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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희귀질환 신약’으로 치료받으려면 국내는 10년 기다려야”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소아내분비대사과 이범희 교수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암 환자와 희귀·난치성질환자와 장애인 등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다른 환자들보다 진료환경과 의료인력 등이 제한적인 희귀질환 환자 본인과 보호자를 비롯한 가족들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현재 우리나라의 희귀 질환의 진료환경 여건 등이 어떠하며, 다른 환자들과 비교하면 열악한 희귀질환자들도 충분한 의료혜택을 받도록 하려면 어떠한 개선 등이 필요한지 알아보고자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소아내분비대사과 이범희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현재 우리나라의 희귀질환 진단·치료 환경 수준은 어디까지 왔나?

A.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유행과 관련해 대처를 잘해서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그러는데, 희귀질환 관리 또한 선진국의 문턱까지는 도달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 이유로는 대표적으로 ‘산정 특례’가 있는데, 희귀질환 중 산정 특례에 등록된 질환의 환자들은 의료비 부담 등이 많이 경감이 되고 있어 해당 질환에 필요한 검사 등을 받는 데에 있어 많은 부담을 느끼지 않아 정기적인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희귀질환 진단에 필수적인 유전자 검사 등도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어 이전에는 진단하기 힘들었던 많은 질환도 진단할 수 있게 됐으며,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발전함에 따라 의료기술에 인공지능(AI)이나 관련 기술들을 적용하는 분야가 많이 도약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드러난 우리나라의 희귀질환 진단·치료 환경은 우리나라가 방역을 철저히 진행하다 보니 환자들의 이동도 많이 제한돼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한 희귀질환 환자들이 검사 기간을 놓치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서 많이 안타까운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한 예로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3년 동안 방문하지 않다가 갑자기 검사를 받으러 온 사례를 들 수 있는데, 해당 사례처럼 코로나19와 희귀질환 환자 관리도 감염병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게 되므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Q. 우리나라의 희귀질환 진료환경이 선진국 문턱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분야별로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싶다. 먼저 희귀질환 진단 인프라에 대해 평가한다면?

A. 진단적인 측면에서는 그래도 많이 개선됐다. 우리나라가 이제 유전 진단 기술 등이 많이 발달하고, 여러 지역에서 희귀질환을 담당하는 병원들도 있어 희귀질환 진단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다만, 진단에 있어 의사의 임상적인 의심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해당 부분에서는 좀 더 교육 등을 통해 전반적으로 희귀질환에 대한 인지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현재 학회에서 프로그램으로 의사들을 대상으로 희귀 유전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강의들을 진행하고 있으니 많은 의사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Q. 희귀질환 치료 관련 인프라 접근성에 대해 평가한다면?

A. 외국에서 임상 연구 중인 약제 중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식약처에도 등재가 되지 않은 신약 등의 약제의 경우 우리나라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려면 10년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신약들이 개발될 때마다 국내 환자분들도 신약이 승인되고 시판되기 전에 해당 신약들을 사용해 치료받을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러한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신약 임상 연구 등이 진행될 경우 선진국 중에서도 앞서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그러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국가에서 제외되다 보니 우리나라 환자들은 신약이 승인되고 우리나라에 수입이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경우들이 많다.

특히, 희귀질환자분들이 특정 약제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의료진 등이 개인적으로 노력해 찾아봐야 한다. 글로벌 제약사 등에 연락해 우리나라에서 해당 약제 임상 연구를 따로 진행할 수 있는지 혹은 미리 치료받을 기회가 있을지 등을 문의해야 한다.

설사 제약사에서 승낙을 해줘도 환자들에게 신약 등의 국내 허가 미승인 의약품을 투약하려면 식약처의 임상 연구 관련 승인을 받아내야 하는데, 위의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부분 등이 많아 힘들다. 솔직히 ‘국가기관에서 이러한 복잡한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Q. 희귀질환 관련 정보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들의 접근성에 대해 평가한다면?

A. 희귀질환의 종류는 7000여 개 정도 된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고 하더라도 희귀질환들을 다 알지는 못하며, 그중에서도 드물게 진단되는 희귀질환의 경우 의사도 관련 책과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정보를 찾아 환자들에게 알려주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좀 나아진 것은 요즘에 인터넷이 많이 발달했고, 인터넷에 의료 정보들이 많이 공개돼 있어 관심 있는 사람들은 본인이나 가족 등이 앓고 있는 희귀질환이 있다면 인터넷을 활용해 해당 희귀질환 관련 정보를 취득할 수 있어 정보 접근성은 많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 중에는 잘못된 정보들도 있고, 최신 정보들은 영문판 논문 관련 정보들이어서 환자 본인 또는 가족들이 스스로 공부를 해야만 하는 어려움 등이 있는 만큼, 환자들도 희귀질환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글화 등이 이뤄지는 프로그램 등이 있으면 좋겠다.

더불어 희귀질환에 특화된 웹사이트로 질병관리청에서 운영하는 ‘헬프라인’이 있다. 그러나 ‘헬프라인’ 역시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조금 어려운 정보들이 있는 만큼, 일반인들도 보기 쉬운 버전을 하나 필요해 보인다.

이와 함께 ‘헬프라인’을 환우회 등 환자 단체들과의 연결을 좀 더 강화하면 좋을 것 같으며,  질병관리청의 ‘임상연구정보서비스(CRIS)’와 같은 사이트 등의 링크들도 같이 게재하는 방안도 환자 등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정부나 공공기관에 있는 희귀질환 관련 웹사이트 등에 올라온 정보들이 제때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최신 치료 경향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정부 주도로 체계적이고 제때 업데이트 등이 이뤄질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굉장히 필요하다.

Q. 희귀질환 환자·보호자들이 급여화를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희귀질환 약제 급여화’ 관련 제도 및 환경 등에 대해 평가한다면?

A. 신약 등 희귀질환 약제 급여화를 통해 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적인 장치도 시급하다.

희귀질환 약제 특성상 굉장히 고가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제약사가 약을 비싸게 만들어 팔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희귀질환 약제들, 특히 신약의 경우 그 가치를 굉장히 높게 평가받으며, 해당 평가에 맞게 비싼 가격으로 측정된다.

문제는 희귀질환 약제들의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에 있다. 환자들이 개인의 경제적 능력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희귀질환 약제의 급여화를 서둘러 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시급한 상황인 만큼, 정부나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약제 급여화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Q. 희귀질환 약제 접근성 강화에 필요한 제도 또는 도움이 될 만한 방안에 대해 제언한다면?

A.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기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제약사, 국내 기업들, 정부 등에서 투자할 수 있는 커다란 기금을 만들어 놔야 앞으로 개발될 희귀질환 약제 등에 대해 환자들이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지금보다 더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희귀질환 약제 등이 워낙 비싸다 보니 비용 대비 효과 등을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같은 질환 내에서도 약제를 투약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약제를 투약받는 환자들은 지침 등에 투약 근거가 존재하고 질환 내에서도 증상이 심하거나 조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라는 이유로 투약이 이루어지지만, 나머지 환자들은 희귀질환으로 진단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기준에 들지 못해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치료 기준에 들지 못한 환자들을 역차별하는 상황으로, 같은 질환 내에서도 가능한 많은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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