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하고,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이 주최하는 ‘새로운 의료기기의 시장진입 절차 개선 공청회’가 9월 24일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공청회는 신의료기기에 대한 “안전성 검증에 대한 요구와 신속한 시장진입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선’ 방안의 핵심은 환자의 안전이 아니라 의료기기 업체들의 “신속한 시장 진입에 대한 요구”에 부응해 안전을 위한 규제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가 식약처 허가와 ‘중복 규제’라는 의료기기 업계의 터무니없는 생떼를 반박하기는커녕, 그들의 요구에 부응해 수차례 의료기기 규제를 ‘선진입-후평가’ 방식으로 완화해 왔다.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2015)를 비롯해 혁신의료기술평가 제도(2019)와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2022)가 그것으로, 모두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비급여로 조기에 시장에 진입시키기 위한 것들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규제 완화가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환자에게 전가하면서 환자를 시험대상으로 삼는 비윤리적이고 파렴치한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정부가 지난 1월 25일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중증 환자가 제때에 신속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이 선정됐다. 정부도 인정하듯이 상급종합병원들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중증 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해야 할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증 환자를 가리지 않고 진료하면서 동네 의원들과 경쟁하고 있으며, 막상 대형 병원들이 중증 진료에는 제대로 투자하거나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 국내 최대 병상 규모인 아산병원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는데도 집도할 의사가 없어 사망했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대형 병원에서 꼭 진료해야 할 환자의 비중은 대형 종합병원은 평균 32%, ‘빅5’ 병원이라 하더라도 45%에 불과하다. 즉, 대형 종합병원에서 진료받지 않아도 될 환자들이 대형 병원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의료가 공적인 규제가 없는 맹목적인 시장 경쟁에 내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싶어 대형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는 책임이 없다.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정부가 환자 쏠림 현상
9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건정심)에서 내년 건강보험료율이 결정될 전망이다.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은 동결되어야 한다. 지난 몇 년에 걸친 물가 인상, 금리 인상, 보험료율 인상으로 이미 노동자·서민들의 허리는 휘고 있다. 물가 인상의 상당 부분은 전기료, 가스 요금, 교통 요금 등 정부가 추동한 것이며, 많은 기업이 비용을 상쇄하고 이윤을 벌충하기 위해 상품 가격을 인상하는 기업 이윤 주도 물가 인상이 벌어졌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기업 법인세와 부유층 부동산 세금을 깎아 주고 있다. 그 결과로 60조 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가 났다. 재정 건전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정부가 세금 펑크가 나도 기업과 부유층 세금은 깎아 주는 것이다. 기업과 부유층의 부담을 줄인 대가는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노동자·서민들에게 돌아왔다.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이 위기라며 건강보험 재정을 염려하는 척하며 보장성을 줄이면서도, 그동안 정부가 건강보험공단에 지급해야 할 법정 지원금은 한 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그 결과 정부 미지급금이 32조원에 이른다. 건강보험 재정을 정말로 염려한다면 건강보험 보장성을 줄일 게 아니라 정부 지원 미지급금부터 지급해야 한다. 지금 건
오는 13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보험사 환자 정보 약탈법이자 의료 민영화법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다뤄질 예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으로 잘못 이름 붙여진 법이다. 많은 노동단체들과 시민단체, 환자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이 법을 10여 년 전부터 반대해 왔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에 해당하는 노동자, 시민, 환자들이 이렇게 반대하는 법을 여기까지 끌고 온 국회는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이 법은 오직 민간보험사들의, 민간보험사에 의한, 민간보험사를 위한 법일 뿐이다. 그들이 연간 수천억이라는 낙전수익을 스스로 포기하고 환자를 위해 이 법을 바란다? 이 법은 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보험사를 위한 것이다.첫째, 이 법은 보험사들이 환자 개인정보를 수집·축적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며, 환자에게는 불이익만 돌아온다.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환자의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 가능한 전자 형태로 더 손쉽게 보험사로 넘어가게 될 것이고, 보험사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 질병 위험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보험 가입 거절 ▲부담보 설정 ▲보험료 인상 ▲보험금 지급 거절 등을 할 것이다. 보험업계들 자신이 청구자료를
비대면진료 의료법 개정안이 24일 복지위 법안심사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는 이번 법안소위 통과를 기대하는 듯하다. 국회 논의는 한심한 수준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논의'하는 문제들, 즉 허용대상이 초진이냐 재진이냐, 의원이냐 병원이냐 등은 본질적 문제가 아니다. 영리기업을 플랫폼으로 참여시켜 의료를 상업화시키는 게 핵심 쟁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적극 앞장서는 이유다. 그런데 이런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 거대양당들은 따지지 않는다. 의료에 ‘배달의 민족’이나 ‘카카오 택시’ 같은 것이 등장했을 때 부작용은 요식업과 운수업에 미칠 영향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다.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 공공재인 의료가 상업화됐을 때 재앙은 더 크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영리 플랫폼 허용은 영리병원 허용이나 마찬가지다. 기업에 환자 중개를 허용하는 건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 수십여 개 난립한 영리 플랫폼들은 투자를 수익으로 회수하려 할 것이다. 예컨대 ‘닥터나우’ 하나에도 네이버 같은 대기업과 여러 벤처캐피털들이 500억 이상 투자했다. 투자자들이 그 이상의 막대한 수익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받을 수 없어 수익모
코로나19 재유행 양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방역완화와 검사·치료비 중단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신속항원검사와 PCR검사를 유료화하고, 치료비도 위중증 환자를 제외하면 자부담으로 전환하며, 격리자에 대한 생활지원비와 기업에 대한 유급휴가 지원비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알려졌다시피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고, 정부 스스로 이달 중순엔 주간 일평균 6만 명, 하루 최대 7만 6000명 가량의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 그런데도 감염확산을 막고 재정을 써서 건강과 생명을 지키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재정을 아껴 감염병을 확산시키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정책을 편다니 어처구니 없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관련 시도를 강하게 규탄하며 중단을 촉구한다. ◆첫째, 정부 정책은 유행을 부채질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희생시킬 것이다. 코로나19 검사를 자부담으로 전환하면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꺼려 숨은 감염자가 늘고 유행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격리의무가 사라지고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었지만, 그나마 검사가 무료였기 때문에 많은 검사가 이뤄지고 환자의 자발적 격리로 확산을 억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이런 효과는 사라질 것이다. 그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불과 얼마 전에도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낸 바 있고(http://bitly.ws/IeWS), 국회토론회도 진행했으며(http://bitly.ws/IeXu) 여러 차례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우리들이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은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이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민의를 대변하는 입장을 갖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5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 보험업법 개정안이 논의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 상황. 이에 많은 의원들이 이 사안에 대한 시민사회 입장을 명확히 이해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우리 입장을 요약한 의견을 다시 전달한다. 이는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들으라는 마지막 경고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1. 소비자 편익은 없으며, 오히려 불이익이 분명 개정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소액보험 청구가 쉬워지면 소비자에게 2~3000억의 이익이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지금도 손해율이 높다며 난리인 보험사들이 청구 간소화로 손해가 더 많아졌다며 갱신 시 보험료를 대폭 인상할 때 정부와 국회는 이를 규제할 장치가 있는지가 의문이다. 최소한의 지급률 하한 규제도 없는 실손보험의 소액보험 지급이 늘어도 결국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