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실시한 제1차 의료서비스 환자경험평가 결과가 공개되자 일선 의료기관의 불만 · 성토가 속출하고 있다.
심평원은 10일 5개 입원 경험 영역 및 전반적 평가 영역 점수와 전체 기관의 평균 점수를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소수점까지 점수화하여 게재했지만, 편차가 작게 나타나 변별력이 없으며 단순한 병원 줄 세우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한, 현 의료기관인증평가와 국가고객만족도 조사(이하 NCSI, National Customer Satisfaction Index)와 중복되는 문항이 많고, 본연의 간호 업무 외 각종 평가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는 간호사 대다수가 상대적으로 긴 동 평가의 준비 · 실시 기간으로 인해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
A병원 관계자는 "각종 평가로 인해 병원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간호사들이 가장 힘들어한다. 전체 문항을 간호사들이 관리하지 않으면 점수가 잘 나오기 힘들다."면서, "환자경험평가는 인증평가보다도 더 힘들다. 인증평가는 일주일 정도만 하는데, 이 평가는 시행되기 2~3달 전부터 집중 관리하고, 4개월 이상을 조사한다. 이 때문에 간호사는 업무가 끝나도 집에 가지 못한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일 거다."라고 성토했다.
평가를 열심히 준비해도 우리나라 정서상 '항상 그랬다'로 대답하는 환자가 드물어서, 매번 해피콜을 통해 좋게 대답해달라고 부탁한다는 것이다.
A병원 관계자는 "이 평가는 내년이 더 문제다. 내년에는 인증평가도 받아야 하는데, 이 평가까지 받아야하면 이건 병원 보고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평가를 받는 병원은 적어도 6개월을 피 말린다. 간호사들이 사표 낸다고 했고, 실제 그만둔 사람도 있다. 간호사는 간호 업무 외에 의사 회진 안내, 불평 · 불만 프로세스 안내, 입 · 퇴원 설명 등 온갖 것을 해야 한다. 또, 한 번이 아니라 거듭 반복하여 안내 · 설명한다. 이렇게 해야만 점수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환자경험평가가 행정 낭비라고 지적했다.
A병원 관계자는 "사실 환자들은 평가 결과에 큰 관심이 없다. 아무리 점수가 낮다고 한들 상급종합병원을 꺼리는 경우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B병원 관계자는 "인증평가 문항과 중복되는 문항이 너무 많다. 또, 설문조사가 길어지면 전화를 받은 환자들은 처음에는 응답하다가 도중에 바쁘다고 끊어버린다."면서 문항 수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10일 환자경험평가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정부 · 의료기관이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조건 ·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전향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를 대하는 태도, 의사소통 등 간호사 서비스 영역의 점수가 높은 것은 간호사들이 △야간 · 교대 근무 △엄청난 업무량 △높은 노동강도 △높은 이직률 속에서도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정부 · 의료기관은 간호사들의 희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환자만족도가 높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조건 ·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전향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 · 의료기관이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의사인력을 확충하여 의사 · 환자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진료 과정의 민주성 ·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조사 결과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보건의료인력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심평원 심사운영실 노민양 차장은 "평가 동안 병원에서도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면서, "첫 평가라는 점 자체에 의미가 있다. 환자 · 소비자단체에서는 본 평가가 지속 · 확대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이 느끼기에 의료 질이 높은 병원에 보상이 연계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부서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이기성 상근평가위원은 "환자에 대한 예의 · 존중, 경청 문항에서 굉장히 점수가 높게 나왔다. 그런데 회진시간 정보 제공, 의사와 이야기할 기회 문항에서는 점수가 낮다. 이는 여러 제도적 문제와 맞물리면서 환경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면서, "입원서비스이다 보니 간호사 · 의사에게 집중되는데, 병원 내 종사자 모두의 협조와 CEO의 의지가 수반돼야 환자 중심적 의료가 이뤄질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