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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환자의 비밀 보호는 의사의 의무

유일하게 환자 비밀 제3자 고지 가능한 법은 에이즈예방법

“진료 중 취득한 환자의 비밀을 보호하는 것은 의사의 의무다. 이부진 사장 사건도 환자 비밀보호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삼성이라는 외피를 입혀 보는 게 문제다. 유일하게 환자 비밀을 제3자에게 알리도록 한 법은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이다.”

의료윤리연구회(회장 김윤호)가 3일 오후 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서울시의사회관에서 개최한 월례강연회에서 박형욱 교수(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가 ‘환자의 비밀 보호와 소위 국민의 알권리’를 주제로 강연했다.



박형욱 교수는 “결국 의사들은 노숙자든, 전직 대통령이든, 이부진 사장이든 진료 상 비밀인 개인정보를 지켜주어야 할 기본 원칙이 있다는 것을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 의료인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는 의무를 지고 있는 게 아니라 개개의 구체적 환자에 대한 비밀 보호라는 의무를 지니고 있음을 사회에서도 받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이부진 사장 사건과 관련, ▲지난 3월 27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를 직권 남용으로 고발한 것과 ▲지난 5월29일 이부진 사장의 정보를 누설한 한 성형외과 간호조무사A를 고발한 것을 어떻게 보는 가에 “임현택 회장의 주장이 맞다.”고 했다.

박 교수는 “경찰의 직권남용이 사실이다. 최근 변호사단체에서도 경찰의 직권남용에 관한 세미나가 있었다. 경찰이 한 성형외과병원을 압수수색 영장 없이 2박3일 진을 치고 진료기록부 등을 요구한 것은 직권남용이다.”라면서 “영장을 가져오면 요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환자단체도 이부진 사장을 삼성이라는 외피를 넘어 환자라고 생각 못한다.”면서 “환자개인정보보호를 환자단체가 주장하는 게 훨씬 좋다.”고 했다.

에이즈 환자의 개인정보를 배우자인 아내에게 고지해야 하느냐는 질의가 있었다.

박 교수는 “제3자에게 알리도록 유일하게 규정한 법이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에이즈 환자를 진료 중 알게 되면 보건소에 알려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배우자에게 알리는 부분에 있어서는 배우자에게 알리고 지도해야 하며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애매하게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보건소에 안 알리면 의료기관은 행정처분 받는다. 하지만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으면 행정처분은 없다. 배우자 고지는 윤리적 의무를 적은 거다.”라면서도 “제3자의 중대한 위해 사건일 경우 법원 결정은 (다투어야 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예상했다. 

최근 이슈인 수술방 CCTV 설치 찬반과 관련, ‘의사로서 CCTV에 노출되는 게 싫은 데?’라는  질문도 있었다.

박 교수는 “기본적으로 의료인 권리를 신경 쓰는 사회는 아니다. ‘수술 중 감췄다.’는 명분에 사로잡히면 CCTV 설치는 큰 흐름이 돼버리니까. 결국 외과계 대응에 달렸다. 외과계가 용인하긴 쉽지 않을 거 같다. 강력하게 반발이 될 거 같다.”고 전망했다.

앞서 강의에서 박 교수는 “뉴질랜드 사례이다. 임종기 환자가 과거에 살인청부를 받아 살인한 사실을 의사에게 알렸다.”면서 “이에 대해 제가 학교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물으면 ‘환자의 범죄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시민이면 범죄사실을 알려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면서 “의사도 시민이지만, 환자 진료 중 알게 된 사실과 우연히 알게 된 차이를 잘 모른다. 의외로 학생이 아닌 의사도 임종기 환자의 살인이라는 범죄 사실을 알려야 된다는 애기가 많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법률자문 결과는? ‘알리지 말아야 한다.’였다. 환자가 이미 죄를 저지른 것과 살인을 하겠다고 예고한 것과는 구분돼어야 한다.”면서 "위 뉴질랜드 사례는 우리 의료현실에서는 사치 스러운 내용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진료 중 알게 된 환자의 비밀보호 의무의 중요성을 이영자 씨 사례를 들어 강조했다.

박 교수는 “오마이뉴스 지난 2002년 6월 2일자를 보면 개그우면 이영자 씨가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34~36kg의 체중을 감량했다고 밝혔지만, 강남구 K성형외과 K원장이 이영자 씨가 K원장의 병원에서 세 차례에 걸쳐 가슴 팔 배 등 허벅지의 지방흡입시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K원장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였다.”고 했다.

“이에 이영자 씨가 자신의 진료정보를 공개했다면서 K원장 부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창구소송을 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3부는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할 수 없음에도 피고들은 이를 공개, 환자의 비밀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고, 이 씨로부터 협박당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결론적으로 의료인에게는 환자의 비밀보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리 사회는 종종 의료인들에게 중대한 공익을 운운한다. 그러나 대중과 언론이 말하는 공익은 매우 자의적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의료인은 노숙자, 이부진 사장,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진료상 비밀을 지켜 주어야 할 윤리적 법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설령 국민의 알권리가 중대한 공익이라는 관념의 외피를 입는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개개의 의사가 고려해야 할 환자에 대한 기본적 의무를 넘어서는 영역이다.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 별도의 명확한 요건과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