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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사들의 전례없는 지지선언 열풍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의료계에서는 각 후보 캠프에 대한 지지선언이 여느 때보다 활발하다. 투표권이 있는 국민이라면 얼마든지 자기 성향에 따라 정치의사를 표출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같은 일이 이례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의료계의 지금 이 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의료정책 현안들이 한꺼번에 거론되고 있고 또 의료계의 불만이 산재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유추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의 보건의료문제에 대한 고충과 기대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후보들 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욱 크게 확대하려는 일종의 포퓰리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의료계는 자의든, 타의든 간에 선거열풍이 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누가 보아도 사회의 기득권인 의사들이 당연히 보수적일 것이라는 시각과 실제로 그런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후보들도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아 정치적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사정이 다르다. 분업이후 정부의 의료계에 대한 계속된 희생강요로 극도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의료계의 대정부 불만을 이번 선거를 통해 다소나마 해소해 보자는 의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한 분위기 때문에 소위 투사형(?)으로 지칭되는 노환규 씨를 의협회장으로 뽑았고 노 회장 역시 이번 선거가 절호의 찬스라고 여겨 각종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 왔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들이 각자의 판단에서 선거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듯싶다.

그 결과 최근 의료계는 직능 또는 각급 단체 및 지역별로 노골적인 특정 후보 지지선언이 한창이다. 누구 한 사람에게 몰표를 주는 것도 아닌 양분된 양상까지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후보들의 보건의료정책공약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분석결과를 발표하는 적극적인 양태가 나타나고 있다.

일찍이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이러한 현상은 이번 선거결과에도 어는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더 큰 관점은 정당은 물론 행정부 쪽에서도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를 검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만년 보수층으로만 여겨졌던 의료인들이 노골적인 반기를 드는 인사가 만만찮았다는 점을 누가 새로 집권하든 승자의 입장에서도 성찰해야 할 또 다른 과제가 아닐까 싶다.

의사들은 그렇게도 그동안 보수정당에 러브콜을 보냈건만 정작 보수정권에서 의료계를 옥죄는 대부분의 ‘의료악법’들이 탄생했다. 이에 의료계에서도 더 이상 보수일색의 지지만이 의료계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때문인지 각 후보 진영에서도 이전보다는 보건의료분야에 대해 좀 더 관심을 쏟는 모양새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판은 분명히 의미가 남다르다. 대한의사협회가 협회차원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의료정책에 대한 공약 비교표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알리고 있고 의사들이 진보정당에도 지지의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의사 유권자들 역시 누구를 찍어야 할지에 대해 세심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의협회장은 투표독려를 넘어 정치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의료계 인사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에 있어 의사들도 다양한 생각이 있고 단순히 단기적 이익에만 몰두하지 않으며 자신의 정치의사를 표로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정치권이 의사들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이 단순히 지지의사를 표출하는 것으로 끝나는 소극적인 정치참여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가 변하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무엇보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의사들에게는 의료전문가로써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유권자 역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의료정책에 있어 마땅히 전문가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사사회 내부에서부터 의사들 스스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가치를 서로 존중하고 충분히 토론하며 검증하는 적극적인 정치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