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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진화하는 선별진료소

어느덧 코로나19 사태 반년이 지났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 한 차례 대구경북 위기를 겪은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방역체계는 이전보다 더 단단해지고 굳건해졌다. 외국에서도 ‘K-방역이라 부르며 뜨거운 주목을 쏟아냈고, 외신들은 칭찬일색이었다. 밤낮으로 환자를 챙기는 우수한 의료진, 신속한 검사체계, 방역당국의 투명한 발생현황 공개 등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K-방역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그중에는 선별진료소도 한몫했다.

 

만화영화 속 주인공이 모험과 성장을 거듭해 모습을 변화시키고 그에 따라 힘이 더 강해지는 것처럼 그동안 선별진료소도 발전을 거듭해오면서 모습이 변하고 기능과 역할이 강화됐다.

 

코로나 사태 초창기 선별진료소는 강한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 위태롭게 세워진 작은 천막 형태였다. 당시 추운 겨울에 난방기구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곳도 많아서 선별진료소 의료진들은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추위와도 싸워야했다.

 

그러다 신천지발 대구경북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2월 칠곡경북대병원을 시작으로 이대서울병원 등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가 도입됐다. 검사시간을 대폭 단축시키고 감염위험을 덜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혀 미국과 일본 등이 벤치마킹했다.


이후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의 검사를 위해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의 글로브 윌시스템을 시작으로 워킹스루 선별진료소가 개발됐다. 서울특별시 동부병원은 양압진료실과 음압검사실로 공간과 동선이 분리된 세이프티 가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지 않아도 감염 우려가 낮고 신속하고 정확한 검체 채취가 가능케 했다.

 

울산대병원과 해운대백병원 등도 워크스루 방식을 채택했다. H+양지병원의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는 미국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에 공유됐다. 이들 선별진료소에는 냉난방 기구가 함께 설치돼 최소한 더위나 추위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 문진과 체온측정, 검체운송 등 전 과정을 자동화 장비가 하는 자동화 모듈형 선별진료소까지 등장하는 데 이르렀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국가 차원에서 의료진이 안전하고 편하다고 느낄 정도로 선별진료소를 마련해주는 것이 당연한 역할이라며 자동화 모듈형 선별진료소를 더 제작해 보급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텐트형에서 자동화 모듈형으로, 더 편리해지고 규모가 커진 만큼 선별진료소가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중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선별진료소가 중증도와 응급도에 따라 환자를 구분하는 등의 역할을 하며 응급실 운영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이 경고한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진화한 선별진료소가 더 다양하고 탁월한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