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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본인동의 없는 HIV감염사실 알린 의사 유죄판결

정보공유 필요하다는 의료계와 필요없다는 시민단체

에이즈 의심환자의 의료정보를 처음 환자를 의뢰했던 의원에 전달한 의사가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의사들 사이에 공분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 시민단체에서 본인동의 없는 HIV검사 및 비밀누설은 HIV예방에 걸림돌이 된다는 논평을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형사31단독 양석용 판사)은 지난 9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정보를 다른 의사에게 알린 의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판사는 “의료인에 대한 전파 가능성 차단과 피해자가 감염인인 사실이 알려질 경우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고립 등의 피해 사이에 법익 균형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7조(비밀누설금지)는 의료인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감염인의 기록을 본인동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설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의료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의 정보를 의료진끼리 공유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 역시 “이 의사가 환자정보를 공유한 이유는 이 환자의 수술을 맡게 될 병원의 의료진과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며 “의사의 신원이 파악 되는대로 협회에서 추후 소송을 감당해야 할 사건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의료계와 정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환자인권 측면에서 의료진이 감염됐다는 사실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비밀유지의무가 있고 통상적인 감염예방 및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에이즈 환자 진료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결에 대해 동의하지만 더 나아가 판사가 선고유예로 선처했다는 점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되지만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할 경우 개전의 여지가 있을 때, 형의 선고를 미루었다가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피고인이 “수술과정에서 HIV 전파를 막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무죄를 주장했지만 “피고인의 변명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엔에이즈(UNAIDS)의 ‘HIV검사와 상담에 관한 정책강령’에 따르면 자발적이고 비밀보장이 되는 익명검사, 강제검사 금지 등을 각 국가정책으로 삼도록 촉구했다는 것.

건강세상네트워크는 HIV전파를 막기위해 감염사실을 누설했다는 의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학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이훈재 교수의 “에이즈 환자라도 의료행위 시 특별한 소독이나 보호장비가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의료기관 내에서 특별히 구분해 관리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인용하며 통상적인 감염예방 및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에이즈 환자 진료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더 나아가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수술과정에서 감염병 전파예방의 책임은 환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이 특정 환자를 가려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 아니라 모든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 장비, 안전조치를 마련해야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판사가 “HIV에 대한 이해 부족과 그릇된 태도 탓에 여전히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고 한 것처럼 환자 의료정보 누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피고인 의사에게 “간과한 의학지식을 습득하고 환자인권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더 나아가 의대 교육과정 및 병원 내 교육과정에도 HIV감염인 인권에 대한 교육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HIV감염예방을 위해서는 감염사실을 당연히 의료진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