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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백신의 공공성 실현 위해 ‘탈상품화’ 선행돼야”

공공성과 상업성, 두 지점에 놓인 코로나 백신
김창엽 교수 “아래로부터의 공공성 강화돼야”

코로나19 상황에서 백신 개발의 여부 자체도 그렇지만 백신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확보한 한정된 양의 백신을 어떤 우선순위를 기초로 배분할 것인지가 세계적인 주요 논의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로 이미 2009년 신종플루 백신 배분 경험과 코로나19 유행 초기 마스크 배분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백신의 공공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함께 5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인간과 기술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는 “모든 사람이 불평등하면 안 되고 기본적인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는 ‘공공성’의 지점과 백신이나 신약은 제약회사가 만들고 값이 정해져 있으며 시장에서 통용되는 물품이라는 ‘상업성’의 지점에서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가 코로나 백신 개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정부가 뒷받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주체는 기업들”이라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단순히 건강성의 필요 요인이 아닌 경제적 이익에 대한 고려도 함께 내재돼 있다고 봤다. 즉, 백신 개발에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요인이 함께 적용한다는 것.

그러면서 김 교수는 설령 머지않아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백신이 ‘희소한 자원’이 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은 세계적인 필요를 충족할 정도로 대량으로 생산돼야 하며, 이 백신은 필요한 국가와 지역으로 공급돼야 하지만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한 곳에서 생산될 수 없고, 생산과 공급, 조달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결국 정부가 국가 예산으로 백신을 사들여 보급하겠다는 보장이 없다면 기업은 윤리성을 제쳐두더라도 경제의 논리, 시장의 논리를 적용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꺼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누구에게 먼저 백신을 맞출 것이냐’라는 접종 우선순위의 결정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백신의 우선순위에 대한 과학적, 의학적, 보건학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으나, 백신의 배분과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은 객관적 기준과 전문가의 지침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예를 들어, 의료인의 우선순위가 높다고 하나 어떤 장소, 어떤 의료인이 먼저 접종해야 하는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 또 설령 저소득국가 의료인에게 먼저 배정을 한다고 하면 그 비용은 누가 댈 것이고 안전성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하는 해결과제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백신 생산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핵심요건은 백신을 어느 정도나 ‘탈상품화’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세계 국가들이 이른바 현실주의, 자국 중심적인 경향으로 코로나 방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과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한 것을 들어 국제사회간의 공공성이 와해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이 점을 들어 탈상품화를 위한 국가의 역할과 WHO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기존구조 안에서 공적 생산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 중 국가가 개입해 생산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것이며, 이미 여러 고소득국가가 생산량과 구매방법 등 사실상 생산에 개입하고 있다”며 “국민국가 중심의 대응이 두드러진 팬데믹 상황에서 자국 중심주의 또는 자국 이기주의를 노골적으로 추구하면 글로벌 정의를 실현할 가능성은 그만큼 더 작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팬데믹 위기가 공공성에 기초한 새로운 행동방식과 시민윤리를 만들고 키울 수 있는 유례없는 기회”라며 “지금부터라도 백신의 배분에 관한 사회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정부와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며 “정부는 논의의 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고, 언론은 시민이 정보를 얻고 배우며 공공성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이제부터라도 위로부터의 공공성 강화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공공성 강화가 가능하도록 하자”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