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박근혜 정부의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선 간호사들은 보건복지부가 추진중인 간호인력 개편안 저지를 위해 진 내정자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반대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오래전부터 나타난 현상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이미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간호인력 개편과 관련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며, 최근 후임 복지부장관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내정자 홈페이지까지 확대된 것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현재의 간호조무사 제도를 폐지하고 간호인력을 ▲간호사(대학 4년 교육과정) ▲1급 실무간호인력(대학 2년 교육과정) ▲2급 실무간호인력(간호계 고등학교 또는 고등학교 졸업자 중 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교육기관에서 소정의 교육을 마친 간호인력) 등 3가지 유형의 인력으로 구성한다는 간호인력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간호계는 적극 반대한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특히 1·2급 간호실무인력에게 일정경력이 인정되면 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진 내정자 발표된 17일부터 홈피 장악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진영 국회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을 발표한 것은 지난 17일 오전 11시경. 이후 진영 내정자의 공식홈페이지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는 복지부의 간호인력개편안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제도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글들이 하나 둘씩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비슷한 내용의 글들로 완전히 도배된 상태이다.
대한간호협회는 현재의 간호조무사 제도에 대해 양성과정부터 불법․편법이 난무할 뿐 아니라 의료현장에서도 간호보조행위를 넘어서는 위법적 행태의 문제가 있어 간호조무사 제도 폐지를 전제로 했기에, 간협이 대안적 방안을 마련해 간호인력 개편과 관련된 논의 과정이나 기구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간협은 복지부가 발표한 간호인력 개편 방안은 전문대학 간호조무과 설치를 중단하고자 간호조무사 양성기관을 학원, 특성화고등학교 등으로만 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의 요구에 의해 마련된 개편 방향이라고 말했다.
현재 간호사들은 보건복지부나 진영 내정자의 홈페이지에 방문해 복지부의 개편안이 부당하다며 새 정부의 초대 복지부장관으로 내정된 진영 의원이 이를 막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복지부 개편안에 반대의견 난무
자신을 간호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진영 내정자의 홈페이지에 “개편안의 논리대로라면 간호사도 몇 년 일하면 의사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간호사는 환자 약주고 주사 놓는 일이 끝이 아니다. 간호사는 응급실, 중환자실(내과, 외과, 신경계, 신생아, 심장계), 일반 외과, 내과 등등 분야마다 하는 일이 다르고 주사 놓고, 약 주는 단순 업무는 정말 많은 업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중환자실의 경우엔 인공호흡기 설치, 기도 삽관 환자 간호, 주사부위가 중심정맥인지 말초인지에 따라, 그리고 정맥주사 세트에 따라 간호하는 법이 다르고 주사 부위는 정맥, 경동맥, 중심정맥관, 동맥주사 정도로 나뉘고 주사를 연결하는 카테터도 쓰임새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 외 세세한 전문간호인력의 업무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자신을 간호조무사로 3년 근무하다가 간호대학에 진학해 이번에 국가고시에 합격해 신규 간호사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간호대학에 진학해보니 각종 실습과 시험 등 간호조무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공부량이 많았다”며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절대로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간호조무사측은 지나친 대응 자제
반면 간호조무사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간호사의 주 의무가 진료보조이다. 경력있는 간호조무사들에게 기회를 주어서 동기부여를 높이고 의원급의 서비스를 높여야 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모두 진료보조가 주업무이기 때문에 경력자인 간호조무사에게 기회를 주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라고 밝혔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개편안을 보더라도 복지부가 확실한 간호조무사의 우군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복지부의 간호인력개편안에 대해 간호조무사협회가 수 십 년 동안 건의해왔던 것이라며 간호조무사의 의료서비스 질을 갖고 간협을 비롯해 많은 단체들이 문제시했지만 이제 간호조무사가 제대로 된 간호서비스를 보여줄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또 간호계의 주장에 대해 이율배반적인 논리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자칫하면 정부에서 추진하는 간호계의 중요한 정책에 대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직종간의 알력으로 비추어질 수 있어 지나친 대응을 아직까지 자제하고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간호조무사협회는 앞으로 개편안을 실현하는데 있어 난제도 많겠지만 복지부와 잘 협력해 간호조무사의 염원을 꼭 실현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중있는 내정자에 기대 커
진영 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판사 출신의 3선 국회의원으로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직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박근혜 당선인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비중있는 정치인이 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된 것은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 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 청문회 등을 통해 간호인력개편안에 대해 진영 내정자가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주목된다.
또 오는 20일 대한간호협회 대의원총회도 열리는 만큼 간호계가 전례없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도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