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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미래의 전문직업성과 전공의

이명진 의사평론가 /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수련과정중에 있는 전공의들에게 필요한 전문 의학 지식과 술기, 그리고 관련 법률과 진료지침 등 배우고 익힐 것이 해마다 급속하게 늘어가고 있다. 전공의 과정 중에 큰 주제로 다가오는 영역이 첨단 미래의학 분야다. 의학의 역사가 말해주듯 미래에는 의학(Medical knowledge)과 융합된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의료(Medical practice)형태의 변화가 예상 된다. 현재 당연시 되는 진료형태가 없어지기도 하고 의사의 역할이라고 여겨지던 행위가 없어질 수도 있다. 또한 의사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던 일들이 과학기술의 이용으로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수술 발달로 수기(Manual operation)로 하는 수술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암이나 병변제거에 주로 이용되고 있는 로봇수술 이용범위가 보다 광범위 하게 넓어질 것이다. 또한 로봇 수술의 효율이 차츰 높아져서, 고효율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의 선택심리가 작용하여 로봇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환자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부 대형화 혹은 기업화된 병원만 생존하거나 고도로 전문화된 병원만 성장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의료 상업화를 막기 위해 수세기 동안 지켜온 의학 전문직업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식재료의 발달로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이종 장기이식이나 배양 장기, 3D 프린팅을 이용한 장기로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인간의 몸(Body)에 대한 존재론과 인식론, 가치론의 부분이 새로 정립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이용하는 진료형태가 이미 의료분야에서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의 적용범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사회 각 분야로 넓어 질 것이다. 스마트 폰과 IT 산업 발달이 결합하여 정보 공유가 빨라지고 용이해져서 조기 진단과 질병예방이 가능해지고, AI를 탑재한 진단기기 표준화 및 고효율화로 자료 공유가 용이해져서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미 컴퓨터에 저장된 의학지식과 환자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으로 웬만한 질환은 의사 판단 없이 이루어지는 시기도 올 것으로 예상된다.


진료 형태도 얼굴과 얼굴을 대하고 진료하는 대면진료 형태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진료 형태로 변해 대다수 환자들은 규격화된 진료를 받게 될 것이고, 대면진료는 고액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고급형 진료로 남을 지도 모른다. 미래의 의과대학은 의학지식과 함께 의료기기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장소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급속한 의과학 발달로 의사의 역할과 정체성의 변화가 오고 의학 전문직업성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환자의 고통(Suffering)까지도 수치로 환원시켜 판단하고 응대하려고 할 의사들의 삭막한 미래의 모습이다. 만약 확고한 교육목표를 세우지 못하거나, 각 사안에 대해 그리고 의사의 역할에 대해 깊은 성찰과 준비를 하지 못 할 때에는 지금의 의과대학은 존재 의미를 잃고 단지 기술만 배우고 단순한 의료기기를 다루는 의료기술자를 배출하는 곳으로 퇴락할 지도 모른다. 의사에게나 환자에게나 슬프고 삭막한 환경이 될 것이다.

 

미래의 환경에서도 의학의 본질을 보존하고 싶다면, 의료를 이끌고 가야 하는 전공의에게 알 수 없는 미래에 적응할 수 있도록 미래에 필요한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준비시켜야 한다.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며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좋은 의사(Good doctor)를 만들기 위해, 바람직한 의사상(Doctor's Role)을 정하고 이에 맞는 교육을 시행하고 준비해야 하는 과제가 빠른 속도로 의학교육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