딩 대회의실에서 ‘근거중심 정책개발을 위한 정신질환자 의료이용 실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김정회 연구위원이 근거 기반 정신건강 정책 추진을 위해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치매를 제외한 전체 정신질환을 주상병(치료나 검사에 대한 환자의 요구가 가장 컸던 상병)으로 진료받은 환자의 모든 의료이용 자료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정신질환자의 의료이용 현황 및 단계별 특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중증정신질환’은 기존 연구결과 등을 참조해 ▲조현병(F20) ▲분열형 및 망상장애(F21-F29) ▲조증에피소드(F30) ▲양극성 정동장애(F31) ▲증등도 이상 및 재발성 우울장애(F32.1~F32.3, F33.1~F33.3) 등 5개 정신질환으로 정했다.

‘초발 중증정신질환자’는 해당 정신질환(주상병)으로 5년간 의료이용이 없었던 환자, 즉 중증정신질환으로 진단받은 지 5년 이내 환자로 정의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정신질환 및 정신과적 문제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환자 수는 2009년 206만 7000명에서 2019년 311만 6000명으로 증가해 연평균 4.2%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중증정신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 규모는 2013년 14만 3000명에서 2019년 17만 5000명으로 증가해 연평균 3.4%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간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보고돼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돼 왔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정신과적 문제로 진료 받는 사람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환자들이 예전보다는 정신건강 관리에 보다 적극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초발 중증정신질환자는 2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조울증이 포함된 양극성 정동장애가 다른 질환에 비해 증가율이 높았는데 이에 대해 김 위원은 “이전에는 중증정신질환 진단을 비교적 늦은 연령대에 받았다고 하면 검사역량 강화나 의료기관 확대 등으로 최근에는 20대까지 젊은 연령대로 낮아지고 있는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19년 기준 정신질환자 1인당 평균 입·내원일수는 14.8일로, 2009년 16.8일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이며, 질환별 분류에서는 조현병(74.7일), 물질관련 및 중독장애(46.9일), 정신지체(39.7일) 순으로 입·내원일수가 길게 나타났다.

중증정신질환자의 평균 재원기간(2008년~2019년)은 145.4일로 나타났으며, 조현병 308.3일, 정신지체 295.8일 순으로 평균 재원기간이 긴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조현병이나 분열형 망상장애 환자는 20대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데, 유병환자 수로는 조현병이 높지 않지만 입·내원일수로 보면 가장 많이 차지한다. 이는 환자 수 증가와 함께 정신과 이용 접근성 향상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신의료기관 수는 2009년 1169개에서 2019년 1735개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인당 정신질환 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1.1%로 거의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단발성 또는 단기 진단·치료를 받은 인원도 많은 것으로 나왔다. 이는 전체 의료이용 1인당 진료비가 2009년 94만 6554원에서 2019년 193만 7259원으로 연평균 7.4% 증가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또 2019년 기준 질환별 진료비 부담은 조현병(443만 5000원), 물질관련 및 중독장애(300만 2000원), 정신지체(214만 7000원)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입·내원 1일당 진료비는 평균 5만 7642원(건강보험 6만 4173원, 의료급여 4만 8401원)으로 나타났으며, 입·내원 1일당 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2.4%로, 같은 기간의 진료환자 수 증가율인 4.2%보다 작은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의료이용 환자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자 1인당 진료비 증가율이 낮은 것은 지난 10여 년간 제공된 서비스 수준의 변화가 크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서비스가 굉장히 열악해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해준다”라며 “정신과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고 회복되기 위해서는 보장성 강화가 중요하게 논의돼야 하고 정신과 급여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중증정신질환으로 진단받은 이후 치료가 누락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치료 받은 퇴원 1개월 내 외래 재방문율은 2008년 68.5%에서 2019년 71.9%로 증가했으며, 질환별로는 양극성 정동장애(81.7%), 중등도 이상 및 재발성 우울장애(76.7%), 조현병(72.1%)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김 위원은 중증정신질환과 일반정신질환의 진료비 차이가 크지 않고,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서 하루에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차이가 크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 정도가, 특히 조현병이 이전에 비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지만, 중증정신질환으로 진단받은 해가 지날수록 의료이용은 줄어든다. 환자 관리를 위해 지역사회의 조기개입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팔로업 대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2개 이상의 복합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의 경우 2009년 32.6%에서 10년 새 56.3%로 상당히 증가했으며, 2개 이상 중증정신질환을 가진 환자 역시 14.6%에서 23.5%로 증가했다. 정신질환자 가운데 만성질환 보유자도 18.5%에서 24.9%로 증가했다.

