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후 17년째 계획과 무산을 반복해온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이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게 됐다.
28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 등이 참석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을 당초 계획이었던 서울 서초구 원지동에서 현 부지 인근인 서울 중구 방산동 70번지(미 공병단 부지)로 이전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국립중앙감염병 전문병원과 국립외상센터 건립도 보건복지부와 국방부에 공식 제안했다.
박 시장은 “이는 지난 17년 동안 표류해 온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 해법이자, 국가의 중심이 되는 공공병원을 바로 세워 인구의 절반인 2500만명의 수도권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국가의 감염병 대응기능을 강화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만약 정부가 서울시가 제안하는 대로 국립중앙의료원을 미국 공병단 부지로 이전하기로 결정한다면 서울시는 현재의 국립중앙의료원 부지의 매각이나 공병단부지 사용과 관련해 최대한 협조를 해 드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제안한 방산동 부지는 현 국립중앙의료원 부지와 차로 하나를 끼고 마주 보고 있는 가까운 곳이다.
국립중앙의료원(NMC)도 이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서울시장의 이전 제안과 공공의료 체계 강화 등 전격적이고 전향적인 결단을 환영하고, 오늘 선언이 대한민국 공공의료 발전에 획기적 진전을 이룰 계기가 될 것이라 평가한다”고 뜻을 같이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코로나19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임상위원회, 전원조정 상황실 운영 등 임시방편으로나마 중앙감염병병원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상시적이지 못하고 분절된 역량을 정상화하기 위한 병원의 설치는 매우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면서 “박원순 시장님의 전격적인 중앙감염병병원의 건립 사업의 실질적 제안은 모든 공공보건의료 종사자에게 큰 힘이 되는 일”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도 한국이 코로나19 발생 100일째임을 상기시키면서 “한국전쟁 이후 전통적인 국가안보 지키기에 일익을 담당했던 미국 공병단 기지에 중앙감염병병원을 설립하고, 국가안보 차원에서 신종 감염병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선언은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박 시장의 결정을 높게 평가했다.
◇ NMC “원만한 협조 이뤄질 것으로 기대”
노후화돼 이전이 추진돼온 국립중앙의료원 사업은 그동안 발목을 잡혀 겉돌았다. 원지동 부지가 경부고속도로와 가까워 2019년 2월 소음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2층 이상 건물 신축이 어려워졌고, 이를 회피할 방안으로 왕복 12차선 경부고속도로 위 방음터널(1km)이 검토됐지만 2천억원 이상의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져 난관에 부딪혔다. 또 강북 도심에 있는 현 의료원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입지 논란도 있었다.
이렇게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던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은 박원순 시장의 제안으로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신축에서 개원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국립중앙의료원의 이전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신축해서 개원하기까지는 최소 3~4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미래에 생길 감염병 전문병원이 아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집단감염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은 “서울시-보건복지부-국방부가 긍정적인 방향에서 신속 협의를 진행해왔고,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원만한 협조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와 협의 후 계속되는 감염병 유행을 대비한 감염병 전문병원 체제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