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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어른 주먹만한 혀, 고대병원에서 치료

마다가스카르 소년 마나이 수술치료 후 출국


혈관림파기형으로 혈관과 임파선이 부풀어 올라 거대한 혀를 갖고 있어 큰 불편을 겪고 있던 아프리카 오지의 소년을 고대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치료해 본국으로 돌려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어른 주막만한 혀를 가진 마다가스카르 소년 마나이(Manahy, 9세)가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희망과 웃음을 찾았다.

지난 2011년 9월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봉사 활동 중인 외과 전문의 이재훈 씨는 SBS 희망TV와 함께 오지의 이동진료 및 촬영을 위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오지를 찾았다가 우연히 혀가 엄청나게 커져 부풀어올라 입 밖으로 내놓고 다니는 소년을 만나게 되었다.

2살 때부터 태어날 때부터 혀가 입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마나이는 커가면서 성장할수록 혀가 점점 더 커져 음식 먹는 것과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무엇보다 주변의 놀림으로 인해 늘 두려워하는 눈빛과 숨으려고만 하는 행동을 보여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결국 마나이의 상태는 마다가스카르에서는 현지에서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되어 한국으로 이동 치료하기로 결정됐고, 이재훈 씨는 모교인 고려대학교 병원에 환자 치료를 요청해 마나이를 수술하기로 하였다.

부풀어 오른 혀 위로 앉은 파리, 계속 흐르는 침 등으로 추가 세균 감염의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설암일 가능성도 있어 마나이의 치료는 매우 급한 상태였다. 그러나 마나이 부족의 무당이 내린 저주와 비자문제 때문에 한국행은 1년 후인 지난 7월 31일에나 겨우 가능하게 됐다. 그나마도 밀알복지재단의 전문팀이 부족을 찾아 마나이의 가족과 부족장을 설득하고, 고려대학교병원 국제진료센터를 통해 비자를 받아 어렵게 이루어진 일이었다.

마나이가 입국한 후에도 제대로 된 치료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자원봉사자가 한국어를 영어로 통역하면 현지 목사님을 통해 다시 마다가스카르어로 마나이와 가족들에게 전달해야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각종 검사에 대한 마나이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평소의 3배 이상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3차원 혈관CT촬영, 두경부 X-ray 촬영, 각종 혈액검사 등 정밀 검사들이 무사히 이루어졌고, 8월 3일 드디어 입 밖으로 튀어나온 혀 부분을 절제하고, 남은 부위를 봉합해 일반인과 비슷한 크기의 혀 모양을 갖게 됐다.

수술진은 “수술 당시 잘라낸 혀 크기만 성인의 5배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크기였다”고 전했다. 혀가 커진 원인은 “다행히 암은 아니었고, 세포조직검사 결과 혈관과 임파선이 부풀어 올라 나타나는 혈관림파기형으로 확진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혀 외에도 문제가 있었다. 양쪽 귀에 심각한 중이염이 진행되고 있어, 계속 물과 고름이 나오고 청력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병원에 온 이후 매일 염증을 소독했지만 결국 이비인후과 임기정 교수가 나서 한쪽 귀의 수술을 진행해야했다. 또 심각한 혈뇨를 보여 소아청소년과 임형은 교수도 신장 초음파를 비롯한 각종 검사를 하고 치료를 진행하기도 했다.

수술 후에는 마나이와 가족들에 대한 미술치료가 6차례 실시됐다. 사람을 향해 전혀 웃지 않고 경계하며 두려워하는 마나이와 이를 지켜봐온 가족들의 마음을 함께 치료하기 위해서다. 미술치료를 낯설어하며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하던 마나이는 몇 차례 치료가 반복되자 적극적이니 모습을 보이며 치료를 즐기기 시작했다. 특히 마나이가 색칠한 가면에는 ‘마딸라’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마딸라가 웃고 있으며 행복해보인다”고 말해 관계자들을 웃음짓게 만들기도 했다.

마나이의 미술치료를 실시한 임지현 미술치료사는 “겉으로 나타나는 병 때문에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마나이가, 미술치료를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길 바란다”며 “치료가 거듭될수록 점점 밝게 웃어주는 마나이 덕분에 오히려 큰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나이는 지난 9월 6일 다시 마다가스카르로 돌아갔다. 한국의 낯선 상황과 수술 등으로 마나이와 가족들은 마다가스카르로 돌아가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마나이는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보이지 않던 밝은 웃음을 수술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보여줬다. 마스크로 혀를 가리지 않고는 낯선 사람을 만나지 않던 모습에서 누구에게나 당당히 입을 보여주고 밝게 웃는 모습으로 변화됐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와 적대심도 많이 완화됐다.

마나이의 수술을 진행한 성형외과 박승하 교수는 “혀를 절제하는 수술은 잘 진행되었으나 어려서 혀가 커졌고 그 상태로 오랫동안 지냈기 때문에 턱관절과 치아가 많이 변형됐다. 현재는 턱관절 강직으로 입이 완전히 다물어지지 않으나 앞으로 성장하면서 현재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마나이가 앞으로 더 많은 웃음과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