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그리고 올해 10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련의 사건이 일어났다. 복부통증으로 병원 응급실과 외래에 수차례 내원한 환아가 횡경막 탈장으로 사망하였고 이를 변비로 오진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을 물어 재판부가 담당의사 3인을 법정 구속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들여다보면 응급실과장, 소아과장, 당직의 등이 초진소견인 변비만 생각하고 흉부와 복부 엑스선 사진 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3차 방문 이후에는 영상의학과 의사의 흉수와 폐렴 소견 등의 판독서까지 첨부되어 있었으나 이를 챙기지 않은 실수가 있었다.
임상의사가 진료현장에서 엑스선 사진을 보고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3차 내원 이후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한 내용을 챙겨보지 않은 것은 무척 아쉬운 부분이고 이는 담당의사 전원 법정구속이라는 결과에도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사법부가 의료행위의 결과에 대해 중과실이나 고의가 없는 경우 극히 신중히 인신구속을 결정하여 온 전통은 의료의 특성이 선의로서 비롯됨이고 의사라면 누구나 현실에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의 진단과 치료를 하리라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진료현장에 영상판독을 담당하는 인공지능 의료조력자(AI-medical assistant)가 투입되어 있었거나 영상의학전문의가 판독한 판독서가 차트에 첨부된 경우 이를 체크하지 않으면 진료가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못하게 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물론 인공지능 시스템이 보건의료에서의 모든 것을 대체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위와 같은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그 능력에 맞는 역할은 충분히 감당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의료만 아니라 법적 문제를 다루는 재판에도 적용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만약 사법부가 위 사안에 인공지능시스템에 의한 각종 의료사고 관련 사법조력자(AI-law assistant)의 도움을 받고 이를 참조해 판결을 내렸다면 결과는 어떠했을까? 의료의 특성은 의사의 선의를 믿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피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보건의료나 사법제도에 어떻게 전향적으로 적용시킬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서는 다양한 답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AI가 인간을 대체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은 매우 우문이다. 왜냐 하면 그 질문은 대체라는 단어의 의미를 간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킬 것은 확실하다. 변화에 대한 호, 불호는 거론치 않더라도 인류는 과거 3차례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특히 생산성에 관련된 부문에서는 많은 발전이 있었다.
인공지능이 재판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흥미로운 사실이다. 특히 각종 판례를 수집, 분석하여 판결에 참조하는 부분은 의료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과 매우 유시하고 이를 각종 재판의 양형기준에 참고한다면 좀 더 객관적인 판결을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AI와 인간의 능력을 비교하는 것은 판단요소의 다양성으로 인해 실제 불가능하기에 결국 인공지능과 인간의 능력은 각각 특징적인 장점에 의해 협력과 보완의 길을 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의료부문이나 사법영역에서 인공지능을 조력자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특정분야에서 의사나 판사보다 더 똑똑한 수준으로 발전하더라도 인공지능에 의해 도출된 결론에 대한 선택 그리고 판결의 결정은 결국 의사와 판사의 몫이며 책임이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은 의사나 판사의 판단을 보완하는 수준이지 대체는 불가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의사의 오진, 판사의 오판에서 국민들이 좀 더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사도 판사도 신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진도 오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과 같이 가야 한다면 단연코 그렇게 해야 힐 것이다.
현재 의료계만 아니라 AI가 판례 검색, 국내외 법률자료 추출 및 분류·분석 등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예측이며 이미 법률시장에 등장한 AI기술은 미국 IBM사가 만든 AI 컴퓨터 왓슨(Watson)을 토대로 개발된 로스(Ross)가 대표적이다.
로스는 사람의 일상 언어를 이해하고 초당 10억장의 법률문서를 분석해 질문에 맞는 답변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그 밖에 한국형 리걸테크(Legaltech) 기술로는 법률정보시스템 아이리스(i-LIS)와 피스컬노트(Fiscal Note), 렉스마키나(Lex Machina) 등이 알려져 있다.
왓슨이 의료관련 논문이나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것처럼 AI 법률서비스도 판·검사, 변호사들에게 방대한 법령과 판례를 정리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현재 초급변호사나 법률종사원의 업무를 대체함으로서 로펌 입장에서는 비용절감 등에 효율적일 것이다.
AI가 법률자료 분석 등의 업무에서부터 빠르게 인간 법조인들의 역할을 대처할 것이고 방대한 증거자료를 검색하고 추출·분류·분석하는 과정에서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기에 경력이 적은 법조인일수록 그 업무를 AI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들 한다.
의료 쪽도 별반 다르지 않아 질병의 진단과 치료 등 특수 분야에서는 이미 AI 의사가 현장에 투입되어 일정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미국 IBM의 AI 닥터 ‘왓슨’은 국내에도 이미 도입돼 폐암, 전립선암 등 암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중국 AI 닥터 ‘샤오이’는 지난해에 의사 자격시험을 통과해 종합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의료관련 AI 특허출원이 1994년 부터 지난해까지 585건인데 2016~2017년 2년간 219건으로 최근 5년간 급격히 늘었다 한다.
국내 인공지능 의료기술 특허출원은 질환진단(474건)과 건강관리(47건)에 90%가량 집중되어 있으나 치료(22건), 수술(13건), 보안(15건) 분야 등에도 확산되는 등 다양화되는 추세로 이를 보면 향후 보건의료의 어떤 분야에 인공지능이 영향을 미칠지 예측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
대체적으로 보건의료 부문은 데이터 처리가 비교적 용이한 영상판독과 임상병리 진단 분야부터 AI를 활용하게 되고 기존 의사들의 역할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질병을 진단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도 아주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이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미래 의료가 어떻게 바뀔지. 인간의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4년 연구결과 AI와 전문의들과의 진단일치율이 대장암 98%, 직장암 96%, 자궁경부암 100% 등의 높은 일치율을 보였다.
하지만 의료나 법률서비스 분야나 AI는 인간과 대결구도가 아니라 협력구도로 나아가야 한다. 또 인간의사와 인공지능 의료조력자, 법조인과 인공지능 법률조력자로서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함으로서 오진과 오판에서 국민들은 더욱 안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