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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인 1인1개소법 강조하는 건보공단, "철저히 근절할 것"

법원의 네트워크 병원 요양급여비 환수처분 취소 판결 수긍 못해

A 치과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과 관련하여 공단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기관 이중개설 금지)에 의거해 네트워크 치과를 근절시키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A 치과가 공단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제1부는 1월 12일(2016구합57), 서울행정병원 제12부(2016구합74477)는 1월 11일 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와 제12부는 판결문에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이 의사가 개설 · 운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 수를 1개소로 제한하고 있는 취지를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의사가 자신의 면허를 바탕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전념하게 하려고 장소적 한계를 설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4조(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의 의무) 제2항 및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A 치과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의 청구 주체로서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이들이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것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부당이득의 징수) 제1항의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환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된 의료기관만을 의미한다는 공단 주장과 관련해 재판부는 "이렇게 해석 시 의료법 제36조(시설기준 준수사항)에서 정한 시설기준 중 경미한 위반행위가 있음을 간과하고 행정청이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하거나 신고 수리를 한 경우까지 모두 무효라고 보게 돼 요양기관 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된다."라면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취지에 반한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 유효한 요양급여를 한 경우에도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해 의료기관에 지나치게 가혹한 반면, 논리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이 요양급여 실시의무를 부당하게 불이행해 형사처분돼야 할 경우에도 경미한 위법행위가 있음을 이유로 형사처분을 면할 수도 있게 돼 부당하다."라고 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요양급여비용의 지급 보류)에서는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한 요양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57조 제2항 제1호에서는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의료인 면허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대여받아 개설 ·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개설자에게 연대해 그 징수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복수 병원을 개설 · 운영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대해서는 이 같은 명문 규정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면서,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 · 운영했더라도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정당한 요양급여가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면 원칙적으로 그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와 더불어 재판부는 정보의 공유, 의료기술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한 의료서비스 수준 제고, 공동 구매 등을 통한 원가절감이나 비용 합리화 등을 들어 네트워크 병원의 순기능을 인정했다.

이 판결로 A 치과는 공단에 환수 조치당한 요양급여비 28억 원을 돌려받게 됐다.

A 치과 측은 "네트워크 병원과 사무장병원의 본질적인 차이를 법원이 인정한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 향후 1인1개소법 관련 재판에서도 본 치과가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명백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 출입기자협의회가 지난 27일 공단 원주 본부 기자실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공단 의료기관지원실 김명훈 부장은 "A 치과는 대표적인 MSO(Management Sevice Organization, 병원경영지원회사) 유형의 병원이다. 한 명의 오너가 백몇 개소의 치과를 전국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공단 의료기관지원실 원인명 실장은 "공단에서는 현재 3심을 기다리고 있다."라면서, "헌법재판소 결과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자격사들에게도 중요하다. 변호사법, 공인회계사법에서도 사무소 복수개설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의거해 네트워크 병원을 근절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공단 김준래 변호사는 "네트워크 병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게 되면 의료기관의 경영 주체와 의료인이 분리돼서 의료 질이 저하되거나 영리 위주의 과잉 의료행위, 진료 왜곡, 투자자의 자본 회수 등으로 의료기관 운영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구의료법 제25조 제1항 등 위헌 소원(2001헌바87) 판결에서 의료행위는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가 아닌 자에 의해 의료기관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규율할 필요성이 있다고 피력한 바 있다. 

의료인이 아닌 일반 개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할 경우 의료기관의 명칭을 사용해 의료인이 아닌 자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가 성행할 우려가 있으며, 의료기관 경영주체와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 분리됨에 따라 보건의료 질이 저하되거나 지나친 영리 위주의 과잉 의료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기업형 병원은 국민 건강 보호라는 공익보다는 영리추구를 우선해, 환자의 무리한 유치, 1차 진료 · 의료보험 급여 진료보다는 비급여 진료에 치중하는 진료 왜곡, 수요가 적은 전문진료과목의 미개설 또는 과소 공급, 과잉진료로 인한 의료 과소비, 의료설비와 시설에 대한 과대투자로 장기적인 의료자원 수급 계획의 왜곡, 의학교육 · 연구 등 사회적 필요에 따른 요청의 경시, 소규모 개인 소유 의료기관의 폐업 등으로 건전한 의료질서를 어지럽히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 결과로 의료비 지출 증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 국민의 의료기관 이용의 차별과 위화감 조성, 의료의 공공성 훼손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한,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하는 경우 영리법인의 다른 사업상의 필요, 특히 대규모 기업집단이 영리법인을 운영할 경우 관계 계열사의 사업상의 필요, 투자자의 자본 회수 및 이윤배당 등에 따라 의료기관의 운영이 왜곡되고 의료의 공익성 · 공공성을 저해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결과 주식회사가 의료기관을 여러 개 개설 · 운영한 사례들이 밝혀졌다. 주식회사는 주주로 구성이 된 회사로 제1 목적이 영리추구이며, 주식회사 운영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전부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정 의료기관에서 수익금을 컴퓨터로 입력하면, 떨어져 있는 주식회사 본사에 실시간으로 입력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김 변호사는 "주식회사 실장이 의료기관에 파견돼 의료인들을 지휘 · 감독한다. 심지어 '약을 넣어라', '약을 넣지 말라'를 주식회사 실장이 결정한다. 의사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진단은 위생사가 한다."라면서, "지점 매출이 떨어지면 의사를 변경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이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겪는다."라고 설명했다.

지점에 파견된 실장들의 매뉴얼에는 문제 닥터 관리 요령, 정리 닥터 관리 요령 등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의료기관 방문 환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의사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진료받는다. 이 같이 부적절한 방법을 통해 발생한 수익금은 모두 주식회사를 통해 개인에게 넘어간다."라면서, "이번 서울행정법원 재판부 판결을 공단에서는 수긍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이며, 그에 맞춰 공단 업무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표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사무장병원의 경우 '지급보류제도 · 개설허가취소' 제도는 최근 신설됐고, 동 제도가 없었던 과거에도 사무장병원에 대한 환수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은 수없이 선고됐다."라면서, "따라서 의료인이 의료법 제33조 제8항, 제4조 제2항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설령 '지급보류제도 · 개설허가취소' 규정이 없더라도 환수 처분은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그런데 최근 일부의 판결과 의료법 제4조 제2항, 제33조 제8항을 위반한 의료인들은 사무장병원에 대해서만 지급보류제도 · 개설허가취소 등의 규정을 두고 있는 점 등에 착안해 '자신들의 불법성은 사무장병원과는 다르다'라고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라면서,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과 비교하면, 제33조 제8항 위반이 결코 불법성이 가볍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큰 경우가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했을 때 시급하게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