김 위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조기개입 강화가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도출해냈다”라며 “또한, 복합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의 경우 치료가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고, 일반환자와 정신질환자의 만성질환 치료 실태 비교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공정·상식에 부합하는 정신건강정책 개발돼야”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를 비롯한 토론자들은 주로 1인당 정신질환 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이 1.1%로 거의 증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수가체계 개선 필요성을 제시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병철 보험이사는 “정신건강 이슈에서 높은 자살율과 초기 입원치료나 응급입원이 잘 안 되는 것 등이 있는데, 특히 중증정신질환은 외면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서 “중증환자가 입원하면 다른 것에 비해 5배 정도의 자원이 들지만 수가는 동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병원 입장에서는 중증환자를 안 보고 경증환자를 봐서 경영을 유지하려 하고 있고 중증환자가 오게 되면 의료진도 거기에 다 쏠려서 경증환자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가 생긴다”며 “의료수가는 큰 장비나 재료가 들어가는 것에서는 잘 인정되지만, 인력이 들어가는 것에는 잘 인정되지 않는다. 또 힘든 일과 쉬운 일이 있는데 구분되지 않고 시간에 따라서 수가가 적용된다. 이처럼 중증환자들에 대해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이사는 “초기 발병하는 환자들이 장기로 가지 않도록 치료환경이 만들어져야 하겠다”라며 “조현병은 평균수명이 일반인에 비해서 10년 정도 더 짧다. 또 건강검진 수검율이 정신질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반 정도로 낮고 관리도 잘 안 된다. 차별당하거나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면서 정신질환자의 건강검진 개선 필요성을 제시했다.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재훈 정책이사는 다른 과는 행위별 수가제가 적용되는 반면, 정신건강의학과는 정액제 수가가 적용되는 것을 들며 수가체계 개선 필요성을 들었다.

정 이사는 “일반과들은 급성기와 만성기병원이 분류돼 있지만, 정신과는 정신병원으로만 분류돼 있지 급성기와 만성기병원 분류가 없다”며 “몸이 아플 때는 행위별로 치료를 받는데 마음이 아플 때는 그렇지 않는 현재의 제도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가에 비춰서 정책이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진아 연구위원도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정책적 접근 근거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중증정신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 위원은 “청년 정신질환자의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증정신질환자의 고령화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이 갖는 건강행태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될 것 같다”라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의료 이용 취약성이 가장 잘 드러난 대상이 누구인가 생각해보면 중증정신질환자이지 않을까 싶다. 이들의 진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정책적 접근이 필요하고 이 접근에는 꼭 수가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와 함께 탈원화에 대한 논의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의료기관의 역할과 기능, 지역사회 인프라와 기능에 대한 논의들이 더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정신건강질환 방치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간과할 수 없어서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서비스 개발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김한숙 과장은 “정신질환 치료환자는 많아졌는데 그만큼 총 진료비는 1.1%로 거의 늘지 않았다. 건보나 의료급여에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제는 개인적·국가적·정책적으로 말만 하지 말고 근거도 확보됐으니 투자해야 할 때”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다만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정신질환은 고가의 진단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비싼 약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보다 적극적인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적기에 적절한 서비스 투자가 중요하다. 20대에 정신건강 관리를 하지 못해 고령화되기까지 사회적으로 역할하지 못하면 큰 문제다.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신건강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